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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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문명이 만든 ‘시놉티콘 사회’

  • 이명우 종로학원 광주캠퍼스 논술연구소장·‘클라이막스 논술’ 저자

    입력2006-11-27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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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인들은 하루 평균 300번씩 자신의 사생활이 감시카메라에 녹화당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고 있다. 영국인 14명 중 1명은 하루 24시간 동안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를 감시카메라에 노출돼 있다.” (중략)

    ‘감시사회 보고서’가 경고한 영국인들의 사생활 침해 사례가 비단 감시카메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영국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대형 슈퍼마켓의 재고관리와 제품 이력 추적을 위해 도입된 전자태그 시스템인 전파식별(RFID) 장치, 영국 전역에 160개 정도 운영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의 우수 고객 회원제도 등도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런던 시민의 교통 편의와 원활한 승객 수송을 위해 새로 도입돼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지하철-버스 연계용 ‘오이스터 카드(Oyster Card)’도 도마에 올랐다. 지하철역과 버스에 설치된 단말기마다 이 교통카드를 이용한 승하차 기록이 남기 때문에 경찰이나 시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런던 시민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6년 11월28일자, 562호. 44~45쪽. ‘감시사회 영국’ 성기영 통신원


    1. 감시당하는 사회



    전자통신 기술의 발달로 시놉티콘( Synopticon) 사회가 열렸다. 시놉티콘은 18세기 영국의 벤담이 제안한 원형감옥을 일컫는 파놉티콘

    (Panopticon)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파놉티콘은 한 지점에서 모든 곳을 감시할 수 있는 감옥으로, 미셸 푸코에 따르면 근대사회는 파놉티콘에 나타난 감시의 원리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면서 규율사회의 기본 원리로 탈바꿈했다. 즉, 이제는 사이버 세상이 열리면서 대중이 권력을 감시하는 등 일방적 감시가 아닌 ‘상호 감시’가 가능한 시놉티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감시카메라를 둘러싼 문제는 영국만의 현실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는 2002년부터 설치한 방범용 CCTV를 취약 지역에 300여 개 추가 설치했으며, 방범관제센터를 신설한 뒤 CCTV를 통해 24시간 행인을 관찰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위치추적 조회수는 2006년 10월 현재 월 평균 1800만 건에 이른다. 성 범죄자들에게는 전자팔찌를 착용시켜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서울지하철공사가 관내 역사의 공익근무요원을 감시하기 위해 전자칩이 내장된 카드를 패용하도록 해서 논란이 일었다.

    2. 범죄 예방과 사생활 보호, 무엇이 우선인가

    강남구가 설치한 방범용 CCTV는 분명 범죄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 또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자살을 예방한 예도 있다. 성 범죄자들에게 전자팔찌를 착용시킴으로써 성범죄를 크게 줄일 수도 있다. 모두 현대 전자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긍정적 측면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전자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이 여지없이 폭로된다는 점이다.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회에서 개인 인권은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각종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의 건강기록이나 신용정보, 구직 기록, 재산 정도 등이 담긴 데이터베이스가 특정 세력에 의해 통제 혹은 악용될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생체인식(지문, 홍체 인식) 기술의 상용화는 선의의 목적을 가짐에도 그것의 악용 가능성으로 인해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3. 무엇이 진정 인간다운 삶인가

    과학기술, 특히 정보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휴대전화, 인터넷 등의 발달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삶을 영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놉티콘의 감시사회에서는 개인 정보가 모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발달된 정보통신 기술을 인간의 삶에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는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보호를 위한 법령을 제정하고 이를 엄격하게 집행해야 하며, 개인은 올바른 정보통신 윤리의식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기업들은 정보통신 기술의 악용이 초래할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지나치게 상업성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개인, 기업, 정부가 모두 노력할 때 비로소 미래 사회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조금이나마 걷힐 수 있다.

    기출문제 및 예상문제

    .강남구청의 CCTV 설치에 대한 찬반 입장과, 구청의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시위에 불참한 사람들에 대한 벌금 부과 결정의 정당성 여부를 입증하시오.(2006년 중앙대 정시 논술 기출문제)

    .(가)와 (나)를 참조하여 (다)에 나타난 합리성이 갖는 특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현대사회의 합리성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논술하시오.(2002년 고려대 정시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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