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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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 전사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 씨 “군가산점은 젠더 문제 아닌 최소한의 자부심 장치”

“병역의무 이행 정당한 대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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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03-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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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연평해전에서 숨진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 씨. 지호영 기자

    제2연평해전에서 숨진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 씨. 지호영 기자

    “군인을 존경하지 않는 사회에서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자부심을 느낄 장치가 필요합니다.”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 씨(51)가 군가산점 법안 제정 이유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매주 월요일 경기 광주에서 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으로 온다. ‘병역이행자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기 위해서다.

    김 씨가 든 피켓에는 “군가산점법 통과시켜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은 군가산점제 부활과 국가보훈부가 병역이행자 지원을 위한 기본 계획을 세우는 내용이 골자다. 김 씨의 남편인 한 상사는 참수리급 고속정 357호 조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북한군과 교전 중 전사했다. 김 씨는 “매주 국회에 오니 가끔은 여기서 일하는 사람 같은 기분이 든다”며 “내 남편이 한 일이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헛된 시간 보냈다고 생각지 않도록

    한기호 의원에게 직접 1인 시위를 제안했다고요.

    “청년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군대에 가요.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일인데 이를 조롱받기도 하죠. 사실은 격려하고 축하해야 할 일인데도요. 직업군인의 희생도 당연하게 여깁니다. 직업으로 선택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거죠. 하지만 모든 국군장병은 희생정신을 바탕에 두고 군복무를 합니다. 헌법이 규정한 병역의무를 적극 이행한 데 대한 정당한 대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군가산점제는 1999년 “신체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를 젠더 차별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군필자와 군 미필자로 나눠서 봐야 하는 거죠. 현재 군 간부의 10% 이상이 여성입니다. 군가산점제는 병역을 의무로 행하는 군인뿐 아니라, 복무한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입니다. 또 20여 년 전 제도와 달리 이번 발의 법안에서는 가산점의 정도가 대폭 수정됐습니다.”

    어떻게 달라졌나요.

    “과거 군가산점제에서는 각 과목 만점의 최대 5%에 해당하는 가산점이 주어졌지만 이번 법안에서는 10년 이상 장기 복무자에게 만점의 3%가 가산되고 의무로 군복무를 한 군인에게는 1%에 해당하는 가산점이 주어집니다. 군인들이 ‘내가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할 수만 있어도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생업도 있는데, 매주 1인 시위에 나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남편을 위한 일을 했으니 이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존 장병에 대한 예우 필요해

    김 씨가 국가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남편이 순직자가 아닌 전사자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제2연평해전 전사자 보상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는 데도 큰 힘을 보탰다. 지난해 12월에는 ‘김한나법’(군인재해법·공무원재해보상법·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군인이 순직한 후 추서 진급이 이뤄지거나 공무원이 공무로 사망해 직급 또는 직위가 올랐을 때 그것에 걸맞은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 씨는 입법 단계부터 법안 통과까지 4년을 바쳤다. 그는 “분단 상황에서 제3연평해전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며 “소급 적용을 받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지만 앞으로 나라를 위해 싸울 분들을 생각해 열심히 나섰다”고 말했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끼나요.

    “최근 제1연평해전에 참전한 분들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제2연평해전 생존자분들도 신체적·정신적 문제로 배를 타지 못해 진급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전사자만큼이나 생존 장병들에 대한 예우도 필요합니다.”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데 대한 비난도 많이 들었다고요.

    “‘관종이라 저런다’ ‘가짜 유족이다’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주변에서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요. 저도 가만히 있고 싶어요. 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으면 저라도 해야 하잖아요. 저는 남편의 제일 가까운 사람이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국가를 위해 일하는 분들을 대변해 싸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평해전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이제 20년 넘게 지났어요. 제 남편 이름이 아닌, 제 남편이 한 일이 기억되길 바라요. 누군가 나라를 지키다가 죽음을 맞았고, 이에 감사하고 안쓰러운 마음만 가져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군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국군장병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고요. 그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무사히 건강하게 제대해 뜻하는 바를 다 이루길 바랍니다. 군인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표현하지 않을 뿐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기억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