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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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서 어학연수? 노는 데 딱이죠”

웬만한 곳 한국인 유학생들 거리 점령 … 편의시설 완비 ‘공부는 부전공, 놀이는 전공’

  • 밴쿠버·로스앤젤레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6-10-25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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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시서 어학연수? 노는 데 딱이죠”

    한국어 간판이 즐비한 롭손 스트라세.

    ‘한겨레’ 밴쿠버 통신원으로 일하는 양우영(30) 씨는 2003년 캐나다 앨버타 주의 한 시골도시에서 6개월 동안 어학연수를 했다. 한국인을 찾아보기 힘든 ‘오지’에서 ‘영어’에만 매달린 것이다.

    고려대를 졸업한 양 씨는 요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UBC)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한국 신문에 글을 쓴다. 어학연수가 큰 자산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양 씨는 대도시에서 하는 어학연수 문제에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밴쿠버 어학연수요? 신나게 놀기엔 최고죠.”

    밴쿠버는 외국 도시 중 어학연수생이 가장 많은 곳(관광비자로 입국하는 사례가 많아 정확한 통계는 없다)이다. 한국 학생이 많다 보니 ‘공부는 부전공, 놀이는 전공’이 될 만큼 한국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현지인과 함께 생활 ‘홈스테이’가 성공 필요조건



    양 씨는 “한국인끼리 떼로 몰려다니는 밴쿠버 어학연수는 그 효과가 서울에서 회화강사에게 배우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대도시에서 한국 사람과 몰려다니는 어학연수는 돈을 갖다 버리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9월30일 밴쿠버 다운타운의 롭손 스트라세(랍슨 스트리트). 이 거리는 서울로 치면 명동에 해당되는 다운타운의 중심지다. “한국 대학생이 거리를 점령했다”고 할 만큼 이곳은 어학연수생들로 넘쳐났다. 밴쿠버 최고 번화가에 ‘한글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모습이 이채롭다.

    이 거리엔 ‘한국 유흥업소’, ‘한국 게임방’, ‘한국 휴대전화 가게’ 등 없는 게 없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갓 나온 만화책을 읽으면서 한국식 자장면을 시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한국 학생을 대상으로 한 두툼한 ‘광고 무가지’가 발행될 만큼 어학연수생 시장도 크다.

    “대도시서 어학연수? 노는 데 딱이죠”
    롭손스트라세의 소줏집에서 부대찌개를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던 3명의 한국 대학생은 강남역보다 더 강남역 같은 곳이라며 웃었다.

    “학교에서 ESL 수업 들을 때를 제외하고는 영어 쓸 일이 별로 없죠.”

    취기 오른 한 학생에게 어학연수의 성과를 물어보았다.

    “비용 대비 효과요? 글쎄요…. 영어보다는 서구사회를 경험한 게 더 좋은 공부였던 것 같아요.”

    학생들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산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학생 상당수가 다운타운의 아파트를 임차해 산다. 보통 2~3명이 월세를 나눠 내고 함께 지내는데, 이국에서의 낭만을 즐기는 커플도 꽤 많다.

    현지 유학원에 따르면 어학연수 수료증(certificate)을 허위로 발급해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도 부모에게 보여주거나 입사 지원 때 제출하는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학교에 다니지 않는 ‘연수생 아닌 연수생’도 적지 않다는 게 유학생들의 귀띔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의 유흥가도 어학연수생으로 넘쳐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코리아타운의 한 호텔 사장은 “공부하러 와서 한인타운만 기웃거리는 녀석들은 한국으로 쫓아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밴쿠버처럼 한국 학생이 넘쳐나는 곳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도 알토란 같은 성과를 거두는 학생이 적지 않다.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춘 학생들이 연수 와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게 현지 유학원 관계자들의 말이다.

    어학연수의 목적이 영어를 익히는 데만 있는 것도 아니다. 6개월~1년 정도 서구 문화를 체험해보는 건 소중한 경험이다.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는 홈스테이가 어학연수 성공의 필요조건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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