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이 말 때문인지 많은 보호자가 반려견이 뭔가를 먹고 있을 때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념과 달리 반려견이 음식을 먹는 동안 보호자와 나누는 스킨십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반려견에게 사료나 간식을 먹는 시간은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인데, 이때 몸(비교적 덜 예민한 등, 엉덩이 쪽 위주로)을 천천히 쓰다듬어주면 반려견이 보호자와의 스킨십을 기분 좋은 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보호자가 반려견을 편하게 만져야 몸의 이상을 신속히 발견하는 등 반려견 건강을 잘 관리할 수 있다. [GETTYIMAGES]
먹는 시간 이용해 스킨십 늘려야
기본적으로 보호자는 반려견을 편하게 만질 수 있어야 합니다. 몸의 이상을 빠르게 발견하는 등 반려견의 건강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함이죠. 하지만 기분 좋은 스킨십 경험이 없다면 반려견은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귀 청소, 양치질처럼 강아지 대부분이 싫어하는 접촉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최악의 경우 반려견이 보호자를 물 수도 있습니다.따라서 보호자는 반려견이 뭔가를 먹고 있는 시간을 이용해 스킨십을 차차 늘려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반려견이 자기 몸에 손대는 것에 경계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반복 강화 학습이 이뤄지면 이내 스킨십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사료, 간식 등을 손에 쥐고 있다가 반려견이 그것에 집중하면 등, 엉덩이를 시작으로 머리, 배, 다리 등 예민한 부위를 만지는 연습을 해나가는 게 좋습니다. 초반에는 스킨십 후 보상으로 먹을거리를 주다가 최종적으로는 보상 없이 칭찬만으로도 반려견의 몸을 만질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스킨십이 익숙해지면 발 닦기, 빗질 등 반려견 위생 관리가 한결 쉬워집니다. 신체 접촉에 대한 반려견의 거부감이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전에는 발을 닦거나 빗질을 할 때 반려견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그사이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간식을 줬는데도 반려견이 반복적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몸부림을 친다면 이는 아직 스킨십 훈련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럴 때는 평소 간식 등으로 몸 만지기 훈련을 충분히 실시한 뒤 다시 발 닦기, 빗질 등을 시도해야 합니다.
손에 간식을 쥐고 콩처럼 움켜쥔 ‘핸드콩’으로 반려견의 관심을 유도하면 몸 만지기 훈련을 쉽게 할 수 있다(왼쪽). 반려견이 보호자 손에 있는 간식에 집중하는 동안 반려견 몸을 만지면서 긍정적인 스킨십 경험을 늘려가야 한다. [GETTYIMAGES]
‘핸드콩’ 활용하면 훈련 효과적
몸 만지기 훈련에는 ‘핸드콩’이 효과적입니다. 핸드콩이란 손을 콩처럼 움켜쥔 모양을 뜻하는데요. 슬며시 주먹을 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핸드콩 모양으로 사료, 간식 등을 쥔 채 후각이 뛰어난 반려견의 관심을 유도하면 몸 만지기 훈련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주먹 안에 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냄새를 맡거나 혀로 핥는 동안 보호자는 반려견의 몸을 만지면서 스킨십 범위를 늘리고 그것에 익숙해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핸드콩을 활용한 훈련이 언제까지나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추후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에 두터운 신뢰가 생기면 별다른 보상 없이도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이 가능한 관계가 될 것입니다.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