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남하 중이다. 금강산에서 설악산으로, 다시 지리산으로 붉은 단풍은 하룻밤 새 수십 리를 이동한다. 계절은 거침이 없다. 하지만 사람은 그 반대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시절이 하수상한 요즘, 지척인 금강산 가는 일조차 겁내고 있지 않은가. 금강산 육로관광 취소율이 한때 60%까지 치솟았다. 혹여 전쟁이라도 날까, 돌아오지 못할까 두려워서일 게다. 금강산에 가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북녘 권력자들이 밉다. 요 며칠 새 금강산 단풍은 더욱 흐드러졌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