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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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무력 사용’ 언급이 경호처 직원 심적 동요 키워”

휴가 쓰고 ‘차벽’ 버스에 열쇠 꽂아두고… 尹은 공수처 이틀째 조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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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01-17 09: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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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경호처 일부 직원이 일부러 휴가를 쓰거나 사무실에 머무르는 등 소극적 저항을 했다.”

    “김성훈 차장 등 일부 ‘강경파’와 일선 경호관 사이에 인식차가 컸다.”

    “체포영장 집행을 또 막아섰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체포된 1월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지키던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의 복잡한 심경을 알 수 있는 전언과 정황이다.

    “경호처 이상했다, 무혈입성과 마찬가지”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경호처 일선 직원의 ‘암묵적 무대응’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1월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은 경호처의 차벽 설치와 스크럼에 가로막혀 좌절된 바 있다.

    1월 15일 한남동 관저 경호처 직원들의 분위기 변화는 현장에 있던 여당 의원들의 전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날 한남동 관저에 들어갔던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경호처가 오늘(1월 15일) 이상했다. 무혈입성과 마찬가지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함께 관저에 있었던 같은 당 박충권 의원도 “그쪽(관저 2차 저지선에 있던 경호처 직원들)에서는 방어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상 1월 15일 채널A 인터뷰 발언).

    윤 대통령에 대한 1·2차 체포영장 집행 12일 동안 경호처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일선 경호관의 심리적 불안과 피로감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호처 내부에서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성훈 차장 등 수뇌부와 부장급 이하 중간 간부·일선 경호관 사이 분열 양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온건파’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1월 10일 사직하고 경찰 조사에 출석하자 경호처 직원들의 동요가 상당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 차장은 체포영장 집행에 시종일관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김 차장은 1월 15일 새벽까지도 ‘공수처·경찰 진입 저지’를 독려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다수 경호관은 이에 따르지 않았다. 경호처 직원들의 ‘소극적 저항’은 공수처·경찰 관계자들을 막아서지 않고 ‘정위치’에서 근무하거나, 사무실 안에 머무르는 형태로 이뤄졌다. “각자 판단해 휴가를 쓰라”는 일부 중간 간부의 지침에 따라 출근하지 않은 이도 있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차벽으로 설치된 버스에 열쇠가 그대로 꽂혀 있었고, 이를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경호처 측 제지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측의 지나친 강경 태도가 경호처 직원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이 경호처 간부들에게 ‘무력을 써서라도 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다수 경호처 직원의 심적 동요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지휘계통도 아닌 민간인 윤갑근 변호사(윤 대통령 변호인)가 직원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경호관들이 경찰관 전원을 체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논란을 샀다고 한다.

    “현행범 체포” 公·警 심리전 먹혔나

    1월 15일 공수처와 경찰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진입하고 있다. [뉴스1]

    1월 15일 공수처와 경찰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진입하고 있다. [뉴스1]

    공수처와 경찰의 ‘심리전’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경찰은 2차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경호처를 상대로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했다. 경찰에 출석한 박종준 전 처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에 대한 조사에서 경호처 내부 분열이 있음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1월 13일 경호처에 보낸 공문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형사처벌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공무원 자격이나 연금 수급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경호처 수뇌부의) 위법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직무유기죄 성립 등 명령 불이행으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호처 수뇌부에 대한 경고와 일선 경호관들에 대한 회유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 ‘갈라치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1월 15일 오전 관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도 공수처와 경찰은 “영장 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방해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입간판을 설치하고 비슷한 취지의 경고 방송을 송출했다.

    윤 대통령은 1월 15일 공수처 첫 조사에서 침묵으로 일관한 데 이어 이튿날 조사에 불응하는 등 체포된 상태에서도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했다”고 말한 뒤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고 조서 열람 및 날인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48시간 동안 구금한 상태에서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도 청구했다. 체포적부심은 법원에 수사기관의 체포가 적법한지 가려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이를 접수한 법원은 48시간 안에 피의자를 심문해 석방 여부를 판단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에 내란 수사 권한이 없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하며 국면 전환을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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