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계는 주문량을 소화하느라 최근 야간작업이 한창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이렇듯 강해지면서 시중의 관심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를 인지하고 6월 초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중 콜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급속한 유동성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금리인상 옹호론자와 금리인상이 불러올 환율 하락을 우려하는 금리인상 신중론자들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경기회복 영향으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할 듯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회복 신호가 마음 놓아도 좋을 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과 금리인상 후폭풍으로 나타날 원화가치 상승 때문에 경기회복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미하다는 게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미루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보다 물가안정에 무게중심을 두는 중앙은행의 생리상 아무리 성장에 목말라도 물가가 위협받을 경우 가차 없이 콜금리 인상이라는 칼을 빼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주식에 돈을 넣고 있는 투자자라면 한국은행의 현행 금리정책에 대한 시시비비보다는 과연 언제쯤 금리를 올릴 것인지를 점쳐보는 게 지혜로운 일이다.
한국은행이 지켜보는 인플레 지표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CPI는 5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3% 상승하는 데 그쳐 올해 물가안정목표 범위(3.0±0.5%) 아래에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게 어떻게 변할지를 점치는 일이다. 시장은 현재의 모습보다 앞으로 전개될 미래의 모습을 미리 반영하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CPI 대신 이를 변화시키는 다른 변수를 지켜봐야 한다.
CPI와 함께 세간의 관심을 끄는 물가지수로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있다. 말 그대로 기업이 생산 목적으로 구입하는 원자재나 중간재 가격의 변화를 나타내는 물가지표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PPI의 상승을 소비자물가 상승의 예고편쯤으로 인식한다. PPI보다 예민하게 CPI의 변화를 예고하는 지표도 있다. 임금이나 평균 근로시간 같은 노동시장 관련 지표가 그것이다.
경제회복기 초에는 기업들이 경기 변화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인력을 충원하기보다 시간외 근무를 확대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이런 이유로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대신 평균 근로시간이 늘어난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가속화되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신규 인력 충원에 나서게 되고, 이에 따라 임금도 상승한다. 생산물시장의 물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미국 월가의 투자자들은 매달 발표되는 노동지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사한 고용전망지수에서 향후 3분기 연속 고용사정이 좋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사정으로 볼 때 금리인상은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