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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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는’소문난 책벌레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6-04-17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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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는’소문난 책벌레
    KBS의 대표적인 교양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가 200회를 맞았다. 2001년 5월 처음 방송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700여 권의 책이 전파를 탔다. 시청률이 높지 않은 심야의 책 소개 프로그램, 하지만 큰 의미를 지닌 이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는 김학순(46) PD의 기분은 어떨까?

    “우리 프로그램이 장수해서 좋다기보다는, 방송사마다 책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하나씩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MBC의 ‘느낌표’가 재미있고 쉬운 책을 다루면, 우리는 좀더 진지한 책을 다루는 식으로 말이에요. 그러면 출판계도 좋고 우리도 프로그램 만들기가 수월할 겁니다. 그런데 책과 TV는 공존이 쉽지 않은 매체지요. 책을 읽으려면 TV를 꺼야 하니 이게 참 딜레마예요.”

    김 PD와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가 대단한 책벌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고 있다는 그는 지난해 ‘TV, 책을 말하다’를 맡으면서부터 매일 책을 읽는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우리 프로그램에서 선정하는 책들이 너무 어렵지 않나 하는 고민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다뤄주지 않으면 아무도 안 봐줄 것 같은 책들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의궤: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 같은 책이나 이어령 씨가 책임편집을 맡은 ‘대나무’ 같은 책은 돈 벌려고 낸 게 아니라 문화사업 그 자체죠. 저 개인적으로는 ‘TV, 책을 말하다’가 좀더 다양한 장르를 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 프로그램에 만화가 딱 한 번 나왔죠. 하지만 앞으로는 SF나 무협, 만화 등도 자유롭게 등장했으면 합니다.”

    매주 월요일 밤 12시에 방송되는 ‘TV, 책을 말하다’는 다섯 명의 PD와 네 명의 작가가 만든다. 아홉 명의 제작진 중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는 책은 방송을 탈 수가 없다고. 김 PD가 말하는 선정 기준은 “기존 정보를 정리한 책보다는 거칠더라도 작가가 연구하고 땀 흘린 흔적이 묻어 있는 책”이다. 시청자들은 ‘쾌도난마 한국경제’ 같은 경제서나 역사, 과학책을 선호한다. 김 PD 개인으로는 문장이 아름다운 책을 발견할 때가 참 기쁘단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같은 책이 바로 그런 경우지요. 청소년을 위한 책인데 아주 잘 썼어요. 그리고 젊은 작가들 중에선 김애란, 김중혁이 좋더군요. 박현욱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책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한 김 PD는 소년 같은 얼굴로 덧붙였다. “책을 읽고 또 읽다 보니 쓰고도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조선시대에 ‘이괄의 난’을 일으킨 이괄을 소재로 책을 쓰고 있는데 언제 끝낼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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