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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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한 ‘100년 정당’ 얼굴 붉히며 이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7-06-20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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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을 이끌던 여당의 핵심지도층 인사들이 드디어 헤어진다. 그들 주변에서 사이비 개혁을 내세우며 자리를 탐하던 사람들도 ‘남는 자’와 ‘떠나는 자’로 갈라섰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인간지사라지만, 엊그제 100년 정당을 표방하던 그들이 서로 등에 칼을 꽂을 듯 거친 언사를 주고받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그들은 말한다. 탈당은 국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어떤 이는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통합을 얘기하면서 왜 거꾸로 탈당을 하는가? 남은 자와 떠난 자 가운데 누가 참여정부의 공과에 책임을 질 것인가?”

    또 어떤 이는 이 종잡을 수 없는 정치행보의 어디에 국민의 뜻이 숨어 있는지 궁금증을 표할지도 모르겠다.

    통합은, 더욱이 대통합은 민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민심이 인정하는 가치라야 명분이 된다. 힘이 생긴다. 새 옷을 입고 나타나면 국민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계산은 지극히 치졸하고 정략적이다. 이런 사고로는 통합의 물꼬를 찾을 수 없다. 계산된 가면극을 보고 감동할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합은 참회와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당사를 나선 그들의 다음 행보는 노 대통령을 ‘때리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차별화가 가능하니까. 그래야 집을 박차고 나선 명분도 생길 테니까.

    인기도 없고, 레임덕을 눈앞에 둔 대통령은 살아 있지만 죽은 권력이다.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다. 그게 퇴임을 앞둔 대통령의 운명이다. 노 대통령에게 ‘독박’을 씌운 그들은 2003년 말에 그랬듯, 이젠 10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설 태세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 여당의 무책임을, 정략적 발상을 질타해야 할 야당은 대선놀음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놈의 정당’도 정신없기로는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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