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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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누르면 차 트렁크에서 ‘플라잉카’ 하늘로 이륙

[조진혁의 Car Talk] ‘CES 2025’ 빛낸 미래 모빌리티 기술… BMW, 앞 유리에 주행 정보 투사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5-01-1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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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에어로HT가 선보인 ‘플라잉카’. [샤오펑에어로HT 제공]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에어로HT가 선보인 ‘플라잉카’. [샤오펑에어로HT 제공]

    1월 7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뜨겁게 달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5’가 막을 내렸다. 혁신적인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보인 가전과 더불어 모빌리티 분야 활약이 두드러진 행사였다. 관련 업체들이 콘셉트나 프로토타입 공개를 넘어 실제 양산과 서비스 개시를 앞둔 모델을 대거 내놓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배터리 및 충전 인프라 같은 하드웨어 성능은 물론이고, 엔터테인먼트·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업체가 많아진 점도 화제였다.

    첨단 소프트웨어가 이끄는 모빌리티 혁신

    전자제품 브랜드 소니는 혼다와 합작 설립한 ‘소니혼다모빌리티’ 이름으로 전기 세단 모델 ‘아필라 1’을 공개했다. 엔터테인먼트, 게임, 카메라, 음향기기, 센서 기술 등에 강점을 보여온 소니가 자동차 제조에 오랜 전통을 가진 혼다와 손잡고 탄생시킨 첫 차다. 카메라 40개와 라이다(LiDAR) 센서(레이저를 활용한 상황 감지 장치), 초음파 센서를 통해 주행 환경 인식을 정밀하게 구현하는 ‘아필라 인텔리전트 드라이브’가 특징이다. 초당 800조 회 연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탑재해 더욱 진보한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ADAS)을 제공한다. AI 기반 개인 비서, 3D(3차원) 모션 관리 시스템 같은 다양한 편의 기능과 게임·콘텐츠 연동에 최적화된 시스템,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지원하는 등 소니의 장점도 적극 살렸다. 소니혼다모빌리티에 따르면 아필라 1 가격은 상위 모델인 ‘시그니처’가 약 10만2900달러(약 1억5000만 원), 하위 모델인 ‘오리진’이 약 8만9900달러(약 1억3000만 원)에서 시작된다. 내년 중반 출시 예정으로, 고급 전기 세단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혼다는 독자적으로 차세대 전기차 ‘혼다 제로’ 시리즈의 프로토타입 모델도 선보였다. 플래그십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두 가지다. 혼다는 각 모델에 자체 개발 운영체계 ‘아시모 OS’를 탑재해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은 건물·도로·나무 등 현실 요소를 추상적으로 인식하고, 차량 유도선이 없는 도로 환경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을 뜻한다. 혼다 제로 시리즈는 혼다의 독자 기술을 집약한 전동화·자율주행 도전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앞 유리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BMW 파노라믹 iDrive’. [BMW 제공]

    앞 유리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BMW 파노라믹 iDrive’. [BMW 제공]

    ‌독일 제조사 중에서는 BMW 한 곳만 CES 2025에 참가해 ‘BMW 파노라믹 iDrive’를 선보였다. 앞 유리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해 주행 정보를 투사하는 대형 헤드업 디스플레이 ‘BMW 파노라믹 비전’을 중심으로 설계된 시스템이다. 중앙 디스플레이, 3D 헤드업 디스플레이, 다기능 스티어링 휠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가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해 운전자 중심의 인포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BMW 파노라믹 iDrive는 올해 말부터 양산 예정인 ‘노이어 클라쎄’ 모델에 처음 탑재된 뒤 다른 BMW 신형 모델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국내 부품 업체 현대모비스는 ‘홀로그래픽 윈드실드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을 공개했다. 역시 앞 유리를 거대한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물리적인 디스플레이 패널 없이도 주행 정보와 음악 플레이리스트, 영상 등을 선명하게 띄울 수 있다. 홀로그래픽 광학 소자(HOE) 필름을 통해 운전자와 조수석 승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각각 분리해서 전달하는 방식도 특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조수석 승객은 자기 화면에만 집중하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고 혼자 게임도 즐길 수 있어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 자동차, 몰입형 미디어 공간으로 진화

    CES 2025에서는 자동차 사운드 기술도 돋보였는데, 특히 음향·영상 기술의 세계적 강자인 돌비 래버러토리스(Dolby Laboratories)가 눈에 띄었다. 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를 동시에 지원하는 세계 최초 차량 리오토 모델 ‘리 메가’를 통해 더욱 생생하고 실감 나는 영상·음향 경험을 제공해서다. 돌비 애트모스는 이미 여러 완성차 업체가 고급 라인업에 탑재해 오디오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활용한 바 있다. 앞으로는 돌비 비전과 함께 확장된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시할 전망이다. 정리하자면 CES 2025는 자동차가 영화관, 게임방, 콘서트홀 수준의 몰입형 미디어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은 자회사 샤오펑에어로HT가 선보인 ‘플라잉카’로 화제를 모았다. 이 차는 랜드에어크래프트캐리어(LAC)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6륜 5인승 전기차 안에 2인승 전기수직이착륙(eVTOL) 접이식 차량을 넣은 구조를 하고 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트렁크에서 ‘플라잉카’가 나와 하늘로 이륙하고, 자율주행비행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원터치 이륙, 자동 경로 계획, 비행정보구역 실시간 감시 등 고도화된 기능을 탑재했다고 한다. 가격대는 30만 달러(약 4억 원) 미만으로, 이미 3000건의 사전 주문이 확보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중국 광저우에 연간 1만 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는 점은 플라잉카 시장의 잠재력을 가늠케 한다.

    이제 주목할 것은 CES 2025에서 시연된 기술이 현실 도로에 얼마나 빠르게 녹아들 수 있을지다. 혼다 제로 시리즈가 목표로 하는 레벨 3 자율주행을 이뤄내려면 법·제도 정비와 안전성 입증이라는 과제를 통과해야 한다. 플라잉카 역시 안전 기준과 항공 인증 문제를 해결해야 대중화될 수 있다. 이런 신기술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정부·산업계·학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해질 전망이다. 해킹 우려, 개인정보 보호 측면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CES 2025는 자율주행차·소프트웨어 중심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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