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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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 종이신문에서 정보 얻는다

[돈의 심리]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로 본 부자와 보통 사람의 차이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5-03-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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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금융연구소는 매년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웰스 리포트)를 발간한다. 한국 부자들의 자산관리 및 투자에 관한 보고서다. 해마다 발표되는 보고서지만 세부 내용은 매번 다르다. 2024 웰스 리포트는 부자들의 생활 습관, 사고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그중 몇 가지 공감할 수 있고 시사점을 주는 내용이 있다.


    일반 대중보다 경제 뉴스 소비 압도적

    내용들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웰스 리포트는 ‘금융 자산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사람’을 ‘부자’로 정의한다. 어떤 사람이 부자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금융기관의 경우 부동산보다 현금 등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 그래서 하나금융연구소도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부자 기준으로 정했다.

    또 2024 웰스 리포트는 부자 7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현금 1억 원 이하를 보유한 일반 대중 712명에게도 동일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했다. 이렇게 하면 부자와 보통 사람의 인식 차이를 파악할 수 있어서다.

    먼저 2024 웰스 리포트에서는 생활 습관 측면에서 부자와 일반 대중의 차이가 나타났다. 매일 오전 보통 사람이 하는 일로는 식사, 집안일, 음악 듣기 등이 있었다. 이런 일은 부자도 비슷한 비율로 했다. 육아, 기도·명상 등도 보통 사람과 부자의 비율이 비슷했다. 다만 신문이나 뉴스 보기, 독서, 하루 일과 계획하기 등에서 큰 차이가 났다. 부자들은 ‘종이신문이나 뉴스를 본다’는 비율이 33%에 달했고, ‘독서한다’가 12%였다. 일반 대중은 종이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비율이 18%였으며 독서는 7%였다. 부자들이 거의 2배 가까이 높았다. 부자들이 매일 훨씬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읽고 “부자 중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이 많으니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아서 옛날에 해오던 대로 그냥 종이신문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지는 말자. 내 경우 인터넷에 친숙하지 않을 정도로 나이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종이신문 5개를 구독해서 읽는다. 인터넷에 엄청난 자료들이 깔려 있다는 건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양질의 정보를 접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종이신문이 월등히 유용하다.

    또 하나 재밌는 건 어떤 분야를 읽느냐다. 부자와 일반 대중이 신문이나 뉴스에서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는지가 상당히 달랐다. 부자들은 경제 뉴스를 많이 봤다. 비중이 50%나 됐다. 그러나 일반 대중은 경제 뉴스를 보는 비중이 26%였다. 경제 뉴스 26%도 사실 굉장히 높은 수치다. 정치, 사회, 스포츠, 연예 뉴스보다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도 경제 뉴스를 꽤 본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그것보다 경제 뉴스를 더 많이 보고 있었다.

    ‌정치, 문화, 사회, 국제 뉴스는 부자나 일반 대중이나 거의 비슷하게 봤다. 그런데 일반 대중이 부자들보다 월등히 많이 보는 분야가 있었다. 연예·스포츠 뉴스다. 부자들은 연예·스포츠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7%였다. 이에 비해 일반 대중은 연예·스포츠 뉴스를 보는 비중이 17%였다. 2.5배 정도 차이가 났다. 연예·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부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자기계발서 읽기, 부자 된 뒤에는 무의미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독서도 부자와 일반 대중 사이에 차이가 큰 분야였다. 부자는 한 해 평균 10권 정도 책을 읽었다. 일반 대중은 6권이었다. 부자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보통 사람보다 2배 정도 독서량이 많았다. 또 어떤 분야의 책을 읽느냐에서도 차이가 났다.

    부자들이 많이 읽는 도서 분야는 인문사회, 경제경영이었다. 인문사회는 20.5%, 경제경영은 14.8% 비중이었다. 일반 대중의 경우 인문사회 12%, 경제경영 10%였다. 일반 대중이 부자들보다 더 많이 읽는 책 분야도 있다. 소설, 자기계발서, 그리고 만화다. 보통 사람은 소설 비중이 25.6%로 독서에서 비중이 가장 컸다. 부자들은 19.6%였다. 만화는 부자 0.4%, 일반 대중은 4.3%였다. 일반 대중은 부자보다 만화를 보는 비율이 10배가량 높았다.

    또 자기계발 도서를 읽는 비중이 일반 대중은 22.5%, 부자들은 15.6%였다. 다만 이를 두고 “부자는 자기계발에 관심이 덜하다”거나 “자기계발서를 읽는 게 부자가 되는 것과 상관없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내 경우 이전에는 자기계발서를 꽤 많이 읽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기계발서를 보는 일이 굉장히 드물다. 그 이유는 자기계발서에서 제시하는 목표가 더는 내게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는 ‘1억 원 모으기’ ‘10억 부자가 되는 방법’ ‘강남에 집 사기’ 등을 목표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책들은 부자가 되기 전, 그러니까 1억 원, 10억 원, 강남 집을 얻기 전까지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자가 된 다음에는 더는 필요가 없다. 부자가 되고 난 뒤 목표는 1000억 원 벌기, ‘포춘’에 실리는 부자 되기 등인데, 그걸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는 없다. 부자들이 자기계발서를 이전보다, 즉 부자가 되기 전에 비해 잘 안 읽는 이유다. 자기계발서 자체가 의미 없는 건 아니다.

    그 밖에 하루 일과를 계획하는 플래닝, 아침 운동 등에서도 부자와 일반 대중 사이에 차이가 났다. 플래닝을 하는 부자는 14%, 일반 대중은 8%였다. 아침 운동을 하는 부자는 30%, 일반 대중은 16%로 모두 부자가 2배가량 높았다.

    심리 측면에서도 부자와 일반 대중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우선 “돈이 가장 중요하다” “돈이 삶의 전부다” “돈이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같은 명제에 일반 대중이 찬성하는 비율은 각각 5.3%, 5%, 1.7%였다. 반대로 부자들은 같은 질문에 1.5%, 2.4%, 0.6%만 찬성했다.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부자들보다 일반 대중에서 훨씬 많은 것이다. “부자들은 돈밖에 모른다”고 비판하는 건 사실 맞지 않는 셈이다.

    가족 관계에 만족하는 비율도 부자와 일반 대중 사이에 차이가 컸다. 가족 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일반 대중은 54.1%, 부자는 72.7%였다. 일주일 중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횟수를 살펴보면 부자들은 ‘거의 매일’이 41%, ‘거의 없다’가 9.4%였다. 일반 대중은 ‘거의 매일’이 35.1%, ‘거의 없다’가 17.6%였다. 부자들이 돈 때문에 가족과 불화하고 사이가 안 좋으리라 생각하는 건 그저 편견에 불과했던 것이다.

    부자는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 안 한다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는 부자의 69.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일반 대중은 34.9%였다. 부자이면서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30%나 되니 부자가 꼭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 대중보다 부자들이 삶에 더 만족했다.

    또 다른 심리 측면에서도 재밌는 내용이 많았다. 자기 성격에 대한 평가 부분에서 정직성, 끈기, 믿음, 이타성 등은 부자나 일반 대중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목표지향성, 감성적, 착함 등은 달랐다. 가장 큰 차이는 목표지향성이었다. 일반 대중은 자신이 목표지향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1%였는데, 부자는 55.6%였다. 부자들의 가장 큰 심리적 특성으로 ‘목표지향적’을 꼽을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일반 대중이 부자들보다 훨씬 높은 응답률을 보인 것도 있었다. 바로 감성적, 착함 부분이다. 부자는 두 부분에서 모두 11.1%를 기록했다. 일반 대중은 28.2%, 27.4%로 한참 높았다. 일반 대중은 스스로를 감성적이고 착한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자는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고 보는 경우가 적은 대신 목표지향적이라고 봤다. 무언가를 달성하려면 이런 사고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2024 웰스 리포트에서 제시하는 부자와 일반 대중의 차이가 반드시 맞는 건 아니다. 설문조사는 항상 오류가 있고 절대적 진리라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부자와 일반 대중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은 그 나름 시사점을 준다. 최소한 부자는 불행하다거나 돈만 안다거나 가족 관계가 안 좋을 거라는 생각은 오해라는 것, 또 이런 나쁜 점들 때문에 “나는 부자가 되지 않겠다”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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