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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기술’ 유행할 때 버블 위험 커져
막스는 당시 글에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라는 말이 유행할 때 버블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때 주가가 8달러에서 114달러까지 상승했다가 2달러로 폭락한 기업을 예로 들었는데, 바로 20세기 초 라디오 제조 분야 선두주자였던 RCA(Radio Company of America·그래프 참조)다. 1920년대에는 라디오가 세상을 바꿀 기술로 여겨졌고, 대공황(1929~1939) 이후 세계시장이 활짝 열렸다. 그러나 1929년 최고가를 기록했던 RCA 주가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최고치의 3분의 1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막스는 다음과 같은 워런 버핏의 명언을 소개한다.
자료 | 글로벌 파이낸셜 데이터
RCA 주가가 하락한 건 이 회사를 비롯한 미국 라디오 제조사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소니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가 진공관이 아닌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초소형 라디오를 출시하면서 라디오 산업의 패권을 빼앗아간 것이다. 이후 미국 라디오 기업들은 삼성전자가 1969년 초저가 라디오 생산에 뛰어드는 등 동아시아 기업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이 메모를 보낸 후 막스는 “신경제의 잠재력을 무시하는 고인물”이라는 날 선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그와 버핏의 지적은 “놀라운 예지”로 찬양받고 있다. 버블 닷컴 이후 아마존 등 극히 일부 인터넷 기업만 생존했을 뿐, 수많은 기업이 몰락하거나 이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기업이 살아남고 또 경쟁 우위를 유지할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그의 지적은 새겨들을 가치가 있다.
막스는 새해 벽두에 보낸 새로운 메모에서 3가지 버블 징후를 소개한다. △(자산가격 상승 덕에 발생한) 풍요로움에 도취된다 △지금 랠리에 올라타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압박감을 받는다 △‘너무 비싼 가격’ 따위는 없다는 확신을 갖는다 등이다.
버블은 위 3가지 징후가 보여주듯이 특정 PER(주가수익비율) 레벨로 측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버블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투자자의 심리라는 것이 막스의 주장이다. 즉 평소에는 냉정하던 사람이 열광적인 상태에 빠져들면서 (특정 주식이나 산업) 미래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극단적 생각에 빠져들까. 막스는 그 이유가 ‘새로움’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버블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 탄생과 결부돼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에 따르면 1960년대 말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오일쇼크 이전까지 미국 S&P500 지수의 상위 50개 종목) 장세는 트랜지스터 발명과 아폴로 우주선에 대한 열광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 2004~2006년에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버블을 이끌었다고 한다.
테슬라 주가 변동성, 심각한 버블 판단 일러
이 대목에서 막스는 “모든 열광과 거품의 바닥에 한 가지 진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이 세상을 완전히 바꾼 것은 분명하고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지만, 2000년 IT 거품이 꺼지면서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기업 대부분이 쓸모없는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를 낙관한 열광적인 투자자들에 의해 책정된 높은 주가는 점점 더 시장을 취약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새로운 기술기업의 잠재력이 현재 이익으로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가치는 추측을 기반으로 형성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곧이어 막스는 엔비디아로 화살을 돌린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경쟁 우위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는 하이테크 분야에서 경쟁 우위가 꾸준히 지속되는 경우는 매우 희소하다고 막스는 지적한다. 2000년 IT 거품 당시 시가총액 20위 기업 가운데 지금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하나뿐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필자가 막스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미국 주요 기업 PER은 1999년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 나아가 투자자들 레버리지 수준, 즉 ‘빚투’ 규모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억제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1999년과 달리 최근 시장 주도 기업은 모두 이익을 내고 있다. 25년 전에는 이익을 한 푼도 못 내는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점령했다면 지금은 어마어마한 순이익을 기록하는 기업들로 리스트가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막스가 강조한 “경쟁 우위의 지속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주가 급등에서 보듯이 새로운 경쟁자 혹은 신상품의 등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잘나가던 테슬라가 2024년 매출 둔화 소식을 전한 이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아직 투자자들은 장밋빛 미래에 도취되기보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에 주목하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어 심각한 버블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