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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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감염병 대유행, 코로나 때 마스크 열심히 쓴 탓

8년 만에 독감 환자 최대치… 지금이라도 예방접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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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1-1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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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8일 서울 구로구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동아DB]

    1월 8일 서울 구로구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동아DB]

    “죽다 살아났어요. 살갗이 아픈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화장실 가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밤새 엉엉 울었어요.”

    1월 15일 밤 10시 서울 양천구 한 24시간 진료 병원에서 만난 직장인 A 씨의 말이다. 그는 이날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를 찾았지만 대기환자가 15명이 넘어 진료를 받지 못했다. 1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몸살 증세를 호소하던 A 씨는 결국 독감 진단을 받았다.

    같은 병원 대기실에서 만난 B 씨는 연신 콧물을 흘리는 두 살배기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그는 “아이가 아프지만 회사에 안 나갈 수 없어 집에서도 최대한 마스크를 쓴 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겨울 독감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후로 다소 주춤했던 환자 수가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표본 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 수는 99.8명을 기록했다. 4주 전보다 13.7배 증가한 수치다. 청소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1000명당 177.4명, 어린이도 1000명당 161.6명에 이른다.

    4종 호흡기 질환 유행하는 ‘쿼드데믹’ 우려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 또한 확산 일로다. 전국 221개 표본 감시 의료기관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수는 지난해 12월 둘째 주 46명에서 셋째 주 66명, 넷째 주 113명을 거쳐 올해 1월 첫 주 131명을 기록했다. 한 달이 채 안 된 기간에 2.8배 늘어난 셈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와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HMPV)까지 동시 유행하고 있다. 이 두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호흡기 감염병 4종 동시 유행, 즉 ‘쿼드데믹’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 RSV와 HMPV는 영유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다. RSV에 감염된 영유아는 콧물, 인두염으로 시작해 1~3일 후 기침, 쌕쌕거림 같은 증상을 보인다. HMPV는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며 국내에서도 점차 증가 추세다. 증상은 RSV와 유사하고 주로 0~6세 영유아에게서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RSV와 HMPV는 사망률이 낮고 중증도가 높지 않다고 설명한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독감이나 코로나19처럼 상용화된 치료제는 없지만 중증도가 낮아 1~2주 내로 자연스럽게 호전된다”며 “단 영유아에게 탈수가 생기면 위험할 수 있으니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독감 유행은 ‘면역 부채’ 때문

    전문가들은 올겨울 유난히 호흡기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의 나비효과를 꼽는다. 팬데믹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기 감염병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줄어들면서 면역력이 사라진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신상엽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면역 빚’을 진 상황이고, 그걸 지금 갚느라 환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 위원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접종할 것을 권했다. “지금 추세라면 독감이 최소 3~4월까지는 유행할 것”이라며 “백신 접종 시 4~6개월 효과가 지속돼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무료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13~18세 청소년의 경우 학교 내 집단 감염에 취약할 수 있어 더더욱 백신을 맞는 게 좋다”며 “접종 인원이 충분치 않을 경우 개학 후 학교를 중심으로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퍼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호흡기 감염병은 전파력이 높은 만큼 증상이 생겼을 때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 외출해야 한다면 주위에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다가오는 설 연휴를 안전하게 보내려면 손 씻기, 환기, 기침 예절 등 기본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상이 심한 사람은 병가를 내고 휴식을 취해야 하며, 어르신 등 고위험군은 당분간 다수가 모이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윤채원 기자

    윤채원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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