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5월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는 정대근 농협 회장.
정 회장은 석방된 이후 지금까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8월23일 농협 사무실을 찾아 이사회를 앞둔 농협 이사들에게 “(그동안)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간 것이 전부. 이날 이후 농협 안팎에선 “정 회장이 경영 복귀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농협 안팎 “복귀 강한 의욕” 소문 파다
정 회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옥고를 치렀지만 여전히 농협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 ‘회장 유고 시’ 관련 규정에 따라 김동해 농협 전무이사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 전무는 2003년 정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 회장의 최측근 인사.
9월6일 저녁 모임이 차질 없이 열렸다면 정 회장이 보석 이후 처음으로 농협 간부들과 공식적인 만남을 갖는 자리가 될 수 있었다. 농협의 한 고위인사는 “이 자리는 정 회장이 경영 복귀를 선언하는 첫 자리가 될 가능성이 컸다. 내부 결속을 다지고 정 회장 복귀를 반대하는 농민단체에 대한 대책도 논의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모임에 대해 농협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모임 장소에서 만난 한 간부는 기자에게 “오늘 자리에는 정 회장님이 오실 계획이 처음부터 없었다. 외부 활동은 모두 중단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전무이사가 그동안 수고한 간부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는 자리”라는 것이 이 간부의 설명. 그러나 취재 중 만난 몇몇 농협 간부들의 설명이 모두 달라 의문을 남긴다. 앞의 간부처럼 “단순한 저녁모임”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상무급 이상 대표이사들의 상조회 정기모임”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간부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자’는 주제로 간부들이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최근 LG카드 인수 실패 이후 전무이사를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자주 한다. 그런 취지로 모인 자리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모임은 농협 실장급 간부들조차 전혀 몰랐다. 김진우 언론홍보실장은 “우리도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기자는 그걸 어떻게 알았냐”며 되묻기까지 했다.
자회사 19개, 자산 규모 230조여 원. 초대형 은행이자 국내 최대 농민단체인 농협을 두고 ‘말’이 많다. 정 회장과 관련된 각종 구설에서부터 한-미 FTA, 그리고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이르기까지 농협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9월6일 서울 명동의 한 중식당에 농협 임원 한 명이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임원 27명이 참석한 이 모임에 정대근 회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한농연 정책실의 한 관계자는 “뇌물수수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 농민의 대표기관이라 할 수 있는 농협의 회장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재판이 길어질 경우 2008년 2월까지의 회장 임기도 모두 채울 수 있는 상황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반드시 경영 복귀를 막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전농의 한 관계자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한농연 등 농민단체 강력 반발
정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농협 내에서도 부정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내리는 농협의 이미지를 고려할 때 복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한 직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업무에 복귀하는 게 가능하겠나.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회장 자신이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류에 대해 농협 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 간부직원은 “정 회장은 여전히 농협 회장이다. 농민단체들이 경영 복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거론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법적 결정은 그것대로 인정하면 되는 일 아닌가.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농협이 LG카드 인수에 실패하면서 정 회장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이들은 “정 회장이 강한 추진력을 발휘했다면 인수에 성공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대근 회장의 농협중앙회 복귀는 차질 없이 이루어질 것인가.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