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10학년) 때 배우는 국어 교과서는 모든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통필수 과목으로, 문학과 비문학을 포함해 다양한 글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 과목을 배우고 2학년에 올라가면 시,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좀더 폭넓게 공부하기 위해 ‘문학’ 과목을 배우거나, 언어의 적합성을 이해할 목적으로 ‘국어생활’ 과목 등을 접하게 됩니다. 물론 이들 과목은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으나 사실상 대부분의 학교에서 선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문학 과목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문학이란 작가의 체험을 통해 얻은 진실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입니다. 따라서 이 과목의 학습은 문학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그를 통한 깨달음,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러려면 획일적인 암기 중심의 학습 방법에서 벗어나 학습자 스스로 고민하고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시험준비 도구 아닌 자아실현과 창의적 사고력 배양

7차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문학’ 과목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즉 문학의 수용과 창작활동을 통해 감상 능력을 길러, 자아를 실현하고 문학 문화 발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인간을 기른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문학을 단지 시험 준비를 위한 도구의 개념에서 벗어나 자아를 실현하고 세계를 이해하며, 문학의 가치를 자신의 삶으로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점은 서울대에서 밝힌 ‘암기한 지식의 양보다 습득한 정보와 지식을 통합해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 즉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의 배양’이라는 통합논술의 목표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서울대에서 발표한 2008학년도 통합논술 대비 2차 예시(인문계)의 4번 문항을 보면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황현의 한시(漢詩) ‘절명시’(제시문 [가]),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제시문 [나]),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제시문 [다]) 등 세 편의 문학작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제시문은 생략하고 발문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논제 1. 제시문 (가)와 (나)에는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글쓴이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을 비교하고 설명하시오. 논제 2. 학생이 제시문 (가)와 (나) 중, 한 상황에서 제시문 (다)와 같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할 때, 그 선택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렇게 선택한 이유를 논술하시오.

제시문 [가]는 부정적인 상황(한일병합)에 직면하여 지식인(유학자)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고뇌가 담겨 있고, 제시문 [나]는 현실이 주는 안온함에서 벗어나 욕망을 꿈꾸는 개인적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은 두 작품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선택의 갈등 양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접근해야 합니다. 의 경우 제시문 [나]의 상황을 선택했다고 가정하면, 비록 주인공이 결혼이라는 사회적 책무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더라도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하인숙)이라면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의 논지 전개가 가능할 것입니다.

교과서 학습활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이런 유형의 문제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1 과정에서 공통필수 과목인 국어(하) 교과서의 216쪽 ‘심화학습’을 보면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주제로 하는 세 편의 작품(‘사모곡’ ‘자모사’ ‘추억에서’)을 소개하고, 이들 작품을 읽고 그에 따른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과정을 글로 표현하도록 유도한다면 자연스럽게 작품의 이해와 감상 능력을 묻는 논술 문제가 됩니다. 지면 관계상 제시문으로 소개할 세 편의 작품은 생략하겠습니다. 수고스럽더라도 국어 교과서에서 작품을 확인하고 이야기할 사항을 간략하게 글로 정리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