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등대에서 바라본 백도 일출. 상백도의 여러 바위섬들 위로 해가 불끈 치솟았다. 오른쪽에 하백도의 일부 섬도 보인다.
둘째 날) 04:30 기상 → 04:40~06:00 삼호교~서도 유림해수욕장~목넘어~동백숲길 등을 거쳐 거문도등대(061-666-0906)에 도착 ※ 반드시 손전등과 생수 지참할 것 → 06:00~06:30 해돋이 감상 및 거문도등대 구경 → 06:30~08:30 신선바위 트레킹코스(거문도등대~동백숲길~목넘어~365계단~보로봉~신선바위~유림해수욕장)를 섭렵한 뒤 거문도항 도착 ※일정이 빠듯할 경우 유림해수욕장으로 하산해서 택시(017-608-1681) 이용 → 08:40~09:40 아침식사 후 거문도수협 은갈치공판장 구경 → 09:40~10:30 숙소에서 여객선터미널로 이동 → 10:30 거문도항 출발 → 11:30~13:00 나로도항에 도착해 보성 대한다원 차밭으로 이동 → 13:00~15:00 점심식사 및 녹차밭 구경 → 15:00~16:00 순천 낙안읍성민속마을(관리사무소 061-749-3347)로 이동 → 16:00~17:00 낙안읍성민속마을 관람 → 17:00~18:00 여수공항 이동→ 18:30 여수공항 이륙 → 19:25 서울 김포공항 도착
나로2대교에서 바라본 나로도항 부근의 바다 풍광.
9월은 섬 여행의 적기다. 우리나라 작은 섬들은 대체로 식수와 숙식업소가 부족하고 교통 사정도 열악하다. 그러니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는 피서철 섬 여행은 고행길이기 십상이다. 섬 여행을 하기에는 이맘때가 딱 좋다.
2006년 8월에 준공된 거문도 새 등대. 수면에서 등탑까지의 높이가 무려 100m 가까이 된다(좌). 보성차밭의 대명사 격인 대한다업 제1다원의 삼나무 숲길(우).
여수공항에 도착한 뒤의 첫 행선지는 오동도. 남해안 제일의 동백꽃 명소로 소문난 곳이라, 대개 겨울부터 초봄 사이에 많이 찾는다. 하지만 섬 전체가 상록수림과 조릿대로 뒤덮인 오동도는 사시사철 언제 가도 상쾌하다. 한 줄기 햇살조차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길을 거닐기에도 좋고, 등대 전망대에 올라 여수항과 바다 건너의 남해도를 조망하는 기분도 시원스럽다.
거문도도 오동도 못지않은 동백섬이다. 이미 동백꽃을 구경하러 서너 번쯤 찾았던 섬이다. 하지만 여름철 뒤끝의 거문도 풍광은 처음 본 것처럼 새로웠다. 먼저 거문도항에서 ‘대한민국 7대 비경 중 하나’이자 ‘다도해의 해금강’인 백도를 보기 위해 유람선에 올랐다. 사실 백도를 보지 못한 거문도 여행은 헛일이다. 거문도 절경의 절반 이상이 백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왕복 4~5시간이나 걸리던 백도유람 코스가 약 2시간으로 줄어들어 찾아가기도 퍽 수월해졌다.
기묘한 형상의 섬들, 울창한 상록수 그리고 거문도등대
옛 고향마을처럼 아늑하고 정겨운 낙안읍성민속마을.
거문도등대는 거문도의 세 섬 중 하나인 서도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다. 찻길의 종점에서 ‘목넘어’라는 갯바위 지대를 지나면 1.6km의 동백숲길을 통과해야 등대에 당도한다. 거문도등대로 가는 동백숲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울창하다. 동백꽃이 한창 피고 질 즈음이면 숲길 바닥에 통째로 낙화한 동백꽃이 낙엽처럼 수북하다.
긴 터널 같은 동백숲길을 빠져나오면 1905년 남해안에서는 처음 불을 밝혔다는 거문도등대에 당도한다. 등대 건립 101년째인 올해 여름에는 높이 34m의 새 등대가 준공됐다. 154계단을 통해 등대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망망대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쾌청한 날에는 멀리 백도까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맘때에는 백도의 여러 섬들 위로 뜨거운 태양이 불끈 치솟는 장관을 감상할 수도 있다.
서도의 보로봉(전수월산) 트레킹코스도 꼭 한번 걸어볼 만하다. 기암괴석과 해안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백꽃과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핀 능선에 올라서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편안하고 아름답다. 일정이 빠듯할 경우, 거문도등대에서 목넘어→365계단→보로봉→신선바위→유림해수욕장 등을 거쳐 거문도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거문도항을 출발한 여수행 여객선은 고흥 나로도항을 경유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센터 공사가 한창인 나로도는 섬 전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할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다. 다음 행선지는 보성차밭. 거제도 외도해상농원과 함께 남해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다. 보성차밭은 비수기가 따로 없이 번잡하지만, 초록이 물결치는 차밭은 싱그럽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순천의 낙안읍성민속마을. 둥그런 석성 안에 수십 채의 초가가 올망졸망 들어앉은 이 마을은 언제 가도 고향처럼 아늑하고 정겹다. 크고 작은 초가집들, 낮은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고샅길, 처마에 매달린 시래기 묶음, 마당 한쪽의 손바닥만한 채마밭…. 분주한 세상살이에 이미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진 옛 고향 풍경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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