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화체제가 20주년을 맞이했다. 좌우 진영 모두 87년 체제의 효력이 끝났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제17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탄생하는 새 정부가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2008년부터는 어떤 시대가 열려야 하는가? 그 해답으로 현재 경제민주화와 선진화 두 가지 대안이 제출돼 있다.
경제민주화론은 87년 이후 진행돼온 ‘절차적(정치) 민주화’는 안정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실질적(경제) 민주화’는 답보 또는 퇴보하고 있다는 상황인식에 기초해,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는 양극화 해소 등 경제민주화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열린우리당, 민노당, 좌파 시민단체와 학계가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큰 정부, 규제강화, 증세 등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한편 선진화론은 자유주의가 결핍된 민주화시대의 효력은 이미 끝났으며, ‘작은 정부-큰 시장’으로의 시스템 개혁을 통해 신(新)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인식한다. 규제완화, 감세, 공기업 민영화, 신(新)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 기법의 도입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그래야 투자 의욕이 고취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그 결과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시도는 노무현 정부에 의해 일정 정도 이뤄졌다. 수도권 규제와 행정수도 이전 등 인위적 균형발전, 고율의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부과를 통한 고급 아파트 수요억제, 출자총액제한제를 비롯한 대기업 집단 규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요컨대 잘나가는 부분에 세금폭탄과 규제를 가해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불평등은 심화됐다. 양극화 해소를 그토록 외쳤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각종 지수는 악화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세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청년실업의 고통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자유를 중시하면 자유와 일정 수준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지만, 평등을 중시하면 자유와 평등 모두 망치게 된다”는 하이에크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의 지적과 역사적 경험을 도외시한 결과다. 성장이 반드시 분배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중국은 개혁개방 원년인 1978년 0.2로 상당히 평등했던 지니계수가 90년 0.343으로 악화된 뒤 2005년 0.496으로 더 높아지는 등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성장엔진이 멈춰선 곳에 분배 개선은 있을 수 없다. 성장 없는 분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분배 개선을 가능케 하는 성장’을 현실 목표로 삼아야 한다. 실제 ‘한강의 기적’은 한국의 지니계수를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자유주의 개혁을 통한 ‘연 7% 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향해 총진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올 대선, 자유개혁 통한 선진화 전환점 삼아야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좌익적인 일본 공산당조차 ‘청년들에게 일자리를’이라는 선거구호를 들고 나올 정도였지만, 지금은 대학생들이 일자리를 골라 취업하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활기를 되찾은 것은 우정(郵政)민영화로 대표되는 고이즈미 개혁 덕분이다. 고이즈미 개혁의 핵심은 ‘관(官)에서 민(民)으로’다. 간섭과 통제,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일삼는 관료사회의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하고 인원을 축소해 민간의 활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선택은 분명해졌다. 올 대선은 1987년 민주화체제가 끝나고 2008년 선진화체제가 열리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평등주의 개혁을 통한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자유주의 개혁을 통한 선진화가 새로운 시대정신이 돼야 한다. 이제 헌 시대는 가고 새 시대가 와야 한다.
경제민주화론은 87년 이후 진행돼온 ‘절차적(정치) 민주화’는 안정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실질적(경제) 민주화’는 답보 또는 퇴보하고 있다는 상황인식에 기초해,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는 양극화 해소 등 경제민주화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열린우리당, 민노당, 좌파 시민단체와 학계가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큰 정부, 규제강화, 증세 등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한편 선진화론은 자유주의가 결핍된 민주화시대의 효력은 이미 끝났으며, ‘작은 정부-큰 시장’으로의 시스템 개혁을 통해 신(新)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인식한다. 규제완화, 감세, 공기업 민영화, 신(新)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 기법의 도입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그래야 투자 의욕이 고취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그 결과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시도는 노무현 정부에 의해 일정 정도 이뤄졌다. 수도권 규제와 행정수도 이전 등 인위적 균형발전, 고율의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부과를 통한 고급 아파트 수요억제, 출자총액제한제를 비롯한 대기업 집단 규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요컨대 잘나가는 부분에 세금폭탄과 규제를 가해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불평등은 심화됐다. 양극화 해소를 그토록 외쳤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각종 지수는 악화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세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청년실업의 고통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자유를 중시하면 자유와 일정 수준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지만, 평등을 중시하면 자유와 평등 모두 망치게 된다”는 하이에크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의 지적과 역사적 경험을 도외시한 결과다. 성장이 반드시 분배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중국은 개혁개방 원년인 1978년 0.2로 상당히 평등했던 지니계수가 90년 0.343으로 악화된 뒤 2005년 0.496으로 더 높아지는 등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성장엔진이 멈춰선 곳에 분배 개선은 있을 수 없다. 성장 없는 분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분배 개선을 가능케 하는 성장’을 현실 목표로 삼아야 한다. 실제 ‘한강의 기적’은 한국의 지니계수를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자유주의 개혁을 통한 ‘연 7% 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향해 총진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올 대선, 자유개혁 통한 선진화 전환점 삼아야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좌익적인 일본 공산당조차 ‘청년들에게 일자리를’이라는 선거구호를 들고 나올 정도였지만, 지금은 대학생들이 일자리를 골라 취업하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활기를 되찾은 것은 우정(郵政)민영화로 대표되는 고이즈미 개혁 덕분이다. 고이즈미 개혁의 핵심은 ‘관(官)에서 민(民)으로’다. 간섭과 통제,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일삼는 관료사회의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하고 인원을 축소해 민간의 활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선택은 분명해졌다. 올 대선은 1987년 민주화체제가 끝나고 2008년 선진화체제가 열리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평등주의 개혁을 통한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자유주의 개혁을 통한 선진화가 새로운 시대정신이 돼야 한다. 이제 헌 시대는 가고 새 시대가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