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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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산바다 불사르는 황금빛 노을

  • 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 총무 blog.empas.com/travelmaker

    입력2007-01-10 1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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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산바다 불사르는 황금빛 노을

    30번 국도변에서 바라본 모항마을의 해뜰 녘 풍경. 곰소만 저편에 선운산이 우뚝하다.

    부안 변산반도에서는 산과 바다가 하나다. 고개 들면 내변산의 수려한 산봉우리가 우뚝하고, 몸을 돌리면 외변산의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산과 바다의 조화가 절묘한 변산반도에는 역사유적, 고찰, 호수, 기암절벽, 해수욕장, 갯벌, 계곡, 폭포, 영화 세트장, 포구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산재해 서해안의 어느 관광지보다도 풍성한 여정을 안겨준다. 겨울의 변산반도는 의외로 적설량이 많다. 서해에서 만들어진 눈구름이 맨 처음 마주치는 육지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영동 산간지방 못지않게 근사한 설경도 감상할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변산반도를 찾아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부안IC에서 부안읍내를 거쳐 외변산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30번 국도만 타고 가면 변산반도의 절경을 대부분 감상할 수 있다. 부안읍내를 벗어난 국도가 맨 처음 바다를 만나는 곳은 ‘바람모퉁이’다. 여기서부터는 찻길과 바다가 어깨를 나란히 맞댄 채 이어진다. 바람모퉁이에 서서 바라보는 개펄은 바다보다도 넓다. 갯마을 사람들에게는 황금들녘이다. 하지만 장대한 새만금방조제 완공으로 머지않아 뭍으로 변할 처지에 놓였다.

    당일 일정
    07:00 서울 출발`→`09:20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서서울톨게이트에서 216km) 통과`→`09:20~09:50 부안IC(30번 국도, 부안 방면)~부안읍~하서면 소재지~바람모퉁이~해창~새만금전시관 등 거쳐 변산해수욕장 도착`→`09:50~10:20 변산해수욕장 산책`→`10:20~10:30 변산해수욕장~고사포해수욕장(해안도로)~성천2교~죽막(적벽강 입구) 등 거쳐 격포해수욕장(문의/변산반도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격포매표소 063-583-2064) 도착`→`10:30~12:00 격포해수욕장과 채석강 산책. ※ 채석강은 썰물에 맞춰 찾아가야 안전하게 둘러볼 수 있다.`→`12:00~13:00 점심식사`→`13:00~14:00

    격포~격포우회도로 격포교차로 거쳐 부안영상테마파크로 이동`→`14:00~14:30 부안영상테마파크~격포교차로~도남삼거리(직진)~상록해수욕장 입구~모항~마동삼거리~석포삼거리(직진) 등 거쳐 내소사(063-583-7281) 주차장 도착`→`14:30~16:00 전나무숲길 거쳐 내소사 탐방`→`16:00~16:20 내소사 주차장~용동교~연동삼거리~우동마을~영전사거리(23번 국도, 고창 방면)~줄포농공단지 앞의 삼거리(우회전) 경유해 줄포저수지 도착`→16:20~17:20 줄포저수지의 10리 갈대숲길 걷고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세트장 둘러보기`→`17:20~17:30 줄포저수지~줄포면 소재지(710번 지방도) 거쳐 서해안고속도로 줄포IC 진입


    칠산바다 불사르는 황금빛 노을

    채석강을 끼고 있는 격포항에 정박한 어선들(좌). 내변산 암봉들에 둘러싸인 내소사의 겨울 풍경(우).

    새만금간척지 전시관을 지나 위도, 하도, 고군산열도 등의 섬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모롱이 길을 서너 굽이쯤 돌아서면 변산해수욕장이다. 서해안 3대 해수욕장이지만, 겨울철에는 섬뜩하리만큼 쓸쓸하다. 그래도 광활한 백사장과 개펄, 아스라한 위도의 하늘에 부챗살처럼 퍼지는 주황빛 낙조는 언제 보아도 황홀하고 장엄하다. 변산반도 최고 명소로 손꼽히는 격포에는 1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잿빛 뻘흙 대신에 고운 모래해변이 깔려 있는 데다가 맑고 깊은 바다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채석강이다.



    채석강은 오랜 세월 동안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수성암 절벽이다.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절벽 아래에는 해식동굴도 뚫려 있다. 그 아름다운 경치가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비슷하다고 한다. 또 해질 무렵 칠산바다를 불사를 듯한 노을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라,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유난히 잦다. 채석강 북쪽 적벽강도 중국 송나라 때 시인 소동파가 노닐었다는 적벽강만큼 수려하다는 절경이다. 이름 그대로 붉은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진 이곳 역시 해질 녘 풍광이 퍽 아름답다. 격포 우회도로변에는 영화 ‘왕의 남자’, 남쪽의 궁항 바닷가에는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이 조성돼 있다. 그럴싸한 가건물들로 채워진 세트장이지만, 해당 영화나 드라마를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볼 만하다.

    격포를 지나 내소사 어귀까지 이어지는 30번 국도는 줄곧 줄포만과 고창 선운산을 바라보며 달린다. 호수처럼 잔잔한 곰소만 바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선운산 자락, 점점이 이어지는 갯마을들의 한가로운 정경, 은빛으로 부서지는 햇살을 안고 호수 같은 바다 위를 항해하는 고깃배들…. 변산반도 남쪽 해안을 따라가는 30번 국도변의 풍경은 시원스레 시야가 트인 동해안의 7번 국도와는 사뭇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이 길에서는 안도현 시인의 ‘모항 가는 길’로 유명해진 모항마을도 지나게 된다.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 번쯤 내동댕이쳐 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끼고 모항에 가는 거야….’

    아늑하고 평온한 차창 밖의 풍광에 빠지다 보면 격포에서 내소사까지 50여 리 길이 오히려 짧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아쉬움은 없다. 길이 끝날 즈음이면 내소사 어귀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채석강, 적벽강, 내소사, 곰소항 등 갈 때마다 새 느낌

    칠산바다 불사르는 황금빛 노을

    격포항 남쪽의 궁항 바닷가에 조성된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

    백제 무왕 34년(633)에 창건되었다는 내소사는 초입의 전나무 숲길이 먼저 길손의 마음을 빼앗는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수백 그루의 전나무들이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르는 길에 600m의 터널을 이뤄놓았다. 이 숲길을 느긋하게 걷노라면, 침엽수 특유의 청신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며 번잡한 세상사를 잠시나마 잊게 한다. 겨울날의 삭풍에 나뭇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하얗게 휘날리는 눈보라도 가히 환상적이다.

    천왕문을 지나 내소사 경내에 들어서면 솜이불처럼 하얀 눈에 뒤덮인 절집이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눈 오는 날이면 인적마저 뜸해서 산사 특유의 고즈넉함과 여유를 모처럼 누릴 수 있다. 경내에 들어서는 길은 야트막한 축대와 계단을 몇 차례 지나면서 조금씩 높아진다. 느티나무, 전나무, 보리수나무, 산수유나무 등의 고목들이 심어진 축대를 하나씩 오를 때마다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건물들도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 유난히 돋보이는 것은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이다.

    조선 인조 11년(1633)에 건립된 대웅보전은 못 하나 쓰지 않고 순전히 나무토막을 끼워 맞춰서 세웠다고 한다. 단청을 칠하지 않은 외관은 나뭇결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소박하고 단아하다. 반면 법당 내부의 벽과 천장은 갖가지 그림과 조각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대웅보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면 문짝이다. 문살에 연꽃과 국화꽃이 가득 수놓여 있어 사시사철 화사한 꽃밭을 연출한다.

    내소사 길을 되돌아 나와 줄포 쪽으로 조금 가면 젓갈과 염전으로 유명한 곰소항이다. 한때는 제법 융성했던 어항이지만 지금은 뻘흙이 너무 두꺼워 어항으로서의 기능을 크게 상실했다. 포구로 들고나는 바닷길도 강줄기처럼 좁아졌다. 게다가 포구 주변의 드넓은 염전들도 값싼 중국산 소금에 밀려 대부분 폐업했다. 그래서인지 곰소항의 풍경은 오래된 흑백사진 같다. 하지만 곰소는 여전히 전라도 제일의 젓갈 산지다. 먼 동구 밖에서부터 짭짜름한 젓갈 냄새가 바람결에 묻어난다. 곰소항을 지나온 찻길은 바다와 멀어진다. 곰소항과 이웃한 보안면 우동리에서 ‘바드재’라는 고갯길을 하나 넘어서면 변산반도의 또 다른 얼굴인 내변산에 들어선다. 사실 변산반도는 실제 넓이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곳이다. 그래서 변산 땅은 찾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행 정보
    칠산바다 불사르는 황금빛 노을

    향긋한 나무향이 머리까지 맑게 해주는 내소사 어귀의 전나무숲길.

    숙박 변산반도의 바닷가 곳곳에는 채석강리조트(격포, 063-583-1234), 좌수영휴게소펜션(궁항, 063-583-6700), 첼로모텔(궁항, 063-584-1584), 모항비치모텔(모항, 063-583-5545), 썬리치랜드(모항, 063-584-8030) 등 괜찮은 숙박업소가 많다. 그 밖에 도청리의 상록해수욕장 인근에는 솔섬펜션(063-584-0550)과 바다사랑펜션(063-584-0058)이 있고 내변산의 청림리에도 궁전모텔(063-582-8100), 청림모텔(063-582-4604) 등이 있다.

    br>맛집 산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변산반도에는 손맛 좋은 맛집도 많다. 변산온천 부근의 변산온천산장(063-584-4874)은 바지락죽의 원조집이고, 내소사 어귀의 국도변에 자리한 부령쌈밥(063-584-9128)은 쌈 채소와 쌈장 맛이 좋은 집이다. 곰소항 우회도로변의 칠산꽃게장집(063-581-3471)에서는 짜지 않으면서도 간이 잘 밴 꽃게장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곰소항의 도로변에는 창란젓, 황석어젓, 전어속젓, 갈창젓 등 9가지 젓갈이 기본으로 나오는 젓갈백반집들이 몰려 있다. 부안읍내 외곽의 변산 가는 국도변에 자리한 계화회관(063-584-3075)은 부안의 대표적 향토음식인 백합죽의 원조집이다. 그 밖에 모항마을 국도변의 모항횟집(백합탕, 063-582-5544), 격포항의 군산식당(꽃게탕, 063-583-3234)과 바다식당(해물탕, 063-582-8754) 등도 알아주는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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