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9

..

포항 할머니 반장님 41년째 ‘아름다운 독재’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01-15 10:0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포항 할머니 반장님 41년째 ‘아름다운 독재’
    “뭐 자랑할 일이라고 전화를 다 하셨어요. 그냥 이래저래 동네일에 관심을 갖다보니 40년 넘게 반장일을 보게 됐네요.”

    올해 80세인 ‘반장 할머니’가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2동의 박정연 할머니가 주인공. 박 할머니는 41년째 용흥 2동 반장으로 일하면서 마을의 대소사를 책임지고 있다.

    박 할머니가 용흥동에 자리잡은 것은 1965년. 당시만 해도 이 일대는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다. 집이라고는 박 할머니가 이사 오면서 지은 집이 유일했다. 그러나 개발이 진행되면서 불과 5년 만에 280가구로 늘었다. 그때부터 박 할머니의 ‘활약’이 시작됐다.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수도며 도로며 각종 시설이 절실해졌기 때문. 박 할머니는 시청으로 구청으로 쫓아다니며 “도로를 깔아달라, 수도를 놓아달라”며 민원을 넣기 시작했고 70년대 초반쯤 ‘원’을 풀었다. 마을 사람들이 ‘반장 할머니’를 40년 넘게 믿고 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장 외에도 박 할머니는 2003년 말까지 마을 청소년선도위원과 새마을부녀회장도 겸임해 1인3역을 완벽하게 해냈다.

    박 할머니의 고향은 원래 경주였다. 할머니는 그곳에서 40년을 살다 남편(2004년 작고)의 직장을 따라 포항으로 이사했다. 경주에서 가장 큰 한의원집 딸이었던 박 할머니를 경주에선 ‘아(가)씨’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도 할머니와 오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그를 ‘아씨’라고 부른다고.

    박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좀 적적해요.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얘기할 사람이 없어져서 그런가봐. 그래도 동네에 나가면 다들 반겨주니까 살 만해요. 마을 사람들과 매일 사우나도 가고 마실도 다니면서 사는 게 재밌다니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