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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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과 5000만원 간극만큼 군색한 변명

  • 입력2007-01-15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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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는 날개를 위로 접는다. 나방은 수평으로 편다. 나비는 낮에 움직이나, 나방은 밤을 주유(周遊)한다. 그래서 나비의 몸통은 쉽게 관찰돼도 나방의 그것은 스쳐 지나치기 쉽다.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직(職)을 그만두겠다.” 변호사 시절의 수임료 탈세 의혹에 대해 이용훈 대법원장은 한 달여 전만 해도 이처럼 당당했다. 그랬던 그가 수임료 중 5000만원을 세무신고 시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자 “속인 일이 없다” “세무사 사무실 직원이 수입금액 명세서를 옮겨 적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다” “수임 명세를 모두 공개할 수 있다”는 등의 해명을 줄줄이 쏟아냈다. 신앙인임을 강조했고, “탈세했다면 물러나겠다”는 건 ‘단순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 던진 말이었다고도 했다.

    그래도 어쩐지 군색하다 싶다. 탈세 논란이 증폭되고서야 뒤늦게 세금을 낸 건 뭐란 말인가. 그의 말대로 의도된 탈세가 아니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그는 청렴해야 할 법관들을 건사하는 사법부 수장(首長)이다. 더군다나 사법개혁의 선봉에 서 있다. 변호사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그에게서 본 것은 몸통 선연한 나비인가, 날개 아래 우중충한 몸통을 숨긴 나방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나비가 되려 한 나방’인가.

    “그냥 묻히기에 너무 아까운 시(詩)였다. 그냥 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구절을 바꿔 (내) 시집에 실었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표절사(史)에 길이 남을 명언(?)이다. 도작(盜作)의 변(辯)치곤 어설프기 그지없지만….

    제자가 23년 전에 쓴 시를 훔친 마광수 연세대 교수는 아무래도 지나친 자아도취 욕구를 끊임없이 세인들에게 노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병적인 자기중심주의자인 듯하다. 그것도 꽤나 중증이다.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으로 구속됐다가 3년 뒤 유죄가 확정돼 해직당한 그는 그로부터 3년 뒤 특별사면·복권으로 복직됐다. 2000년엔 그에 대한 재임용 탈락 논란이 벌어졌고, 얼마 전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음란물을 게재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뉴스메이커인 것은 좋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시인이자 소설가인 그가 학술논문도 아닌 문학작품을 통째로 표절했다는 것은 문학가로서의 진정성을 저버린 행위다.

    “고등학교 때부터 내 별명은 ‘광마(狂馬)’였다. ‘미친 말’이거나 아니면 ‘짐승 수(獸)’ 자를 써서 ‘미친 짐승’이라는 뜻이다.” 2년 전 마 교수가 어느 인터뷰에서 내뱉은 말이다. 다행이랄까. 그는 자신을 너무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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