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미국의 20세기 노조 역사는 많은 굴곡을 겪었다. 몇 편의 영화에서 그 변천상을 읽을 수 있다.
존 세일즈 감독의 1987년작 ‘메이트원’은 탄광마을 메이트원에서 실제로 일어난 격렬한 파업과 학살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메이트원에서 파업이 일어나자 사장은 이탈리아 이민자들과 흑인을 모집해 대체인력으로 쓰려고 한다. 광부들은 회사 주택에서 쫓겨나고 회사 측이 고용한 무장 경비원들은 시가지를 돌며 파업 참가자들을 공격하고 살해한다.
1920년대 미국 노동사의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지나간 시대의 투쟁적인 노조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노조 결성을 통해 노동자들이 이루려고 한 공동체에 대한 갈망, 인종들 간의 화합 등이 가슴 뭉클하게 그려져 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1987년이었다. 1920년대 이래 가장 반(反)노조적 성향의 정부였던 레이건 행정부 집권 7년째에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 놀라움은 할리우드가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걸 생각할 때 더욱 커진다.
가령 노조에 대한 할리우드의 일반적 시각은 ‘호파’ 같은 영화에 잘 드러나 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운수노조 위원장이었던 호파의 삶을 그린 이 영화에서처럼, 노조는 마피아와 결탁한 부패의 온상쯤으로 흔히 그려진다. 다른 영화들에서도 이따금 등장하는 노조와 관련된 얘기들도 대개 그런 식이다. 민주당과의 ‘정치적 거래’ 운운은 노조에 대한 이런 비판적 시각과 무관치 않다.
‘메이트원’은 그래서 노조가 노조답고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던 것이다. 노조의 현주소와 과거 노조에 대한 향수 사이에서 모색과 고민이 없을 수 없다. 그 일단을 사회주의 계열의 감독 켄 로치가 ‘빵과 장미’에서 펼쳐 보인다. 아일랜드의 독립투쟁을 그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최근 다시 국내 관객을 찾은 켄 로치의 ‘빵과 장미’는 1985년 미국에서 벌어진 이주 노동자 운동을 소재로 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불법으로 건너와 청소용역업체에서 일하다가 노동자의 권리에 눈뜨게 되는 여성 노동자가 주인공이다. 로치는 이 영화에서 실제 노동자들을 출연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노조에 대한 논쟁을 벌이게 하는데, 이는 미국 노동자들이 당면한 실제 현실에 대한 모색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