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7

2006.10.24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 넘나들기

  • 김준기 미술비평가 www.gimjungi.net

    입력2006-10-23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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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 넘나들기
    서구식 석조 건물인 상하이미술관 외벽 코너에 설치된 중국 전통의 목조 건축물 뒤로 첨단의 색유리로 치장한 고층 빌딩이 한눈에 들어왔다. 2006 상하이 비엔날레는 이렇게 극적인 연출로 시작되었다(사진 1).

    ‘하이퍼 디자인(Hyper Design)’이라는 주제를 내세운 2006 상하이 비엔날레는 당나라 시대 포구앙사(佛光寺)의 기단과 기둥, 그리고 지붕을 떠받치는 공포(拱包)를 재현한 이 나무 구조물 하나로 행사의 주제 의식을 명쾌하게 담아낸다. 서세동점의 구도 아래서 서구화와 근대화를 동일시해온 상하이, 첨단의 자본주의 도시로 가파르게 질주하고 있는 상하이의 모습을 절묘하게 압축한 ‘하이퍼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

    ‘디자인과 상상력, 일상생활 실천, 미래역사 구축’이라는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눠진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예술과 디자인을 넘나드는 탈경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 작가 리우 지앙후아는 중국에서 생산된 생활용품들을 컨테이너 박스로부터 쏟아낸다.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현대 중국의 물질을 전시장 바닥에 내던지는-투척하는 것이다. 나카무라 데츠야, 나라 요시토모 같은 일본 작가들은 일러스트와 일러스트풍의 조각들을 내놓았다. 팬시한 일본 문화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작가 최우람은 가상의 생명체를 움직이는 조각으로 만들어 출구 천장에 매달았다. 팬터지를 물질화한 이 작품은 유려한 움직임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영국 작가 줄리앙 오피는 동일한 아이콘을 여러 매체로 옮겨 전시장 곳곳에 배치했다. 홍콩의 그래픽디자이너 앨런은 코카콜라 로고를 모아서 펩시 로고를 만들고, 이를 같은 방식으로 역전시키는 연작을 나열했다(사진 2).

    올해로 여섯 번째인 이 비엔날레는 미술과 디자인의 영역을 매개하며 궁극적으로는 예술과 생활 공간의 간극을 해소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미술과 디자인, 디자인과 산업, 삶과 생산’을 탈경계의 지경에서 재검토해보겠다는 얘기다. 비엔날레라는 아주 특별한 사건이 제공한 이러한 새로운 발견과 각성을 전시장 바깥에서 실재의 국면으로 끌어내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상하이 비엔날레는 시각언어로 이뤄지는 게임의 장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술에서 숭고를 찾고, 디자인에서 실용을 찾는 이분법을 넘어서 지평융합의 시대정신을 탐색하겠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월5일까지, 상하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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