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의 동생 문재숙 교수(이화여대)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과 관련해 정치권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이 이번에는 ‘채무 해결사’ 논쟁에 휘말렸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를 받기 위해 문화재청을 방문한 Y 씨에게 문화재청 M 과장 등 간부들이 “K 씨에게서 빌린 돈 5000만원과 부동산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며 서너 시간 동안 Y 씨를 ‘설득’한 사실이 밝혀진 것. 이와 관련해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4월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나중에 보고를 받았다”며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선정된 뒤 잘못된 부분이 드러나면 좋지 않다”며 사인(私人) 간 채무 해결에 공직자들이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3월13일 문화재청 관계자에게서 채무이행을 요구받은 Y 씨는 폰뱅킹으로 5000만원을 M과장 계좌로 송금했다. 그 직후 문화재청은 Y 씨에게 인정서를 수여했다. 그러나 M 과장은 다음 날 문화재청 고위간부의 지적을 받고 이 돈을 Y 씨에게 돌려주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손봉숙 의원 측은 “무형문화재 인정서를 받으러 온 국악인에게 인정서 대신 채무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한 것은 문화재청 공무원이 채무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인정서 수여 직전 채무이행 권유
‘청렴과 도덕성을 강조해온 공직사회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 사건은 2006년 3월13일 오후에 시작되었다. “제23호 가야금산조 부문 무형문화재로 선정됐으니 문화재청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은 Y 씨와 그의 남편 N 씨가 대전 문화재청에 도착한 것은 13일 오후 2시5분경. Y 씨 부부는 궂은 날씨로 인해 행사 시간보다 5분여 늦게 도착했다.
행사장에 도착한 Y 씨 부부는 이후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M 과장은 늦게 도착한 것을 이유로 Y 씨 부부를 행사장이 아닌 문화유산국장실로 안내했고, 이후 또 다른 간부 L 씨의 방으로 이들을 안내했다. Y 씨 부부는 L 씨에게서 사인 간 채무 문제와 관련해 중재 제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N 씨의 설명이다.
“평소 우리 부부에게 5000만원의 부채를 갚으라고 요구해온 K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아침에 L 씨를 찾아와 민원을 제기했다고 했다. L 씨는 그 민원을 거론하며 우리 부부에게 K 씨의 부채 5000만원을 갚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M 과장도 행사 당일 K 씨가 L 씨의 방을 방문했다고 확인했다.
K 씨는 1990년을 전후해 Y 씨 부부와 돈거래를 하다가 92년과 93년에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던 지인. Y 씨 부부는 이 소송에서 이겨 금전 문제는 깨끗이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N 씨는 L 씨에게 전말을 설명하고 “사인 간 문제인 만큼 알아서 풀겠다”며 “K 씨와는 채무관계가 없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를 달라. 인정서를 받은 뒤라도 (부채 등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깨끗이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L 씨는 N 씨의 제의를 외면했다. Y 씨가 “이런 법이 어딨느냐”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문화재청 직원들은 귀담아듣지 않고 계속 합의를 종용했다. 견디다 못한 Y 씨는 남편 N 씨와 상의해 돈을 주기로 결정하고 “5000만원을 전달한 뒤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 간의 예술적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M 과장은 팩시밀리를 통해 이 합의서를 K 씨에게 전달하는 등 합의서 작성을 도왔다. 최종 합의서에는 5000만원 문제와 부동산 문제 등 3가지 사안에 대해 양측의 입장이 정리돼 있다.
Y 씨가 합의서 작성을 마친 시간은 오후 5시 전후. 그 후 Y 씨는 폰뱅킹으로 5000만원을 M 과장의 계좌로 송금했다. 공직자로서 사인 간의 채무 해결에 나선 것도 시빗거리지만 자신의 통장에 송금하라고 한 행위도 구설을 면키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대해 M 과장은 Y 씨의 입장을 배려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의 말이다.
“Y 씨가 돈을 준 흔적을 남기려는 것 같아 내 통장번호를 불러주었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M 과장 계좌로 5000만원을 송금한 Y 씨 부부는 6시40분쯤 9층 유홍준 청장실로 올라가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 수여식에 참석했다.
공무원까지 나서 ‘해결책’을 모색했던 Y 씨와 K 씨 간 분쟁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Y 씨의 남편 N 씨는 4월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K 씨에게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K 씨는 같은 날 전화통화에서 “당연히 받을 돈을 받으려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셈인데, Y 씨는 돈을 빌린 적이 없다면서 왜 5000만원을 송금했으며 부동산 등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했을까.
“과거에도 수시로 제기됐던 문제라 또 거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나서서 그렇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문제를 제기해도 인정서를 받고 난 뒤 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합의서를 쓰지 않으면 (무형문화재 인정서 수여를) 보류하려는 분위기였다. 간부 방을 왔다갔다하며 합의 얘기를 꺼내고…. 설사 채무관계가 있더라도 개인끼리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해 살 수 있다” 상사 지시로 돈 돌려줘
Y 씨의 이런 항변에도 돈 문제 해결에 나선 M 과장은 4월6일 오전 ‘주간동아’ 편집실을 방문해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상자기사 참조).
“문화재청 공무원은 국악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무형문화재 선정과 관련해 이런저런 잡음이 많은데 그들의 민원을 파악해 적절하게 해결해야 한다. 민원이 제기됐는데 어떻게 인정서를 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나서 해결했을 뿐이다. 공직자로서 소신껏 일한 것이다.”
유 청장도 7일 통화에서 비슷한 요지의 입장을 밝혔다. 유 청장은 “무형문화재 선정과 관련, 남을 해코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의 사생활 문제도 잘못된 쪽으로 흘러가면 우리에게 화살이 돌아온다. 담당 과장이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문화재청은 사인 간 돈 문제에 개입한 공직자의 처신을 ‘소신’으로 보지 않는 듯했다. 3월13일 ‘Y 씨가 5000만원을 M 과장 계좌로 넣었다’는 보고를 받은 문화재청 고위 관계자는 M 과장에게 “돈을 되돌려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M 과장이 설명하는 당시 상황이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5000만원을 내 통장에 넣었다는 얘기를 상사에게 전했다. 그러자 그 상사가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돌려주라고 해 다음 날 10시30분에 곧바로 Y 씨의 은행 계좌로 5000만원을 송금했다.”
이번 일에 대해 문화재청 측은 한결같이 민원 해결 차원의 중재였다고 주장하지만 공무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는지, 적절한 조치였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손봉숙 의원 측은 13일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할 예정이다.
3월13일 문화재청 관계자에게서 채무이행을 요구받은 Y 씨는 폰뱅킹으로 5000만원을 M과장 계좌로 송금했다. 그 직후 문화재청은 Y 씨에게 인정서를 수여했다. 그러나 M 과장은 다음 날 문화재청 고위간부의 지적을 받고 이 돈을 Y 씨에게 돌려주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손봉숙 의원 측은 “무형문화재 인정서를 받으러 온 국악인에게 인정서 대신 채무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한 것은 문화재청 공무원이 채무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인정서 수여 직전 채무이행 권유
‘청렴과 도덕성을 강조해온 공직사회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 사건은 2006년 3월13일 오후에 시작되었다. “제23호 가야금산조 부문 무형문화재로 선정됐으니 문화재청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은 Y 씨와 그의 남편 N 씨가 대전 문화재청에 도착한 것은 13일 오후 2시5분경. Y 씨 부부는 궂은 날씨로 인해 행사 시간보다 5분여 늦게 도착했다.
행사장에 도착한 Y 씨 부부는 이후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M 과장은 늦게 도착한 것을 이유로 Y 씨 부부를 행사장이 아닌 문화유산국장실로 안내했고, 이후 또 다른 간부 L 씨의 방으로 이들을 안내했다. Y 씨 부부는 L 씨에게서 사인 간 채무 문제와 관련해 중재 제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N 씨의 설명이다.
“평소 우리 부부에게 5000만원의 부채를 갚으라고 요구해온 K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아침에 L 씨를 찾아와 민원을 제기했다고 했다. L 씨는 그 민원을 거론하며 우리 부부에게 K 씨의 부채 5000만원을 갚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M 과장도 행사 당일 K 씨가 L 씨의 방을 방문했다고 확인했다.
K 씨는 1990년을 전후해 Y 씨 부부와 돈거래를 하다가 92년과 93년에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던 지인. Y 씨 부부는 이 소송에서 이겨 금전 문제는 깨끗이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N 씨는 L 씨에게 전말을 설명하고 “사인 간 문제인 만큼 알아서 풀겠다”며 “K 씨와는 채무관계가 없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를 달라. 인정서를 받은 뒤라도 (부채 등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깨끗이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3월13일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무형문화재 인정서를 전달한 뒤 담소하고 있다.
Y 씨가 합의서 작성을 마친 시간은 오후 5시 전후. 그 후 Y 씨는 폰뱅킹으로 5000만원을 M 과장의 계좌로 송금했다. 공직자로서 사인 간의 채무 해결에 나선 것도 시빗거리지만 자신의 통장에 송금하라고 한 행위도 구설을 면키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대해 M 과장은 Y 씨의 입장을 배려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의 말이다.
“Y 씨가 돈을 준 흔적을 남기려는 것 같아 내 통장번호를 불러주었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M 과장 계좌로 5000만원을 송금한 Y 씨 부부는 6시40분쯤 9층 유홍준 청장실로 올라가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 수여식에 참석했다.
공무원까지 나서 ‘해결책’을 모색했던 Y 씨와 K 씨 간 분쟁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Y 씨의 남편 N 씨는 4월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K 씨에게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K 씨는 같은 날 전화통화에서 “당연히 받을 돈을 받으려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셈인데, Y 씨는 돈을 빌린 적이 없다면서 왜 5000만원을 송금했으며 부동산 등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했을까.
“과거에도 수시로 제기됐던 문제라 또 거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나서서 그렇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문제를 제기해도 인정서를 받고 난 뒤 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합의서를 쓰지 않으면 (무형문화재 인정서 수여를) 보류하려는 분위기였다. 간부 방을 왔다갔다하며 합의 얘기를 꺼내고…. 설사 채무관계가 있더라도 개인끼리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해 살 수 있다” 상사 지시로 돈 돌려줘
Y 씨의 이런 항변에도 돈 문제 해결에 나선 M 과장은 4월6일 오전 ‘주간동아’ 편집실을 방문해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상자기사 참조).
“문화재청 공무원은 국악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무형문화재 선정과 관련해 이런저런 잡음이 많은데 그들의 민원을 파악해 적절하게 해결해야 한다. 민원이 제기됐는데 어떻게 인정서를 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나서 해결했을 뿐이다. 공직자로서 소신껏 일한 것이다.”
유 청장도 7일 통화에서 비슷한 요지의 입장을 밝혔다. 유 청장은 “무형문화재 선정과 관련, 남을 해코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의 사생활 문제도 잘못된 쪽으로 흘러가면 우리에게 화살이 돌아온다. 담당 과장이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문화재청은 사인 간 돈 문제에 개입한 공직자의 처신을 ‘소신’으로 보지 않는 듯했다. 3월13일 ‘Y 씨가 5000만원을 M 과장 계좌로 넣었다’는 보고를 받은 문화재청 고위 관계자는 M 과장에게 “돈을 되돌려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M 과장이 설명하는 당시 상황이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5000만원을 내 통장에 넣었다는 얘기를 상사에게 전했다. 그러자 그 상사가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돌려주라고 해 다음 날 10시30분에 곧바로 Y 씨의 은행 계좌로 5000만원을 송금했다.”
이번 일에 대해 문화재청 측은 한결같이 민원 해결 차원의 중재였다고 주장하지만 공무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는지, 적절한 조치였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손봉숙 의원 측은 13일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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