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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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가격 결정의 변수들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8-1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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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발유 가격 결정의 변수들

    정부는 앞으로 전국 주유소 유가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6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주유소.

    뉴욕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 경질유 값이 지난 2개월간 급등하면서 지난해 여름 최고가인 배럴당 78.4달러 선을 위협하자, 자동차 유류비용을 걱정하는 서민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휘발유값 인상을 세금 인상과 같은 것으로 본다. 휘발유는 식료품과 함께 생필품으로 여기는 재화로서 가격수준과 상관없이 소비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한 휘발유값 상승은 곧 다른 상품 소비의 감소로 나타난다는 면에서 세금 인상과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휘발유값 상승은 소비지출의 둔화로 연결되며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유소 가격정보 공개는 시장친화적 정책

    그러나 고유가시대를 살아가는 도시 서민들은 경제성장 둔화보다는 당장 가계지출의 악화를 우려한다. 따라서 자동차 유류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볼 생각에 휘발유값이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데, 때마침 산업자원부가 소비자의 이런 고민을 반영하듯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값을 조사해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보면 휘발유값이 주유소별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데, 대체로 도시가 농촌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34개 시·군·구 가운데 지난해 지역별 평균 휘발유값이 가장 비싼 곳은 경북 울릉군, 서울 강남구, 서울 마포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싼 곳은 충북 괴산군, 경기 동두천시, 충북 진천군 등이었다. 도서지역을 제외하고 휘발유값이 가장 비싼 서울 강남구와 가장 싼 충북 괴산군의 차이는 ℓ당 무려 145원으로 중형차 연료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는 60ℓ를 한 번에 주유할 경우 8700원이 차이난다.



    지역별 휘발유값 차이는 땅값이나 임차료, 인건비 같은 비용의 차이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이런 가격차를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가격결정의 원리를 보면 비용이 다가 아니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주유소라고 반드시 휘발유값이 비쌀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주요 고객의 소득수준이나 주유소 간 경쟁 정도도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은 전체 소득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에 비해 낮기 때문에 휘발유값 상승에 덜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서울의 경우 강남지역에서는 강북지역보다 휘발유값 상승이 더 크게, 빠르게 나타난다. 또 지난해 주유소가 15%나 늘어난 제주도의 평균 휘발유값 상승률은 전년 대비 2.8%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최저였던 반면, 같은 기간 주유소가 8개가 줄어든 대구의 휘발유값 상승률은 5.4%로 전국 최고치를 보였다. 주유소 간의 경쟁 정도도 이처럼 예민하게 휘발유값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휘발유값이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어떤 지역부터 뒤져봐야 할지 윤곽이 잡힌다. 그러나 이제 그럴 필요조차 없게 됐다. 정부가 앞으로 전국 주유소의 가격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가격정보 공개는 주유소 간 경쟁을 한층 치열하게 하고, 이로 인해 지역별 가격차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자원부의 시장친화적 정책의 결과다.

    - ‘경제 그게 이렇지요’는 이번 호로 끝을 맺습니다.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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