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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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군대도 아니고 캠프도 아녀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7-06-27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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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은 얼마 전 초임 소대장으로 일하던 부대를 방문했다가 화들짝 놀랐다. 40년 전과 인프라가 달라진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군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의 소득수준에 걸맞은 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국방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신세대 병사들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막사 1520동을 짓는 게 군의 목표다.

    “생활은 편하게 하고 임무는 철저하게 하면 된다. 힘들어야 군기가 나온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커버스토리 기사엔 딱 한 단락을 인용했으나 윤우 공군 17전투비행단장(준장)과 한 시간 가까이 인터뷰했다. 비행복을 입고 인터뷰에 나선 윤 단장의 문제의식과 수사(修辭)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그러나 육군훈련소(충남 논산시 연무읍 죽평리)와 전후방의 기성부대에서 벌어지는 일일(日日)은 놀라웠다. 외환위기 직전의 거품경제 시절 대학에 들어갔고 천방지축 X세대로 불리던 기자가 보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졌다.



    군인 역시 대한민국 시민이므로 그들의 인권은 철두철미하게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생활도 느슨하고, 훈련도 싱거워서는 안 된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야 할 각개전투 교장에서 병사들이 싱겁게 웃는 건 개혁이 아니다.

    “이건 군대가 절대로 아니다. 해병대 극기훈련 캠프도 이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취재를 함께 한 동아일보 출판사진팀의 후배 기자는 육군훈련소에서 막 화를 냈다.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각개전투 교장을 기어오르는 그에게서 오히려 군이 가져야 할 기상(氣像)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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