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취임 이후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트럼프 1기 때도 ‘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점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표 참조). 하지만 정책 시행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다. 트럼프 1기 초반에는 감세 및 규제 완화 조치에 더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곧바로 ‘세금 감면 및 일자리법(TCJA)’을 통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췄다. 또 기업 공제 혜택을 확대하고. 해외에서 발생하는 법인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 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는 기업 투자·이익에 관한 기대로 이어지며 경제 전반 및 주식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세금 감면 우선했던 1기, 관세 확대 우선하는 2기
트럼프 1기 때 관세 부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2018년이다. 이때도 특정 품목부터 관세를 부과했고, 대(對)중국 관세는 같은 해 7월 이후 본격화됐다. 이것이 2019년부터 성장 모멘텀 둔화로 반영됐다. 하지만 세금 감면 등 부양 조치를 통해 완충 여건을 만들어놓은 다음에 관세 기조로 옮겨간 것이라서 금융시장이나 경제 여건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트럼프 2기는 관세 부과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더욱이 관세 부과 대상을 중국 이외 국가로까지 확대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은 적어도 4월 초 상호관세가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셈이다. 또한 심리지수를 중심으로 미국 경제지표들은 시장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미국 경기는 침체로 진입하는 것일까. 현 시점에서는 경기침체보다 완만한 성장 둔화 정도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일단 트럼프 관세 부과가 경기침체를 유도할 정도로 과격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관세 부과는 목적보다 수단으로 여겨지며, 선과세-후협상 자세로 타협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초반에는 관세 부과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성장 부진 우려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에 균형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 경제가 위축될 정도로 과격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내년 미국에서는 중간선거가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은 관세 관련 이슈에 집중하더라도 연말로 갈수록 경기 부양 쪽에 시선을 둘 가능성이 크다. 만약 트럼프 관세 부과가 막무가내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수요 측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적절한 성장 둔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한하고, 성장을 위한 유동성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연준 금리인하와 금융기관 규제 완화 전망
트럼프 2기가 시작된 후 물가는 1기 때와 비교해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관세 부과는 수입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성장 둔화를 유도해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소매업체들은 트럼프 2기 관세 부과를 앞두고 많은 재고를 축적했으며 수입 규모도 급증했다. 이렇게 앞당긴 가수요 여파로 단기적 부작용이 지표 둔화로 나타날 수 있다. 또 일부 기업은 관세에 따른 공급망 조정과 비용 절감에 대응해 고용 계획을 축소하거나 신규 고용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된다면 연준의 통화정책은 성장으로 조금씩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올해 연준이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금융기관의 규제 완화와 함께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서 금융 및 경제의 유동성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상반기 미국 경기는 기업이 관세정책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보류하고 고용 계획에 보수적으로 움직이면서 부진할 가능성이 크지만, 하반기에는 연준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금융기관 규제 완화에 나섬으로써 유동성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이는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투자 사이클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만큼 미국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하반기로 갈수록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