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거리를 걷고 있는 프랑스인들.
한편으로는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프랑스에서 3년 정도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리의 상인들은 동양인이 지나가면 열의 아홉은 “곤니치와”를 외친다. 반응이 없으면 그 다음은 “니하오”다. 그러고도 반응이 없을 때 “안녕하세요”라고까지 진도가 나가는 상인은 열의 셋 정도나 될까.
어쩌다 말을 붙이는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일본인이냐”고 묻고 그 다음에 중국인인지를 묻는다. 그래도 아니라고 했을 때 “한국인이냐”고 묻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그러면 어느 나라냐”다.
‘한국인(Coree)’이라고 대답해도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남한(Coree du Sud)이냐, 북한(Coree du Nord)이냐”는 질문이 꼭 뒤따른다. 이쯤 되면 자존심이 상할 노릇이지만 하도 많이 겪다 보니 이젠 만성이 됐다.
얼마 전 방송인 이다도시 씨도 파리의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탄을 늘어놓았다. 그는 “프랑스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면 아직도 한국을 1950년대 모습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속상하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군인들과 뒤섞여 생활하는 것 아니냐, 전쟁이 곧 날지도 모르는데 위험하진 않느냐, 별의별 얘기를 다 들어요. 한국이 얼마나 발전한 나라인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합니다. 제 부모님도 한국을 직접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랬으니까요.”
한국에 대한 프랑스인의 인식은 이번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프랑스에선 한국 경찰의 수사 결과를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한국을 프랑스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후진국으로 여기는 사람들인데 오죽하랴 싶었다.
프랑스 측의 검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긴 했다. 하지만 일반인 가운데 ‘한국의 과학수사도 만만치 않구나’라며 한국의 수준을 인정해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그런 와중에 북한 핵실험 사태가 터졌다. 프랑스 언론들도 연일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남한과 북한을 구별 못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국(Coree)’은 또다시 ‘위험한 나라’, ‘가고 싶지 않은 나라’로 각인될 것이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한국이 프랑스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날은 언제쯤일까. 프랑스 사람들이 동양인과 마주쳤을 때 “안녕하세요”를 먼저 외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지금으로선 ‘남한’과 ‘북한’을 정확하게 구분만 해줘도 감지덕지 여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