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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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문화공간 실험 나선 ‘멋진 父子’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7-01-1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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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 문화공간 실험 나선 ‘멋진 父子’
    몇 년 전, 지금은 뮤지컬로 더 유명해진 영화 ‘헤드윅’을 단관 상영해 영화 마니아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서울 인사동 미로스페이스가 광화문에 ‘부활’했다. 미로스페이스 부활 작전의 주인공은 영화사 미로비전의 채희승 대표(33·사진 왼쪽)와 그의 아버지 채태백(62) 가든플레이스 회장. 대학생이던 1998년 한국영화 수출과 홍보회사를 만들어 영화계에서 ‘겁없는 청년’으로 불렸던 채 대표와 무역업 등을 하며 평생 영화와 관련 없이 살았지만 영화가 미래산업이라고 믿는 ‘용감한’ 아버지가 의기투합해 광화문 역사박물관 옆에 미로스페이스와 레스토랑, 와인바가 모인 복합공간 ‘가든플레이스’를 만든 것이다.

    “인사동 미로스페이스 땐 제가 어려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은 뒤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그때 ‘헤드윅’을 기억하고 광화문 미로스페이스를 다시 찾는 분들이 많아서 큰 힘이 됩니다.”

    가든플레이스 입구엔 미로비전에서 수입, 배급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 ‘그녀에게’의 커다란 스틸사진이 걸려 있다. 1층엔 이탈리안 레스토랑, 2층엔 바153(신문로 153번지다), 빨간색의 넓은 좌석 120석이 갖춰진 예쁜 극장으로 이어진다. 채 대표는 “예술성도 있으면서 엔터테이닝이 되는, 뉴욕 선댄스 영화제 같은 영화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 대표는 한국 영화를 수출하고 해외의 알짜 예술영화를 수입하는 영화사를 운영하고 있으니, 멀티플렉스에서 설움당한 영화들을 위한 상영관이 절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 채 회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들 채 대표는 “사실 진짜 영화광은 아버지”라고 말한다.

    “아들이 한국영화 수출을 한다고 할 때도 적극 지지했어요. 어깨너머로 아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다가 한류가 이렇게 거센데 막상 그 중심인 서울에 외국인들이 영화를 볼 곳이 없다는 아쉬움을 느껴 극장을 짓자고 했죠.”(채태백 회장)



    그래서 미로스페이스에서 상영하는 한국 영화에는 영어나 일어 자막이 붙어 있다. 이미 몇몇 외국계 회사들이 이곳에서 한국 영화를 보고, 식사와 술자리까지 겸하는 ‘문화 송년회’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강남이 아닌 광화문에 작지 않은 규모의 복합 문화공간을 운영한다는 건 ‘실험’이다. 채 회장은 “오래 살아보니 정말 중요한 것은 ‘길게 보는 것’임을 알겠다”고 말한다. 멋진 아버지와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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