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관 8명이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입장해 변론을 기다리고 있다.뉴스1
“위헌·위법이나 중대하지 않다.”(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위헌·위법 요소를 인정할 수 없다.”(김복형)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정형식·조한창)
헌법재판소가 3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청구를 기각하면서 헌재재판관들이 밝힌 이유다. 재판관 8명의 의견은 기각 5, 인용 1, 각하 2로 나뉘었다. 기각 의견에서 위헌·위법 여부를 놓고 다시 한 번 4 대 1로 갈리기도 했다. 1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 이어 헌재 재판관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가감 없이 표출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를 놓고도 재판관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시 한 번 갈린 헌재
헌재 재판관들은 알려진 정치 성향에 따라 보수(정형식·김복형·조한창), 중도(김형두·정정미), 진보(문형배·이미선·정계선)로 분류된다. 한 총리 탄핵심판 청구에서도 재판관들은 각기 다른 의견을 냈다.
우선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판단을 내렸다. 두 재판관은 “(한 총리)탄핵소추에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며 소추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각하 의견을 내 본안 판단을 하지 않았다.
나머지 재판관 6명은 본안 판단에 나섰다.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다섯 가지로 △내란행위 공모·묵인·방조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의결 △공동 국정운영 시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 등이다. 이 중 마은혁 재판관 후보 임명 거부를 놓고 의견이 셋으로 갈렸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계선 재판관은 이를 중대한 위헌·위법 요소로 봤다. 정 재판관은 해당 사유 외에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역시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고 재판관 중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냈다. 진보 성향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과 중도 성향인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가 위헌·위법하지만 파면할 만큼 중대하지는 않다고 봤다.
반면 보수 성향인 김복형 재판관은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를 비롯한 5개의 본안 탄핵 사유가 모두 위헌·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 재판관은 “국회 선출 현재 재판관을 선출 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알려진 성향에 따라 재판관들 의견이 갈린 것은 1월 23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2인 방통위 체제의 적법성을 놓고 재판관들 의견은 4 대 4로 갈렸다. 진보 성향인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은 탄핵 인용 의견을, 보수 성향인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냈다. 중도 성향으로 꼽히는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의 의견은 각각 기각과 인용으로 갈려 4 대 4 구도가 형성됐다.
8 대 0 만장일치로 기각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에서도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별개 의견을 냈다. 이들은 최 감사원장의 일부 행위가 위법하다고 봤다. 별개 의견은 전체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이유에 대한 논리와 근거가 다를 때 낸다.
한 총리와 이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나온 결과를 종합해볼 때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이 윤 대통령 탄핵 여부의 캐스팅보트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권한쟁의심판에서도 이 3명은 소수 의견을 내 국회의 심판 청구 과정을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이 세 재판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3월 25일 SBS 라디오 방송에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의견이 여러 갈래로 갈림으로써 대통령 탄핵 선고에서 만장일치 가능성은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재판관 3명(정형식·김복형·조한창)이 강력한 소수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尹 탄핵 여부 두고 이견 있을 것”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재판관들의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도 드러났듯이 재판관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고 쉽게 합치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판단도 갈린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진숙·한덕수 탄핵심판 사례를 볼 때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인용/기각 여부도 성향에 따라 나뉠 가능성이 있다”며 “헌재 판단이 길어지는 걸 보면 적어도 5 대 3으로 부딪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론 종결 후 선고까지 각각 14일, 11일이 걸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와 비교할 때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변론이 종결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선고 일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 전에는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장영수 교수는 “두 재판관은 대통령 몫으로 임명돼 퇴임하면 임명권자가 부재하기 때문에 헌재 기능이 아예 마비된다”며 “헌재도 최악의 상황은 막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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