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부동산 결산해보니 ‘근로중산층’ 내 집 마련 욕구 활활
지방 미분양 해소 추세…‘동 트는 새벽’ 온다
7월 2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와대 영빈관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 장관으로부터 최근 집값 상승 논란과 대응 방안에 대한 긴급 보고를 받았다. [동아DB]
완벽한 항해도(航海圖)란 없다. 다만 암초에 부딪히더라도 재빨리 벗어날 노하우는 있을 수 있다. 데이터에 기반해 2020년 상반기를 결산하면서 하반기를 전망해본다.
[서울] ‘공급절벽’ 이슈는 소진 중…하반기는 ‘가격 민감도’에 주목하라
2019년 서울 집값은 꼬리가 치켜 올라간 V자형 상승 궤도를 그렸다. 분상제 예고가 공급 감소를 넘어 공급 절벽의 공포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11·7, 12·16 부동산대책에서 분상제 베일이 벗겨지자 공포 매수세가 사라지며 올해 상반기 서울 집값 변동률은 1% 수준으로 평탄한 흐름을 보였다(그래프 참조). 분상제가 정조준한 강남구는 공급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예상에도 0.2% 약세를 보였다.많은 시장 전문가가 예고한 공급 절벽이라는 ‘정해진 미래’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매수세 강도가 약해진 것이다. 다만 집값 변동률이 나 홀로 10% 넘게 상승한 곳이 있다. 강북구 SK북한산시티와 성북구 월곡두산위브는 집값이 상반기 15%나 오르며 20번 넘는 정부 규제를 무색케 했다. 두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분상제 방아쇠에도 게걸음하며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이후 ‘근로중산층’의 내 집 마련 사다리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상한선이 9억 원으로 설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파트 청약의 좁은 문에 사무친 30대 후반 실수요자들이 중저가의 6억 원대 아파트로 쏠린 것이다.
이러한 상반기 강남 약세와 중저가 아파트 강세는 미래 서울 주택시장의 중심추가 공급 절벽에서 가격 민감도 이슈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기·인천]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풍선효과+α’에 주의
서울 전역 규제로 경기 인천권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울 집값이 조정 낌새만 보였더라도 이 정도로 풍선이 빵빵하게 부풀진 않았을 테다.상반기 서울의 평균 집값은 경기도의 2.4배로, 역대 최고 격차를 보이고 있다(부동산114 평균 매매가 기준). 다시 말해 경기 집값이 서울의 절반도 되지 않자, 서울로 출퇴근이 용이한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에 둥지를 튼 30대 후반 실수요자가 매수에 나서며 수도권 강세를 이끌었다(표1 참조).
이에 정부의 ‘두더지 잡기’가 시작돼 2·20 조정대상지역에 경기 수원과 안양 전 지역이 새로 편입됐다. 이에 군포 등 인근 지역으로 또다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또 다른 학습효과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오른 곳’을 추려보면 죄다 규제대상지역이다. 즉 새롭게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얼마나 좋길래 규제 대상이 됐나’ ‘규제 시행 전 얼른 매수(또는 청약)해야지’ 한다. 이러한 주목효과로 해당 지역의 1.5급지 또는 입주 6~10년 차 주택에 매수세가 쏠리거나 분양 단지에 청약이 집중되는 트렌드가 생겼다. 실제 2·20 부동산대책으로 안양에 주목효과가 발생해 2분기 안양의 중년 주택(입주 6~10년) 매매가는 평균 3%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 와중에 5월 12일 발표된 수도권 및 지방광역시의 민간주택 분양권 전매 금지 확대 조치는 8월 전 분양되는 단지에 큰 관심을 몰고 왔다. 심지어 6월 인천 서구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1순위 청약에 8만 건이 청약되는 대기록이 나왔다.
앞으로도 규제에 더한 규제는 전례 없는 기록과 숫자를 시장 참여자들에게 각인시키며 수도권 주목효과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경상·충청권 미분양 서프라이즈 감소, 하반기 기대감 모아
그간 필자는 지방 시장을 수차례 언급하며 ‘동 트는 새벽’을 알렸다. 이제 미분양 데이터가 이를 증명해준다. 특히 경상권 미분양은 2020년 5월 기준 전년 말 대비 4000호가 감소하면서 서프라이즈 감소세를 보였다(표2 참조). 지난 5개월간 한 달 평균 800채씩 미분양이 소진된 것이다.필자가 누누이 강조했듯, ‘입주물량’이 그 도시의 미래를 알려준다. 2020년 경상권 입주량은 과거 3년의 절반 수준이며, 2021~2022년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충청권 역시 2020년 입주량이 과거 3년의 절반 수준으로 ‘미분양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는 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2년간 누적된 미분양 절반이 6개월 만에 소진된 것이다.
‘수급 안정’이라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지방도시 중 수도권 상승률을 뛰어넘는 곳이 하반기에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