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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근 특파원의 파리통신

프랑스의 광적 축구 열기 ‘못 말려’

프랑스의 광적 축구 열기 ‘못 말려’

프랑스의 광적 축구 열기 ‘못 말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목이 터져라 자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프랑스인들.

5월15일 프랑스에선 희한한 ‘강도 미수 사건’이 벌어졌다.

파리 북부 교외 생드니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청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있던 사무실에 복면을 쓰고 총을 든 괴한 두 명이 들이닥쳤다. 괴한들은 직원들에게 책상 아래로 고개를 숙이라고 요구했다. 그러고는 한 직원에게 총을 겨눈 뒤 이렇게 외쳤다. “티켓 내놔!”

5월17일 열린 챔피언스리그 축구 결승전 입장권을 달라는 얘기였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잉글랜드의 아스널이 맞붙는 결승전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주 경기장이었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렸다. 괴한들은 이곳에서 큰 경기가 있을 때 으레 이곳을 관할하는 생드니 시청에 무료 티켓이 제공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입장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곧바로 달아났다고 한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프랑스인들이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외국 클럽끼리의 결승전인데 강도짓을 해서라도 입장권을 구하려 한 괴한들에게 공감하는 프랑스 축구팬들이 꽤 많을 것이다. 이날 입장권은 암시장에서 최고 2000유로(약 240만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축구다. 케이블TV 카날 플뤼스는 매일 프랑스 리그 경기를 중계한다. 축구 소식만 전하는 프로그램은 시청률 상위권을 차지한다. 최근 지네딘 지단이 은퇴를 발표하자 방송사들은 앞다퉈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프랑스 축구팬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응원 열기 또한 매우 높다. 훌리건으로 악명 높은 영국 축구팬에는 못 미치지만 ‘내 편’과 ‘네 편’을 확실히 갈라서 응원과 야유를 보낸다. 가끔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프랑스에서도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TV에선 “모두들 ‘레블뢰(les bleus)’의 서포터가 되자”는 캠페인 광고가 연일 방송되고 있다.

이렇게 열광적인 팬을 둔 프랑스와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맞붙는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파리 시청 앞에서 응원전을 펼친 한국 사람들을 향해 파리지앵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예선 탈락한 프랑스를 대신해 라이벌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한국이 잇따라 꺾어줘 고맙다는 뜻이었다. 어떤 유학생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공짜로 얻어 마시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 때도 한국 사람들은 파리 시청 앞에서 응원전을 벌일 계획이다. 2002년 때처럼 티셔츠든 손수건이든 집에 있는 붉은색 천을 두르고 시청 앞에 모인다. 그러나 주변 분위기는 사뭇 다를 것이다. 푸른색의 프랑스 응원단과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불상사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어쩔 수 없이 생긴다. 하지만 양 팀이 깨끗한 경기로 승패를 겨룬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정당하게 이긴 상대팀에 박수를 보낼 정도의 매너는 양국 축구팬이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 시청 앞에서 수적 열세를 안고 응원전을 펼칠 파리 교민들을 위해서라도 대표팀이 정정당당 경기에 임해주길 바란다. “대~한민국!”



주간동아 537호 (p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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