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의 뉴욕스타일 레스토랑 ‘비스트로 디’.
“난 ‘사라베스’의 리코타 팬케이크가 너무 당기더라.”
뉴욕에서 한때를 보낸 사람들이 얘기하는 레스토랑과 바에 대한 짙은 향수. 뉴욕에 가보지 못한 사람까지도 뉴욕스타일에 열광하는 요즘이다. 이들을 겨냥해 뉴욕스타일을 표방하는 레스토랑과 카페, 파티업체 등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패션피플이 몰리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신사동에 문을 연 레스토랑 ‘그래머시 키친’은 뉴욕을 잘 아는 이들에게서 환영과 편애를 받으며 입소문이 난 곳이다. 이름만 들어도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그래머시 터번’이 떠오르기 때문(이 레스토랑의 광고 문구는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을 닮은 서울리안들을 위한 레스토랑!’이다). 예상대로 그래머시 키친은 ‘뉴욕스타일 비스트로’로 소개됐다. 그래머시 키친이 자연스러운 톤의 단정하고 안정된 분위기와 수준 높은 서양음식을 낸다는 점은 그래머시 터번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뉴욕스타일 표방하는 레스토랑 잇따라 생겨
그러나 10년 넘도록 수많은 뉴요커의 발길이 닿아 만들어진 그래머시 터번의 고급스러운 낡음과 매끈하고 세련된 그래머시 키친은 그만큼 다른 면모를 지닌다. 그렇다면 과연 그래머시 키친은 뉴욕의 그래머시 터번에서 영감을 얻은 곳일까? 그렇지 않다면 이곳의 어떤 부분이 뉴욕스타일이라는 것일까?
뉴욕도 그래머시 터번도 익숙한 사람들이야 ‘그래머시(gramercy)’라는 단어를 통해 뉴욕을 느끼겠지만(그래머시 터번이 자리한 그래머시파크 주변은 오래된 뉴욕의 최상류층 주거지다), 그래머시 키친은 그곳과는 다른 ‘파인 다이닝(fine dining)’ 레스토랑으로서 자기만의 가치로 자존감을 세웠다는 호평이 많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곳을 통해 뉴욕스타일을 알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이 밖에도 뉴욕스타일을 표방하는 대표적 레스토랑으로는 신사동의 ‘비스트로 디(Bistro d˚)’가 있다. 여기서는 회색과 브라운 톤의 은은한 색감에서 뉴욕스타일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낡을수록 좀더 ‘뉴욕다운’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뉴욕 패션을 닮은 서울의 젊은이들.
뉴욕 곳곳에는 맛있는 브런치를 내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산재한다. 굳이 뉴욕매거진이 베스트로 선정하는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동네 카페에서 느긋하게 훌륭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뉴욕매거진은 ‘베스트 동네 레스토랑’을 뉴욕 베스트와 함께 선정한다. 팬케이크와 오믈렛 같은 미국식 브런치 일색인 서울에 비해 뉴욕에서는 라틴, 이탈리안, 잉글리시 브런치 등 다국적 풍미의 브런치들도 고루 사랑받는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있는 보트하우스 바. 이러한 테라스 카페는 이제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뉴욕스타일 바로는 도산공원 앞의 ‘클럽 아시아 차우’를 들 수 있겠다. 뉴욕에서처럼 넥타이를 느슨하게 맨 와이셔츠 차림의 남자들과 재킷을 벗고 탱크톱 차림을 한 여자들이 퇴근 후 한잔을 위해 모인 주중의 밤 풍경도, 칵테일 드레스와 탱크톱, 스키니진 차림의 멋쟁이들이 건물 밖까지 길게 줄선 주말 밤의 진풍경을 찾아보긴 어렵다. 하지만 모던하고 트렌디한 뉴욕스타일의 바를 찾는 사람들은 분위기나 메뉴 면에서 클럽 아시아 차우를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듯하다. 이 밖에도 청담동의 클럽 ‘서클’은 새롭고 다채로운 파티와 퍼포먼스, 수준 높은 디제잉으로 뉴욕 첼시 일대의 ‘살짝’ 선정적인 클럽 못지않은 경험을 제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바와 클럽에선 크고 작은 파티 자주 열려
그리고 파티! 뉴욕의 사교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파티문화다. 바와 클럽에서 열리는 제법 규모 있는 파티 외에도 오피스 파티, 브랜드 파티, 홈 파티 등 특별한 이슈가 없어도 파티를 열어 밋밋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바꿔버린다. 이러한 소규모의 캐주얼한 파티문화는 케이터링(catering) 전문업체와 프라이빗 셰프 외에도 배달서비스와 테이크아웃 음식을 제공하는 수많은 레스토랑과 카페를 만들어냈다. 첼시의 ‘와일드 릴리 티 룸’에서는 집이나 일터에서 티파티를 하기 위해 메뉴를 상담하는 뉴요커를 종종 만날 수 있다. 푸드TV의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데이브 리버맨도 프라이빗 파티 전문 셰프다.
요즘 서울에서도 뉴욕스타일의 세련된 파티음식을 제공하는 케이터링 업체를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라 퀴진’과 ‘블루리본 케이터링’ 등은 브랜드 행사는 물론, 프라이빗 파티의 케이터링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탈리안 비스트로 ‘일 마레’가 최근 시작한 배달 서비스 ‘일 마레 미니’는 뉴욕에 퍼진 레스토랑 배달 서비스의 전형이다.
뉴욕풍 레스토랑 배달서비스도 등장
뉴욕스타일, ‘뉴욕스러움’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이다. 일개 도시에서 세계를 느낄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쉬지 않고 탄생하는 스타 셰프 레스토랑, 권위를 인정받는 음식과 레스토랑 비평가들, 아프리칸·쿠반·오스트리안 등 다국적 음식, 오가닉·베지테리안 레스토랑, 동네 카페, 델리숍, 푸드마켓 등 이왕이면 좀더 다채로운 뉴욕스타일이 서울에 소개됐으면 한다. 그 영향으로 우리 고유의 것이 함께 활성화되고 다채롭게 발전한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김선경 씨는 여행 칼럼니스트이자 마케팅·홍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나만의 스타일 여행’이란 여행가이드북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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