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당국이 1월 11일(현지 시간) 공개한 북한군 포로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89/c3/33/6789c33316c5d2738276.jpg)
우크라이나 당국이 1월 11일(현지 시간) 공개한 북한군 포로들. [뉴시스]
다리 잃은 병사도 전선 재투입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 한국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이번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파병 급여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받지 못한 채 “살아 돌아오면 영웅으로 대우한다”는 통보만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전사자 유류품에서 입수한 조선노동당 입당 청원서. [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캡처]](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89/c3/85/6789c3851229d2738276.jpg)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전사자 유류품에서 입수한 조선노동당 입당 청원서. [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캡처]
국정원은 러시아 파병 북한군 피해 규모가 사망 300명, 부상 27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병력 약 1만2000명 가운데 4분의 1을 잃은 것이다. 국내외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지금 같은 추세로 병력을 잃는다면 올해 3월에는 사실상 궤멸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병력 소모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군은 의무위원회에서 부상병을 중증·경증으로 분류해 전역 여부를 결정한다. 중중으로 판명된 장병은 최대 400만 루블(약 5650만 원)의 국가 보상금을 일시 지급받고 전역하게 된다. 러시아 당국은 보상금 부담과 전력 부족 탓에 ‘꼼수’를 부리는 실정이다. 다리를 잃은 중증 부상병조차 경증으로 분류해 전장에 다시 투입하는 식이다. 이렇게 전선에 재투입된 부상병은 일반 병사보다 빨리 목숨을 잃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군보다 열악한 상황에 놓인 북한군 부상병의 운명은 더 참담하다. 운이 좋으면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금방 전선에 다시 투입되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고향에 인질로 잡혀 있는 가족 안위를 위해서라도 자폭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공개된 포로들처럼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지 않는 이상 살아서 전장을 떠나기는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북한 당국 입장에서 러시아군에 파병된 군인들은 체제 불안 요소로 보일 것이다. 이들이 해외 파병 경험을 통해 외부 문물을 접했기 때문이다. 종전 때까지 목숨을 부지한다고 해도 파병된 북한군이 다시 고향 땅을 밟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총알받이’로 소모되는 북한군
러시아는 파병 북한군을 시종일관 ‘총알받이’로 소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러시아 지휘관들이 북한 병력을 옛 소련 시절 형벌대대(штрафной батальон)처럼 편제한 것을 파악했다. 형벌대대는 쉽게 말해 총알받이다. 정규군이 공격하기 전 앞서서 적 방어선을 흔들고 탄약을 최대한 소진시키는 선두 부대다. 어차피 적 병력·화력 소모를 유도하는 게 임무인 만큼 이들은 ‘알보병’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다.
옛 소련 때부터 러시아군의 전통 군사 교리는 ‘지상군 기동성 확보’다. 광활한 국토에서 빠르게 병력을 이동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늘날 러시아는 일부 특수전 부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상 전투부대가 기계화·차량화돼 있다. 기동성 중시 풍조가 얼마나 강한지 지금도 러시아군은 어떻게든 탈것을 마련해 움직인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상당수 기갑 차량을 잃자, 승용차에 철판을 용접해 쓰거나 오토바이, 심지어 전동킥보드라도 타고 움직인다. 하지만 북한군이 투입된 전투 상황을 보면 기동장비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군은 드넓은 벌판에서 총을 들고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향해 달려갈 뿐이다. 군사 상식인 보병-전차-포병의 제병 협동 전술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포착된 북한군 병사. [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캡처]](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89/c3/af/6789c3af100ed2738276.jpg)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포착된 북한군 병사. [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캡처]
파병 북한군을 일방적으로 ‘소모’하는 러시아의 방침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급박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과 함께 러시아 특유의 인종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러시아는 다민족국가임에도 인종차별이 심하다. 러시아에선 지금도 ‘몽골-타타르의 멍에(Монголо-татарское иго)’라는 말을 들으면 분개하는 사람이 많다. 이 단어는 13∼15세기 몽골 제국에 의한 슬라브 지배를 뜻한다. 적잖은 한국인이 ‘일제강점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반일(反日) 감정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러시아인의 정서 밑바닥에 몽골계 유목민족은 물론, 그들과 외견상 비슷한 동양인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자리한 역사적 배경이다. 러시아의 반(反)동양인 정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커졌다. 혐중 정서 확산으로 동양인을 중국인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풍조가 만연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모스크바와 로스토프 등 대도시에 러시아 군복을 입은 북한 군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대다수 러시아인이 반감을 드러냈다. 일부는 북한군을 중국인이라고 부르며 욕설과 조롱을 퍼부었다. 이 같은 인종차별 모습이 아무런 필터링 없이 러시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럿 게시되기도 했다.
일부 파병 북한군, 현지 여성 성폭행 등 만행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극성-2형 탄도미사일.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89/c3/d5/6789c3d500e0d2738276.jpg)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극성-2형 탄도미사일. [뉴시스]
북한군에 대한 싸늘한 민심은 그들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북한군이 쿠르스크에 막 도착해 본격적인 전투 투입을 준비하던 지난해 11월 중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러시아민족우호대에 재학 중인 28세 여대생이 통역 지원을 위해 제810근위해군육전여단 주둔지에 갔다가 북한군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며칠 뒤 제11근위공중강습여단에선 식량 보급 문제로 러시아 군인과 북한 장병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소식은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일선 러시아군 장병은 물론, 주민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북한군에 대한 러시아인의 반감은 파병 이전보다 오히려 커진 분위기다.
반(反)북한군 민심은 러시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HUR)이 감청한 모스크바 병원 간호사의 통화 내용이 대표적 사례다. 이 간호사는 하르키우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 군인 남편과 통화에서 “어제 북한군 100명이 기차를 타고 왔고 오늘은 120명이 또 왔다. 얼마나 올지는 신만 알 것” “병동이 북한군을 위해 비워지고 쫓겨난 러시아 장병은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간호사는 “북한군이 진통제나 마취 주사를 요구하면 거부하겠다”며 북한군에게 강한 반감을 내비쳤다. 쿠르스크 전선 인근 병원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간호사는 자신의 SNS 계정에 “체구에 비해 너무 많이 먹어대는 북한군 때문에 러시아 장병들에게 돌아갈 식량이 부족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