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백석대 전경. ‘주간동아’기 입수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오른쪽).
‘기독교대학의 글로벌 리더’를 자처하는 이 종교사학의 설립자는 장종현 현 총장(행정학 박사). 백석대는 2007년 6월 현재 11개 학부과정과 기독교전문대학원, 기독신학대학원, 목회대학원 등 7개 대학원에 모두 1만6000여 명의 재학생을 두고 있다.
백석대는 건학 30주년을 맞은 2006년 11월(1976년 11월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대한복음신학교와 대한복음선교회를 설립한 때로부터 기산) 전국적 경쟁력을 갖춘 기독교 명문대로의 도약을 선언했고, 이후 TV 광고를 통해서도 이름을 적극 알리고 있다.
기독교대학 글로벌 리더 자처
또한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한 2006년 전국 대학종합평가 및 학문분야평가에서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에 의해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 BK21 지원대학, 특성화 우수대학 등에도 선정돼 도약의 발판을 차곡차곡 마련해가고 있음을 자랑한다.
하지만 ‘주간동아’가 들여다본 백석대의 속사정은 많이 달랐다. 그 가운데 백석대 장 총장이 1991년 당시 학교공사비 명목으로 대학 측에 빌려준 개인 돈을 돌려받는다며 2006년 말 교비 28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로 올 들어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장 총장 외에 학교법인의 전·현직 간부들도 총장이 빼내간 교비가 실제 대학의 차용금인 것처럼 꾸미려 사건 당시의 법인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백석대의 비리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사학 지원 등 교육재정 운용실태’ 문건에 따르면, 대학원 운영에 관한 백석대의 위법행위와 이에 대한 교육부의 방조행위는 도를 넘는다. 사학과 이를 지도·감독해야 할 교육 당국간 비리 사실이 언론을 통해 구체화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감사원은 2006년 3월13일~5월30일 교육부와 전국 24개 사립대학에 대한 감사를 벌여 백석대의 부당한 ‘미인가 대학원 설치와 운영’ 사실을 파악해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이를 방조한 교육부 직원 3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처분요구서를 올 3월 교육부로 보냈다.
처분요구서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부는 당초 백석대의 소재지인 천안에 설치토록 인가된 기독교전문대학원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백석대 서울캠퍼스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2000년 7월 ‘위치변경’을 인가해줬다. 그 결과 백석대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관계법령을 위반해 2000년 7월부터 현재까지 1개 전문대학원과 10개 특수대학원 학위과정(총정원 812명. 이후 4개 대학원은 폐지돼 2007년 6월 현재 7개 운영 중)을 운영해오면서 수도권 학생들을 모집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르면, ‘인구집중 유발시설’의 하나인 대학(대학원)을 과밀억제권역인 서울에 신설·증설토록 허가·인가·승인 등을 해주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 따라서 교육당국은 지방 소재 대학이 대학원 전부 또는 일부를 서울로 이전토록 인가해줘서는 안 된다.
‘학원’으로 건축허가 받고 무단 사용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백석대 대학원 건물.
하지만 백석대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지 않은 채 앞서 언급한 서울 방배동의 8개 필지에 건물 4개 동을 신축하면서 ‘학교’ 용도가 아닌 ‘학원’으로 건축허가를 받았음에도 학교시설인 대학원 건물로 무단 사용해왔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2000년 6월 백석대 측으로부터 당초 천안에 설립키로 인가된 기독교전문대학원을 서울로 위치변경할 수 있게 인가해달라는 신청을 받고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제한과 도시계획시설 결정 여부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2000년 7월 이를 인가해줘 ‘미인가 대학원’을 부당하게 설치·운영하는 것을 방조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2001년 3월과 2002년 6월 ‘미인가 대학원 학위과정 운영’ 실태를 조사한 뒤 그 조치로 2001년 11월과 2002년 10월 미인가 대학원을 운영하는 대학들에 대해 당초 인가된 지역으로 복귀토록 한 바 있는데, 백석대는 이 실태조사 당시 이미 5개 특수대학원을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사실과 다른 허위자료를 제출했던 것도 확인됐다.
어쨌든 이후 교육부는 2003년 12월 백석대의 대학원 학위과정 운영실태를 조사해 당초 대학 소재지인 천안에 두는 것으로 인가받았던 5개 특수대학원(정원 300명)을 위치변경 인가를 받지 않은 채 서울 방배동에서 운영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2004년 1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입지제한규정 위반 등을 사유로 들어 이들 대학원을 천안으로 복귀하도록 행정제재 조치를 취했다.
감사원 천안 복귀 요구에 행정소송
그러나 이에 대해 백석대가 2004년 3월 “학칙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 서울에서 운영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인가를 받은 것이니 행정제재 조치는 부당하다”며 행정제재 해제를 요청하자, 교육부는 행정제재 당시의 사정과 아무 변동사항이 없는데도 백석대의 논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제재를 한 지 3개월 만인 2004년 4월 이를 해제해줘 사실상 위치변경을 인가했다.
그러면 감사원 처분요구서에 적시된 이러한 비리사실에 대한 시정조치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취재 결과 처분요구서가 교육부에 통보된 지 3개월이 흐른 6월 현재까지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백석대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던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 1과 관계자는 “감사원은 감사 결과로만 이야기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오늘(6월11일) 오전에도 교육부에 감사원의 처분요구 사항을 이행했는지 물어봤으나 아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중간보고라도 해달라고 독촉한 사실은 있다”고만 밝혔다.
이와 관련, 교육부 사립대학지원과의 한 직원은 “감사원 처분요구서를 받은 직후 백석대에 대학원의 천안 복귀를 요구했지만 이에 불복한 백석대 측이 4월 우리 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인가 대학원 운영의 방조자인 교육부 직원 3명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서도 “3월 행정자치부 제2중앙징계위원회에 이들의 징계건을 회부했지만, 기존 중앙부처 4급 과장 이상 징계 대상자가 워낙 많아 7월은 돼야 징계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간동아’는 미인가 대학원 운영에 대한 백석대의 반론을 듣기 위해 6월12일 학교법인 백석학원 측에 ‘미인가 대학원의 천안 복귀를 이행하지 않는 사유’에 대한 해명자료를 요구했고, 백석학원 김모 법인국장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국장은 2시간 뒤 전화를 걸어와 약속한 자료 대신 “미인가 대학원 운영 부분에 대해 백석대는 교육부 측으로부터 ‘사실상의 인가’를 얻었다고 줄곧 생각해왔고, 현재 이 문제는 재판 중인 사안인 만큼 법원의 법적 판단을 따르겠다는 게 백석학원의 생각”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그는 이어 “2001년과 2002년 교육부의 ‘미인가 대학원 학위과정 운영’ 실태조사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한 백석대 직원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담당직원의 업무 미숙으로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돼 주의처분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2006년 고등교육기관 교육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백석대는 국내 4년제 대학 중 인문사회(입학금을 제외한 연간 재학생 평균학비 663만3000원) 및 이학(808만1000원) 계열 학비가 가장 비쌌다. 반면 교육비 환원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05년도의 경우 백석대의 교육비 환원율(당시 교명은 천안대)은 65.5%로, 전국 사립대학 교육비 환원율 하위 10개 대학에 속했다. 등록금 수입총액(등록금+수강료)을 교육활동(직접교육비)에 사용한 비율인 교육비 환원율은 대학의 교육투자 현황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최소 100%는 넘어야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라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얘기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다수 대학원을 서울로 이전함으로써 수도권 학생들을 ‘공격적’으로 유치해 등록금 수입 불리기에 나선 한 사학의 부도덕성에 사법부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백석대가 그간 보여온 교육적 공헌을 외면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교훈마저 무색게 하는 기독교대학의 탈법행위와 이를 알고도 ‘나 몰라라’ 한 교육부의 부적절한 ‘공생’이 또 하나의 비리사학을 낳게 한 대한민국 사학계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