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태클과 치열한 몸싸움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고향은 푸근하다.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귀국한 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동국(28·미들즈브러) 이영표(30·토트넘) 설기현(28·레딩) 4총사는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월드컵 출전으로 쉬지 못했던 터라 그야말로 황금 같은 휴식이다. 하지만 마냥 놀 수만은 없다. 공교롭게도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은 잉글랜드 전선에서 입은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목다리 신세를 지고 있다. 공식행사를 최대한 줄인 채 재활에만 힘써야 한다.
이영표와 설기현은 조용히 새로 둥지를 틀 팀을 알아보고 있으며, 아시안컵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이동국은 왼쪽 무릎에 통증이 있음에도 휴식보다는 태극마크를 선택했다.
6월1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4총사가 만났다. 귀국 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덕담을 나누며 다음 시즌의 성공을 다짐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실력을 갖춘 선수에게만 국적을 묻지 않는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쉼보다 도전을 택한 이들의 한국 생활을 살펴본다.
[박지성] “맨유 동료들 선물 뭐 사줄까”
박지성의 생활은 그야말로 단순하다. 두문불출한 채 끊임없이 재활훈련만 하고 있다. 오전 2시간은 구단에서 정해준 부상 부위 이외의 근육을 강화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수술받은 오른쪽 무릎 연골을 관리한다.
고향 수원은 편하지만, 잉글랜드에서와 달리 마음대로 밖에 나갈 수 없어 답답하다. 집에 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는 그도 가끔은 바람을 쐬고 싶다. 김남일을 비롯한 수원 삼성 선수들과 저녁식사를 즐기는 것이 몇 안 되는 외출 명분이다.
박지성이 요즘 신경 쓰는 일 가운데 하나는 7월20일 FC 서울과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한국을 찾는 맨유 선수들의 선물을 고르는 일. 맨유 선수들은 한국을 잘 알지 못한다. 박지성으로서는 이참에 한국의 푸근함과 발전상을 알려주고 싶다.
박지성은 PSV 아인트호벤 시절 한국에서 열린 피스컵에 팀 동료들과 함께 참가했다. 당시 아르옌 로번(현 첼시), 판 보멀(현 바이에른 뮌헨) 등은 한국의 축구 열기에 흠뻑 취해 돌아갔다. 박지성은 맨유 선수들도 한국에 반할 것으로 믿고 있다. 비록 자신은 뛰지 못하지만 동료들이 멋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다.
8월 초 재검사에서 오른쪽 무릎의 연골이 잘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박지성의 엔진은 다시 힘차게 가동할 것이다. 10월 말이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두 개의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이동국] “아시안컵아, 내가 간다”
이동국은 시즌을 마친 뒤 귀국을 서둘렀다. 3월 영국으로 건너와 뒷바라지해준 아내 이수진 씨가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 돌아온 이동국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남산에서의 조깅이다. 아시안컵에 나서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에서 머문 3개월 동안 골 신고를 못한 터라 그는 대표팀에서 뭔가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6월2일 네덜란드와의 평가전 때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왼쪽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지난해 큰 수술을 했기에 무리하면 잉글랜드에서 성공하겠다는 꿈도 무산될 수 있다.
그는 “무리해서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조심스레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결국 아시안컵 멤버에 포함됐다. 베어벡 감독도 무리하게 그를 출전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가 무릎 통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유독 강하다. 2000년 레바논 대회 때는 6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2004년 중국 대회에서는 4골을 뿜어냈다. 안정환 박주영 설기현 등 킬러들이 대거 빠진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의 비중은 그만큼 크다.
미들즈브러에서 함께 뛰는 마크 비두카는 호주 대표팀 일원으로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소속팀에서는 이동국이 비두카의 백업이지만, 아시안컵에서 ‘아시아 최고의 킬러는 이동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사자왕의 목표다.
8월 말 출산을 앞둔 아내를 두고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나면 영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아시안컵은 이번에도 그에게 골 선물을 안길까? 잉글랜드에서 주전으로 뛰려면 하루빨리 골감각을 되살려야 한다. 그래서 그의 7월은 의미심장하다.
[이영표] ‘이탈리아 반도가 부른다’
왼쪽 무릎 연골 수술을 받은 이영표는 한국에 와서도 재활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소속팀 토트넘의 의료 전문가와 함께 재활에만 전념했다. 아시안컵에 나서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영표는 아시안컵 명단에서 제외됐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는 재활 속도를 정상으로 돌리고 여유를 찾았다.
이영표는 아시안컵이 개막할 7월 초 잉글랜드로 돌아가 4총사 중 가장 먼저 다음 시즌에 대비한다. 하지만 그가 잉글랜드에 계속 머물지는 미지수다.
이적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이탈리아 세리에A 팀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영표 영입에 실패한 AS로마를 비롯해 토리노와 우디네세가 영입 경쟁에 가세했다.
이영표 측에서는 토트넘에 남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영국 언론은 웨일스 출신의 가레스 베일을 영입한 토트넘이 이영표를 이적시킬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영표는 재활훈련을 하면서 물밑에서 조용히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설기현] 피스컵 이후 새 둥지 윤곽 나오려나
설기현은 시즌을 마친 뒤 가족과 유럽 5개국을 여행할 예정이었으나 오른발 뒤꿈치 수술로 계획을 바꿨다. 지난 시즌 설기현은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팀과의 불화에 시달렸고, 스티브 코펠 감독과도 좋지 않았다. 고향 강릉을 찾아 모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설기현은 축구 생각을 잊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귀국 당시 설기현은 스스로 이적을 천명할 만큼 레딩에 남기보다는 이적에 무게중심을 뒀다. 하지만 팀에 남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레딩 구단은 시즌 막바지 이탈리아 구단 등과 설기현의 이적을 논의했지만, 코펠 감독의 요청으로 협상을 중단했다.
설기현은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재활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의 다음 시즌 행보는 7월 한국에서 벌어질 피스컵에 레딩 소속으로 뛴 후 구체적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4골 5어시스트를 기록한 설기현이 그대로 레딩에 남는다면 글렌 리틀과 포지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지난해에는 독일월드컵 출전으로 쉬지 못했던 터라 그야말로 황금 같은 휴식이다. 하지만 마냥 놀 수만은 없다. 공교롭게도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은 잉글랜드 전선에서 입은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목다리 신세를 지고 있다. 공식행사를 최대한 줄인 채 재활에만 힘써야 한다.
이영표와 설기현은 조용히 새로 둥지를 틀 팀을 알아보고 있으며, 아시안컵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이동국은 왼쪽 무릎에 통증이 있음에도 휴식보다는 태극마크를 선택했다.
6월1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4총사가 만났다. 귀국 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덕담을 나누며 다음 시즌의 성공을 다짐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실력을 갖춘 선수에게만 국적을 묻지 않는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쉼보다 도전을 택한 이들의 한국 생활을 살펴본다.
[박지성] “맨유 동료들 선물 뭐 사줄까”
박지성의 생활은 그야말로 단순하다. 두문불출한 채 끊임없이 재활훈련만 하고 있다. 오전 2시간은 구단에서 정해준 부상 부위 이외의 근육을 강화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수술받은 오른쪽 무릎 연골을 관리한다.
고향 수원은 편하지만, 잉글랜드에서와 달리 마음대로 밖에 나갈 수 없어 답답하다. 집에 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는 그도 가끔은 바람을 쐬고 싶다. 김남일을 비롯한 수원 삼성 선수들과 저녁식사를 즐기는 것이 몇 안 되는 외출 명분이다.
박지성이 요즘 신경 쓰는 일 가운데 하나는 7월20일 FC 서울과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한국을 찾는 맨유 선수들의 선물을 고르는 일. 맨유 선수들은 한국을 잘 알지 못한다. 박지성으로서는 이참에 한국의 푸근함과 발전상을 알려주고 싶다.
박지성은 PSV 아인트호벤 시절 한국에서 열린 피스컵에 팀 동료들과 함께 참가했다. 당시 아르옌 로번(현 첼시), 판 보멀(현 바이에른 뮌헨) 등은 한국의 축구 열기에 흠뻑 취해 돌아갔다. 박지성은 맨유 선수들도 한국에 반할 것으로 믿고 있다. 비록 자신은 뛰지 못하지만 동료들이 멋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다.
8월 초 재검사에서 오른쪽 무릎의 연골이 잘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박지성의 엔진은 다시 힘차게 가동할 것이다. 10월 말이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두 개의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6월1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월드컵 선수단 출정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한 이동국, 설기현, 이영표, 박지성 선수(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
이동국은 시즌을 마친 뒤 귀국을 서둘렀다. 3월 영국으로 건너와 뒷바라지해준 아내 이수진 씨가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 돌아온 이동국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남산에서의 조깅이다. 아시안컵에 나서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에서 머문 3개월 동안 골 신고를 못한 터라 그는 대표팀에서 뭔가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6월2일 네덜란드와의 평가전 때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왼쪽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지난해 큰 수술을 했기에 무리하면 잉글랜드에서 성공하겠다는 꿈도 무산될 수 있다.
그는 “무리해서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조심스레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결국 아시안컵 멤버에 포함됐다. 베어벡 감독도 무리하게 그를 출전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가 무릎 통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유독 강하다. 2000년 레바논 대회 때는 6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2004년 중국 대회에서는 4골을 뿜어냈다. 안정환 박주영 설기현 등 킬러들이 대거 빠진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의 비중은 그만큼 크다.
미들즈브러에서 함께 뛰는 마크 비두카는 호주 대표팀 일원으로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소속팀에서는 이동국이 비두카의 백업이지만, 아시안컵에서 ‘아시아 최고의 킬러는 이동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사자왕의 목표다.
8월 말 출산을 앞둔 아내를 두고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나면 영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아시안컵은 이번에도 그에게 골 선물을 안길까? 잉글랜드에서 주전으로 뛰려면 하루빨리 골감각을 되살려야 한다. 그래서 그의 7월은 의미심장하다.
[이영표] ‘이탈리아 반도가 부른다’
왼쪽 무릎 연골 수술을 받은 이영표는 한국에 와서도 재활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소속팀 토트넘의 의료 전문가와 함께 재활에만 전념했다. 아시안컵에 나서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영표는 아시안컵 명단에서 제외됐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는 재활 속도를 정상으로 돌리고 여유를 찾았다.
이영표는 아시안컵이 개막할 7월 초 잉글랜드로 돌아가 4총사 중 가장 먼저 다음 시즌에 대비한다. 하지만 그가 잉글랜드에 계속 머물지는 미지수다.
이적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이탈리아 세리에A 팀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영표 영입에 실패한 AS로마를 비롯해 토리노와 우디네세가 영입 경쟁에 가세했다.
이영표 측에서는 토트넘에 남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영국 언론은 웨일스 출신의 가레스 베일을 영입한 토트넘이 이영표를 이적시킬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영표는 재활훈련을 하면서 물밑에서 조용히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설기현] 피스컵 이후 새 둥지 윤곽 나오려나
설기현은 시즌을 마친 뒤 가족과 유럽 5개국을 여행할 예정이었으나 오른발 뒤꿈치 수술로 계획을 바꿨다. 지난 시즌 설기현은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팀과의 불화에 시달렸고, 스티브 코펠 감독과도 좋지 않았다. 고향 강릉을 찾아 모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설기현은 축구 생각을 잊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귀국 당시 설기현은 스스로 이적을 천명할 만큼 레딩에 남기보다는 이적에 무게중심을 뒀다. 하지만 팀에 남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레딩 구단은 시즌 막바지 이탈리아 구단 등과 설기현의 이적을 논의했지만, 코펠 감독의 요청으로 협상을 중단했다.
설기현은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재활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의 다음 시즌 행보는 7월 한국에서 벌어질 피스컵에 레딩 소속으로 뛴 후 구체적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4골 5어시스트를 기록한 설기현이 그대로 레딩에 남는다면 글렌 리틀과 포지션 경쟁을 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