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국 불안과 미국발(發) 관세 전쟁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1470원에 육박하고 있다. 뉴스1
최근 X(옛 트위터)에서 조회수 18만 회를 기록한 게시 글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급격하게 올라 원화로 같은 액수의 급여를 받아도 달러로 환산한 실질 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100만 원을 똑같이 받아도 환율이 1315원일 때 달러 수입은 760달러지만, 환율이 1470원일 때 수입은 680달러가 된다. 해당 게시 글 아래에는 환율이 올라 유학에 드는 비용이 1000만 원가량 늘어난 탓에 “가만히 있었는데 거지가 됐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달러 강세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3월 25일 장중 1470원을 찍었다(그래프 참조). 장중 고가가 1470원대에 이른 건 2월 3일 이후 처음이다. 연초 대비 달러지수는 하락했지만, 미국의 관세 예고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가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1470원대 흔드는 ‘이중 악재’
2월 말 1420원대까지 내려왔던 원/달러 환율이 50여 일 만에 또다시 1470원대를 돌파했다.
3월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7.6원에 개장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 서비스업 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를 반영해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11시쯤 1471.1원 고점을 찍었다.
미국발(發) 관세 불확실성이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면서 관세 관련 장벽을 둔 국가를 ‘더티15’로 지목하고 4월 2일부터 상호관세를 발효할 예정이다. 한국이 여기에 포함되면 고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자 아시아 통화는 약세를 보였다. 3월 27일 엔/달러 환율은 150엔대, 위안/달러 환율은 7.27위안대로 거래되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3월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기각 소식에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원 오른 1467.7원을 기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약세를 보이는 통화들의 공통점은 자국 내 정치적 불안”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470원에 육박하는 현상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내수경기 악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도 “3월 이후 달러가 소폭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 문제를 겪는 튀르키예 리라화와 한국 원화만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탄핵 끝나도 ‘수급’ 숙제 남아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연간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360(하단)~1470(상단)원에서 1380~15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 역시 환율 등락 범위를 1465~1473원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에도 환율이 빠른 속도로 내려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위 연구원은 “탄핵 정국이 일단락되면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일시적인 환율 하락이 동반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수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증권에 투자하고 국내 기업들의 투자 대기 자금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이는 모두 달러 수요를 자극한다”며 “이 같은 달러 수요가 원/달러 환율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제 구조 변화나 상황을 반전할 만한 이벤트가 확실하지 않으면 환율은 달러인덱스(세계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해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표시하는 지표)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4월 초 전후로 대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대외 관세정책의 윤곽이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은 기다림의 시기”라고 분석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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