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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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의 말썽꾼? “우린 아냐!”

국내 허용 논란 ‘헤지펀드’에 관한 오해와 진실 … 부자들 전유물도 이젠 옛말

  • 이상배 머니투데이 경제부 기자 ppark140@paran.com

    입력2007-06-20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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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시장의 말썽꾼? “우린 아냐!”
    헤지펀드가 새삼 화제다. 이번엔 정부가 먼저 운을 띄웠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강연이 시발점이 됐다. 권 부총리는 최근 영국 경제전문지 ‘유로머니’ 주최 ‘한국자본시장 대회 2007’에서 “헤지펀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상목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이에 대해 “장기적으로 헤지펀드를 허용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 특화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우리나라로선 헤지펀드 허용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게 정부의 견해다.

    이를 놓고 벌써부터 헤지펀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환영하는 사람부터 우려하는 사람, 시큰둥한 사람까지 반응도 다양하다. ‘헤지펀드=환투기꾼=환위기 주범’. 일반인의 머릿속에 각인된 등식이다. 정말 그럴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헤지펀드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일까.

    [헤지펀드가 뭐기에]

    먼저 헤지펀드의 정의부터 내려보자.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모펀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자산운용사들이 공개적으로 돈을 모아 운용하는 공모펀드에 비해 규제가 크게 완화된 펀드라는 얘기다. 사모투자펀드(PEF)에서 남은 투자 제한을 없앤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



    헤지펀드의 일반적인 특징은 △사모방식으로 자금을 모아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빚(부채)과 공매도(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것)를 활용하고 △절대수익을 추구하며 대가로 성과수수료를 받고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정도다.

    물론 모든 헤지펀드가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요즘은 부채와 공매도를 활용하지 않는 헤지펀드도 많다. 중요한 건 누가, 누구에게서 돈을 모아, 어떻게 운용하느냐다. 미국 등 외국 헤지펀드를 보면 소규모 사설 운용사에서 돈을 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당국의 규제를 벗어난 소규모 자본의 파트너십 형태가 많다.

    외환시장의 말썽꾼? “우린 아냐!”


    투자하는 사람들은 통상 보험사, 연금 등 기관이나 거액 자산가들이다. 외국 헤지펀드는 100~500명 이하의 기관이나 개인들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용 방식의 경우 외국 헤지펀드에는 투자 대상이나 자산 비중 등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에 동시 투자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이미 도입된 PEF와 비슷한 점이다.

    그러나 PEF에는 경영권 확보를 전제로 투자해야 한다는 등의 규제가 있는 반면, 헤지펀드에는 그런 것조차 없다. 경영권 인수를 주된 전략으로 하는 론스타의 경우 일부에서는 헤지펀드로 불리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PEF다.

    최근에는 KT·G 경영권을 공격한 스틸파트너스처럼 ‘기업사냥꾼’형 헤지펀드도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헤지펀드는 기업사냥 대신 시장에서 일반적인 투자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점도 헤지펀드의 특징이다. 헤지펀드는 코스피지수(종합주가지수) 같은 주가지수와 비교하는 ‘상대수익’ 대신 무조건 돈을 버는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요즘처럼 코스피지수가 치솟았을 때 주가 하락이 두려운 이들에게는 헤지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헤지펀드에 대한 안 좋은 추억]

    그럼 ‘헤지펀드=환투기꾼= 환위기 주범’이라는 등식은 지금도 들어맞을까. 이는 1997년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바닥날 때 일부 헤지펀드들이 개입하면서 생긴 인식이다. 게다가 92년 9월 영국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로 불리는 ‘파운드화 폭락 사태’가 조지 소로스라는 헤지펀드 매니저의 손에서 촉발된 것도 사실이다. 98년에는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라는 헤지펀드가 미국 금융시장을 위기 직전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헤지펀드 규모는 무려 1조2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에게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금융시장은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이 국제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헤지펀드가 늘 위험하고 환투기만 일삼는 것은 아니다. 헤지펀드를 둘러싼 편견에 대해 차례로 살펴보자.

    첫째, 모든 헤지펀드는 정말 환투기꾼들일까? 외환시장을 주요 활동무대로 삼은 소로스 때문에 생긴 오해다. 소로스가 주로 활동하던 90년 당시에는 헤지펀드 가운데 소로스처럼 환율시장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는 ‘글로벌 매크로’(전 세계 거시경제) 전략의 헤지펀드가 70% 이상을 차지했다. 유럽통합, 동아시아 금융위기 등으로 환율에서 돈을 벌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퍼스트보스턴(CSFB) 트레몬트의 헤지펀드 지수를 기준으로 보자. 올 3월 기준으로 ‘글로벌 매크로’ 전략의 헤지펀드는 전체 헤지펀드의 16%(운용자산 기준)에 불과했다.

    헤지펀드의 전략은 이 밖에도 △주가가 오를 종목은 사고 떨어질 종목은 공매도하는 ‘롱숏(Long-Short)’ △전환사채(CB)에 주로 투자하는 ‘전환 차익거래(Convertible Arbitrage)’ △채권의 금리차를 활용하는 ‘채권 차익거래(Fixed Income Arbitrage)’ △인수·합병(M·A) 등 특정 이슈에 베팅하는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신흥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s) 등 무수히 많다.

    또 ‘글로벌 매크로’ 전략의 헤지펀드 가운데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곳도 많다. 환투기를 주된 전략으로 삼는 곳은 전 세계 헤지펀드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요즘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롱숏’ 전략이 대세다. 싱가포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최근 한국 등 신흥시장으로 진출하는 헤지펀드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롱숏’을 주된 전략으로 쓰는 곳이 가장 많다”며 “글로벌 매크로 전략이 헤지펀드의 주류이던 시절은 갔다”고 말했다.

    둘째, 헤지펀드는 모두 위험하다?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헤지펀드의 ‘헤지(Hedge)’가 ‘위험을 방어하다’라는 뜻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들에 늘 ‘위험하다’는 꼬리표가 붙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바로 부채와 ‘쏠림 현상’이다.

    부채에 대한 규제가 적기 때문에 빚을 과도하게 끌어다 쓸 수 있고, 빚을 떠안은 채 손실을 입으면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모든 헤지펀드가 부채를 끌어 쓰는 것은 아니다. 또 자기자본의 몇 배 규모 부채를 동원하는 헤지펀드도 실제로는 많지 않다.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헤지펀드 수는 1만 개가 넘는다. 신생 헤지펀드들이 이런 시장에 뛰어들어 자금을 모으려면 독특한 전략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레 부채를 안 쓰거나 적게 쓰는 유형의 헤지펀드도 많아졌다.

    다만 헤지펀드 업계에서 ‘쏠림 현상’은 피하기 어렵다. 비정상적으로 싼 자산을 사고, 비싼 자산을 파는 것을 전략으로 삼다 보니 저마다 손대는 자산이 비슷해진다. 2004년 4월 ‘차이나 쇼크’ 당시 헤지펀드 업계의 전체 수익률이 급락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헤지펀드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닌 셈이다.

    따라서 헤지펀드에 투자하려면 헤지펀드에 간접투자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 등을 통해 다양한 전략에 분산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셋째, 헤지펀드에는 부자들만 투자한다? 헤지펀드가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기관들이나 거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등을 중심으로 중산층 가정도 헤지펀드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0만 달러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 헤지펀드가 많고, 10만 달러 또는 1만 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또 목돈이 없다면 ‘펀드 오브 헤지펀드’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해외 헤지펀드에 간접투자하는 방식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상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

    [헤지펀드 허용되면 뭐가 달라지나?]

    정부가 먼저 운을 떼긴 했지만, 사실 헤지펀드가 단기간에 허용될 가능성은 낮다.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금융시장 교란, 투자자 피해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실제 허용되더라도 곧바로 큰 변화가 있기는 힘들다. 당장 운용사 자격에 대한 규제까지 사라지기는 힘들다. 헤지펀드를 허용한다고 아무나 헤지펀드를 운용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금융감독 당국의 정서다. 헤지펀드가 허용되더라도 현행 자산운용사 인가 요건에 비해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이 처음부터 자유롭게 헤지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투자자 보호가 임무인 감독당국으로선 개인에게까지 헤지펀드를 판매하는 문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원금손실 등의 위험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들은 헤지펀드 허용 후에도 당분간 헤지펀드에 간접투자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에 만족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은 지금처럼 앞으로도 헤지펀드에 직접투자가 가능하다. 이미 일부 대형 보험사나 연기금은 GAM 등 국내에서 마케팅을 벌여온 헤지펀드 운용사에 자금을 맡겼다.

    결국 헤지펀드 허용 초기에는 기관들이 토종 헤지펀드사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정도의 변화만 있을 전망이다.

    한편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자산운용 역량이 성숙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헤지펀드 설립이 허용될 경우 외국계 운용사들이 국내 헤지펀드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한 감독당국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국내 업계가 외국계와 경쟁해 우위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라며 “또 금융사들이 헤지펀드와 거래하려면 위험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 금융업계에서 그게 가능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의 메카’ 그리니치는 어떤 곳?

    인구 6만명 소도시 … 운용자산 규모 1000억 달러 넘어


    외환시장의 말썽꾼? “우린 아냐!”

    그리니치 시내 전경.

    은퇴한 백인 부자들이 조용히 노후를 즐기는 부촌으로 유명한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 남쪽 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인구 6만명의 시골 도시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이곳이 전 세계 ‘헤지펀드의 메카’인 그리니치다. 한적한 시골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 건물 주차장마다 길게 늘어선 최고급 승용차들이 이 명성을 실감케 한다.

    이곳에서 운용되는 헤지펀드의 자산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헤지펀드 운용자산의 10분의 1가량이 몰려 있는 셈이다. 전 세계 헤지펀드 가운데 약 4분의 3이 미국에 있는데, 그중에서도 헤지펀드가 가장 많이 몰린 곳이 그리니치와 뉴욕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도 활동 중인 애머랜스 투자자문(Amaranth Advisors LLC), 웩스포드캐피털(Wexford Capital LLC) 등도 그리니치에 거점을 두고 있다.

    그리니치가 헤지펀드의 중심지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퇴직한 펀드매니저들이 자택 근처에 사무실을 열고 헤지펀드를 만들면서부터다. 지금도 매일같이 밀려드는 헤지펀드들 덕에 그리니치 상업지구의 공실률은 5% 이하를 유지한다. 쓸 만한 건물은 모두 꽉 들어찬 상태다. 이곳에 새로 사무실을 얻으려는 헤지펀드들은 수개월씩 기다려야 한다. 사무실 임대료도 뉴욕 맨해튼 수준에 버금갈 정도다.

    이처럼 헤지펀드가 집중적으로 모인 곳이지만, 길거리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잇따라 일어나는 헤지펀드 관련 사고를 의식해 외부 활동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한 현지인은 “신문을 보면 이곳에서만 하루 걸러 1건씩 헤지펀드 관련 사고가 터진다”고 전했다.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의 미드타운에도 최근 몇 년 사이 헤지펀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동시에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맨해튼에서 만난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헤지펀드가 생겨나고, 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전했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스스로를 ‘에비에이터’라고 부른다. 비행조종사라는 뜻의 에비에이터는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로켓 사이언스’로 불리는 금융공학을 무기로 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워드 휴즈처럼 꿈과 야망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자신들의 모습을 빗댄 표현이기도 하다.

    뉴욕 맨해튼 시내의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주중에는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힘들다”며 고단함을 털어놓았다. 아시아 유럽 등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는 업무시간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급격히 불어난 시장 규모 못지않게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탓에 많은 헤지펀드가 위험한 곡예비행을 펼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수익률에 눈이 멀어 망할 게 뻔한 회사의 부실채권이나 전환사채를 사들이는 헤지펀드도 있다”며 “위험관리가 소홀한 헤지펀드에 돈을 맡겼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세회피 헤지펀드의 천국 ‘라부안’

    말레이시아 정부 집중 육성 등록된 역외금융회사 3000개 ‘훌쩍’


    외환시장의 말썽꾼? “우린 아냐!”

    라부안 역외금융센터 건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동쪽으로 2시간 정도 가면 보르네오 섬 북쪽에 숲으로 뒤덮인 섬 하나가 나온다. 상공에서 보기엔 밀림과 띄엄띄엄 떨어진 농가뿐인 이 조그만 섬이 ‘역외 헤지펀드의 천국’ 라부안이다.

    아시아 최대 조세회피처인 이곳에서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공항 복도에 걸린 역외금융센터(IOFC) 안내판이다.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섬 남동쪽으로 가면 역외금융센터 건물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라부안 섬 최대 건물로, 주말에는 섬 주민의 휴식 공간으로 쓰이는 이 센터가 바로 아시아 조세회피 자금에는 등기소 같은 곳이다.

    라부안은 술 담배 초콜릿에 세금을 면제한다는 것 외에는 보통 휴양지와 다를 바 없는 평화로운 섬이다. 그런 섬이 아시아 역외 헤지펀드의 중심지가 된 것은 1990년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곳에 역외금융센터를 세운 뒤부터다. 이때부터 말레이시아 정부는 라부안을 역외금융 허브로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다.

    라부안 역외금융센터를 관리하는 라부안 역외금융서비스당국(LOFSA)은 라부안을 이슬람권 최대 금융 중심지로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라부안에 등록된 역외금융회사 수는 3000개를 훌쩍 넘어선다.

    역외 자금이 라부안 역외금융센터로 몰리는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이곳에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등록해두면 말레이시아와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은 나라에 투자할 경우 증권을 보유하면서 얻는 배당 등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물지 않는다. 거래세는 1년에 최대 5260달러만 내면 된다.

    다만 우리나라에 투자할 때는 예외다. 지난해 6월까지는 라부안에 페이퍼컴퍼니를 등록해두고 우리나라에 투자하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미국계 사모투자회사(PEF) 뉴브리지캐피털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되팔면서 1조원 넘는 차익을 올리고도 세금을 물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정부가 조세회피처 펀드에 대해 배당, 이자, 주식양도 등을 통한 소득에 세금을 원천징수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3년 내에 해당 지역의 ‘실질 귀속자’임을 입증하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라부안에 등록한 펀드들은 대부분 페이퍼컴퍼니여서 ‘실질 귀속자’로 인정받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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