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는 복비와 이사 걱정 줄지만 월세 전환 많아져 집 구하기 전쟁 겪을 가능성
집값 오르지 않으면 ‘소유’보다 ‘전세’가 이득, 2억 원 들고 강남 10년 전세도 가능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사사무소에 전월세 전단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뉴스1]
이들 개정안은 모두 임대인보다 임차인에게 훨씬 유리한 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임차인에게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으면 계약을 계속 갱신할 수 있게 한 이른바 ‘전월세 무한연장법’은 2년마다 이사 걱정을 해야 하는 임차인의 주거 환경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벌어질 일을 세입자 관점에서 가상으로 써봤다. 6월 24일 ‘주간동아’가 보도한 ‘임대차 3법 시행 시나리오-임대인 편’의 후속이다. 가상인물은 현금자산 2억 원을 보유한 회사원 임차국 씨와 프리랜서 차도녀 씨다. 두 사람의 서울 강남 입성기.
10년간 전세 연장해 중개수수료 2000만 원 절약
40대 초반의 중견기업 과장 임차국 씨는 맞벌이를 하는 아내, 딸과 함께 2020년 7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강남구 청담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보증금 6억 원을 주고 28평형짜리 낡은 전세 아파트로 들어간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 하나가 고학년이 되기 전 학군 좋은 강남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는 아내의 성화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이 강남구에 있는 임씨는 출퇴근시간을 줄여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고 싶었다.임씨의 자산은 12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통장에 모은 돈과 월세 보증금을 합쳐 2억 원이 전부였기에 부족한 4억 원을 전세자금대출로 충당했다. 임씨는 연봉 5000만 원에 신용도가 1등급이라 전세자금대출로 최대 5억 원까지 빌릴 수 있었다. 해당 은행의 대출계 직원은 임씨에게 “세금이나 신용카드 사용료를 연체한 적이 없고 금융기관에 부채가 전혀 없어 신용 상태가 1등급이 나온 것”이라며 “신용등급 4등급 이상, 연봉도 4000만 원 이상이 돼야 보증금의 80%까지 최대 5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연봉이 적거나 신용등급이 좋지 않으면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 신용 5~6등급은 대출 가능 금액이 1억~2원 선이고, 7등급 이하는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신용등급표.
이런 식으로 임씨는 딸 하나가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10년간 이 집에서 살았다. 보증금은 2년마다 5%씩 늘어 2024년 6억6150만 원, 2026년 6억9450만 원, 2028년 7억2920만 원이 됐다. 4회의 계약 연장으로 늘어난 보증금은 1억2920만 원이다. 이 가운데 1억 원은 전세자금대출로 부담하고 나머지 2920만 원만 임씨가 직접 마련했다. 10년간 해마다 292만 원을 모아 늘어난 보증금을 부담한 셈이다. 또한 2년마다 이사 가지 않고 계약을 연장한 덕분에 4회분의 부동산중개수수료(504만 원+529만 원+557만 원+583만 원) 2173만 원을 아낄 수 있었다.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표.(서울특별시 기준)
신용등급 낮아 월세 면하기 힘든 세입자
반면 임씨처럼 2020년 2억 원의 현금을 밑천으로 강남에서 전셋집을 알아보던 프리랜서 차도녀 씨는 절반의 목적 달성에 머물렀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를 월세로 돌린 집주인이 크게 늘어나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게다가 차씨는 임씨처럼 연간 5000만 원을 벌지만 수입이 매달 일정치 않고 신용도가 5등급이라 전세자금대출을 2억 원 이상 받을 수 없었다.별수 없이 차씨는 2020년 7월 임씨 가족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월세로 입주했다. 28평형으로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170만 원이었다. 집주인은 “요즘 월세가 많아져 경쟁력을 높이려고 집 안을 ‘올 수리’하고 월세도 다른 집보다 10만 원 낮췄다”고 생색을 냈다.
2022년 7월까지 2년간 차씨가 집주인에게 지불한 월세는 4080만 원. 월평균 수입이 400만 원 조금 넘는 차씨로서는 월세가 큰 부담이었지만 업무에 필요한 미팅이나 작업이 주로 강남에서 있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고 싶지 않았다. 차씨는 임씨처럼 집주인에게 계약 연장을 거듭 요구해 10년간 이 집에서 살았다.
집주인은 임대차 3법에 준해 2년마다 월세를 5% 증액하면서 1만 원 아래 단위는 절사했다. 이에 따라 월세는 2020년 170만 원에서 2022년 178만 원, 2024년 186만 원, 2026년 195만 원, 2028년 204만 원으로 늘었다. 10년간 차씨가 집주인에게 지불한 월세는 2억2362만 원(4080만 원+4272만 원+4464만 원+4680만 원+4896만 원)이다. 10년간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1억3450만 원 지불한 임씨 가족보다 8912만 원을 더 내고 산 셈이다. 2030년 만기 때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은 보증금도 임씨가 차씨보다 2920만 원이 더 많았다. 그 대신 임대차 3법에 따라 4회에 걸쳐 계약을 연장해 부동산중개수수료 624만 원(151만 원+154만 원+158만+161만 원)을 절약했다. 집을 구하러 다니는 불편도 줄었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임대차 3법 시행 시나리오, 임대인편'은 6월24일자 주간동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