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성향 일간지 ‘뉴욕포스트’ 1월 8일자 1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전략을 간파한 이 신문 1면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렸다. [뉴욕포스트 홈페이지]](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89/b7/2c/6789b72c0b26d2738250.jpg)
미국 보수 성향 일간지 ‘뉴욕포스트’ 1월 8일자 1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전략을 간파한 이 신문 1면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렸다. [뉴욕포스트 홈페이지]
‘돈로 독트린’ 부활하는 팽창주의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신문이 1면 제목에서 언급한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이다. 돈로는 도널드(Donald)와 먼로(Monroe)의 합성어로, 먼로는 제5대 미국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1817~1825년 재임)를 가리킨다. 먼로 독트린은 먼로 전 대통령이 1823년 연두교서에서 밝힌 미국 외교정책 원칙으로, 유럽 등 외부 세력의 아메리카 대륙 간섭을 거부하고 이 지역에 대한 미국 패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포스트가 먼로 독트린에 빗대 돈로 독트린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한 것은 트럼프가 아메리카 대륙과 인근 국가에 적극 개입하려는 ‘팽창적 미국 우선주의’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면서 신(新)고립주의 정책을 추진하되 영토 확장이라는 팽창주의를 통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전략을 간파한 이 신문 1면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토머스 우드로 윌슨(1913~1921년 재임)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말이다. 윌슨 전 대통령은 미국을 유럽에서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며 ‘고립주의’를 표방했다. 고립주의란 국익을 위해 미국 이외 다른 나라 사정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외교 노선이다. 반면 트럼프의 ‘신고립주의’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로 한정해 압박을 통해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최대 이익에는 경제적 이득은 물론, 영토 확장도 포함돼 있다.
코펜하겐보다 뉴욕 가까운 전략적 요충지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위치. 북미대륙 북동부의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다. [위키피디아]](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89/b7/35/6789b73505e3d2738250.jpg)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위치. 북미대륙 북동부의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다. [위키피디아]
그린란드는 북미대륙 북동부의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남북 2670㎞, 동서 1200㎞ 길이이며 면적은 217만㎢로 한반도의 10배나 된다. 현재 주민 5만7000명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이누이트족이다. 1721년부터 덴마크의 식민 지배를 받아온 그린란드 주민들은 1979년 자치권을 획득해 자치정부를 구성했다. 이후 2009년 주민투표를 실시해 자치정부법을 제정하고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한 자치권을 덴마크로부터 이양받았다.
그린란드는 지정학적으로 북극 항로와 가까운 전략 요충지이자 자원의 보고다. 트럼프는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이 필요한 이유로 국가 안보를 내세웠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사이에 위치한 그린란드 수도 누크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보다 오히려 뉴욕에 더 가까워 미국 안보에 중요한 곳이다. 특히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영국을 잇는 이른바 대서양 요충지(GIUK Gap)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냉전시대 러시아의 대서양 진출을 차단하는 중추 역할을 했다. 또 그린란드에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는 36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전략폭격기 운용에 최적지다.
미국은 1951년 덴마크와 군사방위조약을 맺고 이곳에 공군기지를 만들어 운영해오다 현재는 피투픽이라는 우주기지로 확대 개편했다. 이 기지에는 고성능 레이더를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경보 체계 등이 배치됐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북극해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이곳을 지나는 북극 항로가 활성화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그린란드는 북극과 북미를 잇는 고속도로”라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북극해가 해빙되면 파나마 운하 의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교통 요충지”라고 지적했다.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통과해 러시아 북부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북동항로를 지칭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2010년대부터 북극항로 개설 및 북극 지역의 군사적 협력 강화에 나서면서 쇄빙선 함대 훈련을 매년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그린란드의 80%를 덮고 있던 빙하가 녹으면서 지하에 매장된 각종 천연자원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미국지리학협회(AGS) 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석유와 천연가스, 철, 구리, 우라늄, 니켈, 텅스텐, 티타늄, 코발트, 금, 백금 등 각종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50종 중 43종이 매장돼 있으며, 가치는 10조 달러(1경4500조 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4400만t으로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그린란드의 희토류를 확보할 경우 세계 희토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클라우스 도즈 영국 런던대 지정학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희토류 확보와 안보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그린란드를 매입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남 그린란드 보낸 트럼프
![1월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가 그린란드 누크에 도착했다. [AP 뉴시스]](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89/b7/3d/6789b73d04a6d2738250.jpg)
1월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가 그린란드 누크에 도착했다. [AP 뉴시스]
![1월 9일(현지 시간)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운데)가 코펜하겐 총리실에서 그린란드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89/b7/44/6789b744077ed2738250.jpg)
1월 9일(현지 시간)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운데)가 코펜하겐 총리실에서 그린란드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