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지난해 공개한 자율주행택시 ‘사이버캡’. [테슬라 제공]](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89/c5/5f/6789c55f04e2d2738276.jpg)
테슬라가 지난해 공개한 자율주행택시 ‘사이버캡’. [테슬라 제공]
“올해 상반기 테슬라 호재 정리해준다. ①모델Y 주문 폭발 ②중국서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 전격 출시 ③전기 트럭 ‘세미(Semi)’ 양산 시작 ④ESS(Energy Storage System) 배터리 팩 양산 시작 ⑤저가형 모델Q 양산 시작 ⑥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3세대 발표. 더 설명해야 하나? 그냥 테슬라 ‘풀매수’ 해라.”
1월 14일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테슬라 투자와 관련된 게시 글들이다. 차량 인도량 감소, 사이버트럭 폭발 등 악재로 테슬라 주가가 한 달 만에 17% 이상 하락하자 저가 매수를 노리는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17일(이하 미국 증시는 현지 시간) 479.86달러까지 뛰었다가 최근 300달러대로 내려왔다(그래프 참조). 올해 1월 15일에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테슬라 주가도 428.22달러까지 회복했다. 월가 전문가들이 연일 테슬라 목표주가를 올려 잡는 가운데, 일각에선 현 테슬라 주가에 호재가 이미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10년 만에 연간 차량 인도량 감소
최근 테슬라 주가가 하락한 주요 배경에는 부진한 차량 인도량이 있다. 테슬라는 2024년 한 해 동안 차량 178만9226대를 인도했다. 이는 2023년 연간 인도량(180만8581대)보다 2만 대가량 감소한 수치다. 테슬라의 연간 인도량이 전년에 미치지 못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연간 인도량이 발표된 1월 2일 테슬라 주가는 379.28달러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1월 1일에는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폭발해 테슬라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트럼프호텔 정문 앞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사이버트럭 폭발 사고가 일어나 7명이 다쳤다. 차량 운전자는 차량 폭발 직전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테슬라를 둘러싼 악재에도 서학개미들은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며 테슬라 주식과 테슬라 관련 금융상품을 대량 매수하고 있다. 1월 1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1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1위는 테슬라였다. 이 기간 테슬라의 순매수액은 3억6237만 달러(약 5290억 원)였다. 순매수 2위도 테슬라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테슬라 수익률을 일일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2배 불 셰어즈 ETF(TSLL)’에는 2억8908만 달러(약 4217억6700만 원) 순매수가 몰렸다. 테슬라와 TSLL의 순매수액 합은 3위부터 9위까지의 순매수액 합계(약 6098억 원)보다 많은 약 9500억 원에 달했다.
목표주가 492달러까지 상향
테슬라 투자자들은 특히 자율주행 분야에서 테슬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중국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은 테슬라가 독점하리라는 게 테슬라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완전자율주행(FSD)’은 현재 세계 완성차 업체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자율주행차 개발 규제를 완화하며 ‘테슬라 밀어주기’에 나서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과 주가는 더 높아질 것으로 투자자들은 기대한다.
실제로 여러 월가 전문가는 최근 테슬라 목표주가를 올렸다. 1월 13일 애덤 조너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테슬라의 선도적 위치는 자동차 소유자를 구독자로 전환해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430달러로 올려 잡았다. 그러면서 그는 “테슬라 주가가 최대 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글로벌 투자은행 스티펠의 스티븐 겡가로 애널리스트도 1월 6일 테슬라 목표주가를 411달러에서 492달러까지 상향 조정했다.
반면 “테슬라를 이제 그만 사라”고 권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1월 7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존 머피 애널리스트는 “미래 성장동력을 둘러싼 호재는 이미 주가에 거의 반영됐다”며 테슬라 주식 등급을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낮췄다. 그러면서 “자율주행택시 등 테슬라 사업 실행에는 리스크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가에선 서학개미들의 테슬라 투자 과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모델Q 수요 확대와 ESS 사업에 따른 중국의 에너지 수요 확대 등 테슬라 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은 숫자로 증명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단기적 관점에서 빠른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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