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6시그마 페스티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이구택 회장.
수익도 제대로 못 내는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면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인 포스코 이구택 회장이 자주 강조하는 말이어서 “도대체 왜 그런 얘기를 할까” 궁금증이 일게 된다.
포스코는 경영실적 면에서 2005년 기준 세계 4위의 철강기업이고 원가경쟁력 면에서는 세계 톱클래스다. 미국 철강전문 연구기관인 WSD는 2002년부터 3년 연속 포스코를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선정했다. 90년대 후반 포스코에 1위 자리를 내준 일본 철강업계는 과거 영광 재현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포스코가 왜 혁신을 얘기할까. 최근 국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포스코는 양질의 제품을 국내 수요업체에 저가로 공급하는 것이 ‘의무’였다. 그것이 제철보국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철강사 간 인수·합병(M&A)이 심화되면서 철강은 더 이상 국가전략 산업이 아닌 상품산업이 됐다. 더욱이 중국 철강업체의 설비 증설은 한국의 안방까지 위협하고 있다.
‘프로세스 혁신’ 이후 신제품 출시 기간 4년에서 18개월로
이 회장은 이런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화와 민영화 완성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혁신’만이 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혁신이 쉬운 것은 아니다. 포스코처럼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 회장이 “지난 30년 동안 포스코의 경영활동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프로세스를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을 직원들에게 인식시키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할 정도다. 이 회장은 그때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포스코가 프로세스 혁신(PI)을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염두에 두었던 단어는 고객이었다. 프로젝트 파트너였던 PwC컨설팅이 포스코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 결과 제품 및 원가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으나 고객 친밀도는 상대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많다는 진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업무 프로세스뿐 아니라 시스템도 개선의 여지가 많았다. 제철소 조업을 시작한 다음 해인 1974년 국내 최초로 공장 운영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설비 확장에 맞춰 그때그때 업무나 부서 중심으로 발전시키다 보니 전사 통합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부서마다 품종과 강종(鋼種)의 분류 기준이 달라 업무 연결이 불가능했고, 업무처리 속도도 떨어졌다. 구매 부문에서도 제철소마다 물품 분류 체계가 달라 불필요한 재고가 늘었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단순히 시스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와 제도까지 바꾸는 전면적인 혁신을 수행하기로 하고, 이를 추진할 조직인 PI실을 1998년 12월31일 발족했다. 이후 부문별 개선사업 중심으로 36개 핵심과제 선정→마스터플랜 수립→시스템 구축→시스템 테스트 등을 거쳐 2001년 7월2일 30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시스템을 전면 가동했다.

2004년 광양제철소가 주최한 6시그마 축제.
포스코 관계자는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은, 국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세계 철강업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방대한 프로젝트를 단기간에 성공시킴으로써 임직원들이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PwC컨설팅은 PI를 통한 유·무형의 기업가치 증대효과를 5조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아직도 배가 고픈 듯’했다. PI의 이런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적인 경영혁신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 2002년 1월부터 2기 PI를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기 PI의 핵심은 단연 6시그마다. 6시그마란 원래 불량품 수를 제품 100만 개당 3, 4개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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