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8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연구실에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과거 수업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오른쪽).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조영철 기자, 동아DB]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스승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88학번인 성 교수는 8월 15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한 윤 명예교수의 제자 중 한 명이다. 윤 명예교수에게 수학한 성 교수는 이후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 연세대 경제학부 강단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8월 22일 연세대 연구실을 찾은 기자에게 성 교수는 “윤 교수님은 제자들에게는 자애로웠지만 스스로에게는 누구보다 엄격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성품 인자해 학생들 존경”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윤 명예교수는 한국 통계학의 기틀을 잡은 거목이자 평생을 학문에 매진한 경제학자였다. 고인은 1968년 연세대 상경대학에 부임했고, 1997년까지 응용통계학과 강단에 섰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창립 멤버인 윤 명예교수는 직접 편찬한 저서들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통계학, 수리통계학 등을 가르쳤다. 그는 두꺼운 전공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는 것은 물론, 연습문제도 하나하나 풀어가며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고 한다. 성 교수는 “교과서를 끝까지 진도 나가기가 쉽지 않은데, 윤 교수님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설명하곤 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성 교수는 “당시에는 확산되지 않았던 컴퓨터까지 활용하면서 수업을 진행하셨다”고 덧붙였다.윤기중 명예교수가 1989년 수기로 작성해 연세대 학생들에게 나눠준 통계학 강의계획표와 수업 자료. [조영철 기자]
윤기중 명예교수의 저서 ‘통계학(왼쪽)’과 ‘수리통계학’. [조영철 기자]
.
퇴임 후에도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해 후배 교수들과 식사 자리에서도 이 같은 품성이 드러났다. 식사를 마친 후 한 후배 교수가 계산을 했는데 기어이 이를 취소시키고 다시 계산한 것이다. 성 교수는 “후배들이 바라는 것이 있어 그랬겠냐”며 “식사를 대접받아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생각지 않을 나이셨는데도 본인에게 굉장히 엄격하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해 5월 ‘은퇴교수의 날’ 행사에 참석해 서승환 연세대 총장에게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며 1000만 원을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윤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에게도 평소 “부정한 돈을 받지 마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후에도 이어진 학문의 길
명예교수로 추대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성 교수에 따르면 윤 명예교수는 매일같이 명예교수실에 들러 공부를 이어갔다. 고인은 몇 해 전까지 영국 경제학자 겸 통계학자 윌리엄 페티(1623~1687)의 저서를 번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페티는 윤 명예교수가 일생 동안 연구한 학자다. 고인이 번역한 ‘페티의 경제학’은 저서 ‘한국 경제의 불평등 분석’과 함께 하관식에서 봉헌됐다.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나라와 함께한 120년
한미사이언스 대주주 3인 연합과 형제 각각 반쪽짜리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