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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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담은 글이 살아 있는 글

  • 이도희 경기 송탄여고 국어교사·얼쑤 논술구술연구소 http://cafe.daum.net/hurrah2

    입력2007-01-10 1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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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담은 글이 살아 있는 글
    얼마 전 서울대 측은 학원에서 배운 학생들의 논술 답안이 대부분 ‘판박이’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논술 답안에 수험생의 개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성은 창의력과 관련된다. 논술 답안에서 창의력은 고득점의 보증수표가 됨은 물론이다. 대부분 학생들이 논술 답안에서 창의력을 드러내는 데 왜 실패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개성을 배제한 채 답안을 썼기 때문이다. 혹자는 자신의 개성을 어떻게 논술 답안에 쓰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논술이 수필이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다음의 글을 보자.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성공,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작가 김수현 씨는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의 압권은 개성 뚜렷한 인물들의 완벽한 심리묘사에 있다고 밝힌다. 김씨는 그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다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어요. 극중 인물을 실제 옆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그렸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거죠. 전 특별한 소재를 찾기 위해 신경 쓴 적이 거의 없어요. 항상 극중 인물에 어떻게 숨결을 불어넣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사실 김씨의 드라마에서 독특한 직업이나 사회집단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은 우리 사회의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 인물이 각자 나름의 세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 김수현의 스타일이다.

    이 글은 작가 김수현 씨가 ‘사랑과 야망’의 등장인물을 ‘개성’ 있게 제시하여 인기를 얻었다는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김씨는 다른 작품과의 차별화를 개성을 통해 시도한 셈이다. 즉 태준의 ‘냉정함’, 미자의 ‘불안함’, 태준이 어머니의 ‘깐깐함’, 태수의 ‘호탕함’, 태수 첫째 부인의 ‘무분별함’, 둘째 부인의 ‘현숙함’ 그리고 ‘개념 없는’ 며느리까지 모두 뚜렷한 개성을 선보였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수험생의 개성이 글로 분명히 표현된다면 평가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수험생은 논술시험에서 어떻게 창의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까? 정시의 1600자 논술시험은 기본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요구한다. 이 틀을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논리적으로 쓰려면 3단 형식을 지키는 것이 좋다. 문제는 여기에 넣어야 할 내용이다. 내용에서 자신의 색깔, 즉 창의성을 보여줘야 한다.

    서론의 첫 문장에서 글 전체의 핵심 주장을 강력하게 제시해보자. 문장의 길이가 간결체면 더 좋다. 대부분 수험생은 서론의 첫 문장에 ‘격언, 현황’ 등의 상투적인 내용을 제시한다. 이런 밋밋한 서론은 평가자의 시선을 잡지 못한다. 만약 그곳에 자신만의 강력한 ‘주장’을 담았다면 평가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물론 주장의 표현이 세련되고 내용도 창의적이면 금상첨화다.



    논술답안 분량이 2500자라면 수험생은 서론 쓰기에 많은 부담을 갖는다. 수험생들은 서론에서 형식을 개성 있게, 내용은 신선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있다. 이른바 서론의 첫 문장에서 강력한 주장을 하고, 이어서 참신한 우화를 동원해보면 어떨까? 단, 우화는 논제의 내용과 전체 글의 핵심과 관련되는 것이어야 한다.

    본론에서는 수험생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주장을 과감하게 끌어들여 쓰면 좋다. 상대방의 주장을 나의 신선한 논리로 비판하면 된다. 요즘 논술 채점 교수들이 하는 말은 ‘수험생 자신의 주장이 분명치 못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반대 주장을 끌어들여 비판하면 나의 주장을 강화해 내용을 분명히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창의력을 부각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본론에서 중요한 것은 참신한 논증 방식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례를 들 바에는 차라리 제시하지 않는 편이 낫다. 상투적인 사례는 전체 글의 이미지를 진부하게 할 뿐이다. 결국 자신만의 관점에서 쓴 글만이 강력한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결론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특히 2500자 내외의 답안에서 결론은 단순한 본론의 내용 요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논제에 맞는 핵심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그것을 독특한 일화와 관련지어 마무리하면 창의적인 결론이 될 수 있다.

    결국 서론, 본론, 결론에서 수험생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 더 나아가 부분적인 논술답안 형식의 파괴도 가능하다.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신입생 송모(19) 양은 “평이한 글로는 어차피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어 서론을 최대한 줄이거나 본론에서 결론을 언급하는 식의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한 게 합격하는 데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학생들이여, 논술시험 답안지에 나만의 창의력을 담아보자. 나만의 독특한 관점이 살아 숨쉬는 답안지는 채점 교수를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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