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저명 요리사 앤터니 보뎅의 동명 자서전이 원작인 이 시트콤은 ‘섹스 앤 더 시티’의 프로듀서 대런 스타와, 패션 잡지사를 배경으로 한 NBC의 인기 시리즈 ‘저스트 슛 미’의 데이브 헤잉슨이 손잡고 만들었다. 이들은 ‘키친 컨피덴셜’ 속 현실을 ‘루저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세상’ 그 자체로 그려냈다. 이는 장난꾸러기 제이미 올리버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장밋빛 현재나 영국이 낳은 또 다른 유명 요리사 고든 램지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쇼(‘헬스 키친’)가 보여주는 성공한 삶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게다가 ‘키친 컨피덴셜’은 교훈적이거나 (시청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사랑도 섹스도 쿨하게 해야 한다’고 강요(‘섹스 앤 더 시티’)하지도, ‘잡지사가 아버지의 가업이니 (비록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잘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저스트 슛 미’) 않는다. 달관자적 자세로 삶을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해답도 내리지 않는 것이다. 이는 스승의 갑작스런 혹은 의도된 죽음을 맞이하는 에피소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잭은 심장질환을 앓는 스승이 고칼로리 음식을 먹으면 죽음을 맞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칼로리 음식을 준비한다. 그저 호랑이 선생에게 비로소 제자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쁠 따름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을 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결말로 치달은 뒤였다. 레스토랑 앞 노점에서 파는 핫도그를 사 먹던 스승이 갑자기 죽음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키친 컨피덴셜’은 이를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이 유혹당하는 걸 누가 구해줄 수는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곤 자기 몸 건사하는 것뿐”이라는 독백만 내보낼 뿐. 이렇듯 무덤덤하게 내뱉는 잭의 이런저런 이야기는 ‘키친 컨피덴셜’을 관통하는 주제로 부각된다. 어차피 우리네 삶이란 누군가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