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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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 베트남, 골프장 갈아엎고 “아뿔싸”

  • 입력2006-11-27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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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 베트남, 골프장 갈아엎고 “아뿔싸”

    미군 캠프 골프코스에 박격포탄이 떨어져 생긴 웅덩이는 지금도 워터해저드로 사용되고 있다.

    베트남전이 열기를 뿜을 때도 미군 캠프엔 파란 잔디가 깔리고 전쟁에 지친 미군들이 클럽을 휘둘러 백구가 베트남 하늘로 핑핑 날아올랐다. 철조망 밖에서 그걸 보던 베트남 사람들은 “키 크고 싱거운 사람들이 어린애 같은 장난을 하는구나”라며 생전 처음 보는 미군들의 막대기 공치기 놀이를 비웃었다.

    야음을 틈타 땅굴에서 나온 베트콩들이 미군 캠프 막사를 향해 발사한 포탄은 옆으로 빗나가 골프코스 페어웨이에서 터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튿날 미군들의 골프는 또다시 시작되고, 전날 밤 베트콩의 곡사포 포탄이 떨어져 생긴 웅덩이는 빗물이 고여 워터해저드가 되었다.

    마침내 미군들은 두 손을 들고 철수하고 베트남은 공산주의자들 손아귀에 들어갔다. 남쪽의 말단 행정조직인 동사무소 직원까지 모두가 북쪽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차지한 채 남쪽 사람들을 미국에 빌붙어 웃음을 팔며 코카콜라를 얻어 마시던 쓸개 빠진 동포라고 업신여겼다. 자본주의의 독버섯을 제거하는 일이 그들의 첫 과업이 되었다.

    미군들이 전쟁의 허망함을 잊으려고 욕망을 배설한 나이트클럽, 바 등은 단숨에 박살나고 훌렁훌렁 아오자이를 벗었던 밤꽃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골프코스도 해방군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골프코스의 카펫 같은 페어웨이와 비단결 같은 그린은 오호 통재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갈아엎어진 뒤 ×을 퍼부어 옥수수 밭이 되고, 시금치 밭이 되었다. 베트남 골프장 수난사는 베트남 현대사를 그대로 투영한다.

    미군을 쫓아내고, 나라를 통일하고, 공산당이 칼자루를 잡으면 금방 천국이 될 것 같았는데 나라 살림은 더욱 쪼들리기 시작했다. 골프장을 갈아엎은 자리에 땀 흘려 가꾼 옥수수를 내다 팔아보았자 미군들 공 칠 때 골프백을 메주고 받던 캐디피 수입만도 못했던 것이다.

    미군 철수 후 밭으로 만들었다 개방 후 후회막급

    구소련이 맥없이 무너지고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며 서슬 퍼렇던 베트남의 공산주의도 개방 바람에 시들어버렸다. 그들은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자본가들을 불러들였다.

    일본에서, 우리나라에서, 대만에서, 홍콩에서 투자자들이 돈 보따리를 싸들고 베트남으로 몰려들었다. 그제야 베트남 관료들은 후회의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친다.

    자본가들이 골프장을 찾았지만 그 좋던 골프장은 × 냄새만 진동하고 옥수수 잎만 너풀거렸다. 정부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골프장 투자자를 찾았다. 옥수수 밭을 갈아엎고 다시 잔디씨가 뿌려졌다.

    지금 베트남에는 12개의 골프코스가 있다. 호치민 시내에서 30분, 구찌동굴 가는 길 옆에 있는 베트남 골프 구락부(Vietnam G·CC)는 36홀로 이 코스는 베트남 4위의 리조트코스다. 전형적인 열대지방 골프코스로 야자수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여기저기 워터해저드가 도사리고 있으며 코스는 비교적 평탄하다.

    이 코스에서 눈여겨볼 것은 베트콩의 박격포탄 구덩이 워터해저드다. 지금도 포탄 구덩이는 전쟁 때 터진 그대로 워터해저드 역할을 하고 있다.

    페어웨이는 버뮤다그래스로 러프에 들어가면 채가 잘 빠지지 않아 곤욕을 치러야 한다. 이 세상 어디 내다놔도 손색없는 일류 골프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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