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3월 7일(이하 현지 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반미·반이스라엘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반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
예멘 인구 4100만여 명 중 시아파는 35%를 차지한다. 나머지 65%는 수니파로, 초대 칼리프부터 모든 칼리프를 인정하는 쪽이다. 사다주 주민들은 수니파인 예멘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이들은 후티 반군이라는 무장단체를 만들어 예멘 정부군에 맞섰다. 후세인 바드레딘 알후티와 압둘말리크 알후티 형제가 주도해 ‘후티’라는 이름이 붙었다. 후티 반군은 2004년 우두머리인 후세인이 사망한 뒤 예멘 정부를 타도하고자 무력 투쟁을 전개해왔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영향으로 예멘에서도 정치적 혼란이 생기자 후티 반군은 2015년 1월 사나를 점령한 후 예멘을 통치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수니파 집중 거주 지역인 예멘 남부 주들은 후티 반군의 통치를 거부했다. 이후 후티 반군과 정부군은 지금까지 내전을 벌이고 있다.
시아파인 이란은 후티 반군을,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예멘 남부 정부군을 각각 지원해왔다. 사우디는 2015년 3월 예멘이 이란의 위성국가가 되는 것을 막고자 UAE·바레인·쿠웨이트 등과 함께 아랍 연합군을 결성해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며 내전에 개입했다. 아랍 연합군은 7년간 공습과 지상전을 펼쳤으나 오랜 게릴라전 경험을 가진 후티 반군을 제압하지 못하고 2022년 철군했다.
후티 반군은 현재 사나를 비롯해 예멘 북서부, 홍해 해안 지역을 장악했다. 해당 지역은 전체 국토의 3분의 1이지만 예멘 인구 70%가 거주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독자적인 정부를 운영하면서 세금을 징수하고 자체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후티 반군의 병력은 10만~12만 명으로 사실상 정규군 조직을 갖췄다. 게다가 이란은 후티 반군에 대규모 자금은 물론,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드론(무인기) 등 최신예 무기도 대량 지원해왔다. 이 때문에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함께 반미·반이스라엘을 기치로 내건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린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2023년 10월 8일부터 가자지구 전쟁을 벌이자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에 200여 차례에 걸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특히 후티 반군은 홍해를 오가는 서방 상선 등을 공격했다. 홍해 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가장 빠르고 중요한 바닷길이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운송되는 해운 물류는 세계 컨테이너 물량의 30%를 차지한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세계 물류의 동맥’으로 불리는 홍해 항로가 막히면서 물류대란이 벌어지는 등 각국 해운사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후티 반군은 1월 19일(이하 현지 시간)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시작되자 홍해 항로를 오가는 선박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다. 이때까지 후티 반군은 상선 145척을 공격해 2척이 침몰하고 선원 4명이 사망했다.

3월 19일 미군의 공습을 받은 예멘 사나 한 주택가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지옥이 비처럼 내릴 것”
후티 반군은 3월 4일 홍해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을 또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티 반군을 완전 소탕하겠다며 무력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군은 3월 15일부터 예멘 곳곳에 자리한 후티 반군의 시설과 군사기지들을 대상으로 전투기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공습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압도적이고 치명적인 무력을 우리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사용할 것”이라면서 “그들이 공격을 그만두지 않으면 전에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지옥이 비처럼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대규모 해외 군사작전을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은 홍해 인근에 해리 S. 트루먼호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했고,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칼빈슨호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 지역으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미국이 압도적인 전력을 중동 지역에 배치하는 것은 후티 반군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소탕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후티 반군이 항복을 선언할 때까지 무기한 공습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명령을 내린 명분으로 홍해 항로의 물류 보호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핵 협상 제안을 거부한 이란을 압박하려는 속셈이다. 마이크 왈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A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문제에 관한 협상을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제안했지만 이란이 이를 거부했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야톨라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2월 7일 이란 테헤란에서 공군 장교들과 가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이란 직접 충돌 가능성도
미국이 후티 반군 소탕에 2개의 항모 전단을 배치한 것은 이란을 상대로 한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과 후티 반군은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관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고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 정유회사와 원유 터미널 한 곳을 제재하고, 제재를 피해 원유를 수출해온 이란 선박 8척 등에 대해서도 운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란도 미국의 경고에 맞서 걸프만에 새로운 미사일을 배치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3월 22일 에너지자원 해상 운송의 허브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 3개 섬 등에 600㎞ 이내 어떤 표적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을 포진시켰다고 밝혔다. 이란은 또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에 대한 공습에 대비해 방공망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이 이란의 사주로 이스라엘은 물론, 예멘과 인접한 지부티, UAE의 미군기지, 사우디 등을 공격해 미국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경우 미국과 이란이 직접 무력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