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요커=캐리’라는 공식은 틀리다. 목선이 깊게 파인 드레스에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은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뉴요커 중 한 명일 뿐이다. 그렇다면 진짜 뉴요커는 누굴까? 뉴요커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 마녀와 야옹이의 블로그(www.nylong.com)에 게재된 ‘진짜 뉴요커? 뉴요커를 구별하는 118가지 항목’으로 이런 궁금증을 풀어보자. 글쓴이는 뉴욕에서 10년 넘게 유학생활을 한 한국인 부부. 이들은 주간 매거진 ‘타임아웃 뉴욕’에 실린 뉴요커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모으고, 거기에 자신들의 경험담을 덧붙여 이 글을 썼다. 200자 원고지 130장 분량의 글을 읽기 좋게 간추렸다. - 편집자 -
●자전거는 가구의 일부다=자전거 도둑이 많은 데다 지하보관실이 따로 없으니 집 안에 보관할 수밖에.
●버려진 가구를 들고 오는 배짱이 있다=눈만 크게 뜨면 버려진 장롱 책상 의자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도 상태가 좋은! 그것을 메고 갈 의지만 있다면, 친구에게 버려진 물건을 주워왔다는 핀잔을 들을까 걱정하는 쪼다만 아니라면 그 가구는 당신 것.
●뉴저지에 있는 IKEA에서 큰 물건을 산 뒤 버스를 타고 집까지 질질 끌고 온다=배달비 99달러를 아끼기 위해서라면야!
●다음 사건들에서 살아났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2001년 9·11테러, 2000년 금연법 시행, 1977년 Son of Sam 연쇄살인사건, 1968년 도시를 악취로 진동시킨 청소부 파업, 1863년 남북전쟁 징집 반대 폭동.
●최소 300달러짜리 식사를 한다=1년에 한 번, 어쩌다 공돈이 생겼을 때 가증스럽게 비싼 음식을 코스별로 주문하면서 스스로를 대견해한다.
●바 또는 레스토랑에서 유명인사, 유명연예인 옆에 앉아도 신경 안 쓴다=이것이 지친 그들을 위하는 일이다.
●햇볕 쨍쨍한 여름날 미드타운을 걷다 물방울 세례 미스터리를 경험한 적 있다=어떤 놈이 17층에서 침을 뱉었나? 아니야, 창 밖에 달린 낡은 에어컨에서 샌 물일 거야.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집에서 쉰다=뉴저지, 롱아일랜드, 코네티컷 그리고 그 밖의 종잡을 수 없는 야생의 땅에서 온 사람들이 주말에 이 도시를 구경하러 오니까. 식당은 미어터지고 바는 닭장이 된다.
●회사나 학교를 땡땡이치려는 순간, 길모퉁이의 커피 카트 사내가 다가와 “대체 여기서 뭐 하느냐”고 묻는다=800만명이 사는 맨해튼에서는 친한 친구를 피하거나 엄마를 속일 수 있어도, 매일 마주치는 커피 카트 남자를 피할 수는 없다.
●바니백화점 창고세일 때 원하는 물건을 차지하려 싸운다=1년에 단 두 번, 110평 공간에서 디자이너 제품이 75%까지 할인 판매된다. 2주 후 20~40%의 추가 할인이 있다.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고 도전한다.
●유명 할인백화점 ‘센츄리 21’ 한가운데서 속옷바람으로 옷을 갈아입은 적 있다=31개의 드레스룸이 있지만, 입생 로랑 드레스를 단돈 100달러로 할인해주는 데 대한 보답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예의다.
●센트럴파크에서 뉴욕그랜드오페라단 공연을 본다=뉴욕 필하모니 같은 우아함은 없지만, 뉴욕그랜드오페라의 투박한 프로덕션은 지난 30년 동안 지역주민들을 위한 훌륭한 오페라 입문서였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베르메르 그림이 어디 걸려 있는지 다 안다=뉴요커들은 17세기 네덜란드 거장 베르메르를 유난히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30여 개에 불과한데 8개가 뉴욕에, 그중 5개가 메트에 있다!
●방금 문을 연 멋진 레스토랑으로 잽싸게 가 식사한다=음식비평가들이 시즌마다 선정하는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뽑히기 전에 가봐야 친구들에게 “응, 난 거기 가봤어”라고 말할 수 있다. 소문나면 맛도 없어지고 예약하기도 무지 어렵다.
●어젯밤 테이크아웃한 음식을 오늘 아침, 그리고 점심으로 먹는다=사온 지 사흘이나 돼 굳어버린 흰쌀 밥은 식당에서 얻은 머스터드소스에 비벼 먹는다.
●소호가 쇼핑몰로 바뀌어가는 걸 유감으로 생각하면서도 그곳으로 쇼핑하러 간다
●집 근처 여섯 블록 안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
●거리에서 핫도그를 사서 1분 안에 다 먹는다
●새벽 2시에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한다
●자동차 경적, 사이렌 소리, 술 취한 사람의 주정 소리가 없으면 잠이 잘 안 온다
[more!]
부동산
욕조가 부엌에 있는 이상한 아파트를 빌릴까 심각하게 고려해봤다.
애인과 헤어진 뒤에도 나가 살 돈이 없어 계속 함께 산 적이 있다.
아파트 옥상을 개인 선탠장, 파티장, 7월4일(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전망대로 활용한다.
뉴요커가 시 외곽으로 나갔을 때 겪는 진실들
대형 할인점에서 긴 줄을 선 순간, 오만 가지를 다 파는 뉴욕의 작고 한가한 델리가게를 그리워한다.
가게들은 왜 이리 일찍 문을 닫고 음식은 맛이 없지? 또 사람들은 왜 그렇게 느릿느릿 걷는 거야?!
나의 뉴욕 아파트 렌트비로 이 시골에선 어떤 맨션에서 살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지역 부동산 광고를 자세히 읽는다.
외지에서 온 손님과 놀아줘야 할 때나 하는 일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 가기
파스티스(Pastis) 테라스에서 브런치 먹기
아주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기(물론 본인은 공짜인 경우에만)
조용신 씨는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했다. 월간 ‘더 뮤지컬’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뮤지컬 전문 제작사 ‘설앤컴퍼니’에서 프로덕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이수진 씨는 출판기획사에서 일하다 연극 대본을 썼다. 2004년 조용신 씨와 공동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역사를 통사적 관점에서 다룬 전문 뮤지컬 도서 ‘뮤지컬 스토리’를 출간했다. 현재 뉴욕에서 드라마를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