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1

..

공무원 성적은 댓글 순?

  • 입력2006-04-12 13:2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분명 ‘난(亂)’이다. ‘김재록의 난’. 현대차그룹으로선 그렇다. 6년 전 ‘왕자의 난’과는 차원이 다르다. ‘넥스트 도요타’로 불리며 세계의 이목을 끈 저력은 ‘김재록탄(彈)’ 한 방에 날아갔다. 비자금과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을 양파껍질처럼 벗겨대는 검찰의 초스피드 칼놀림에 현대차는 브레이크만 꾹 밟은 채 신호대기 중이다.

    “법무팀이 죽일 놈들이다. 이런 일 미리 알아채서 대비하라고 자리 만들어 월급까지 줬지 않나? 삼성이라면 이랬겠나?” 현대차그룹의 한 퇴임 임원의 탄식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2월, 5개월 만에 귀국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휠체어를 탄 채 나타나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 전적으로 책임은 나 개인에게 있다”며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한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러곤 사재 8000억원을 내놓고 파문을 일단락지었다. 학창시절 레슬링을 즐겼던 그로선 용케 ‘반칙왕’의 마스크를 벗는 데 성공한 셈이다.

    또 다른 ‘반칙왕’ 정몽구 회장은 아쉽게도(?) 종목이 다르다. 그는 고교시절 럭비선수였다.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글로비스의 비밀금고 위치와 번호까지 알고 간 것도 그의 ‘럭비공 인사’에 불만을 품은 내부 제보자 덕분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할 검찰 수사에 맞서 정 회장은 어떤 해법을 내던질까.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수사 또한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스포츠인 정몽구’의 유연한 플레이가 관전 포인트다.



    발상치곤 묘하다. BH(Blue House·청와대) 지시사항이라는 ‘댓글 독려’ 말이다. ‘국정브리핑’에 올린 언론보도에 대한 공무원의 댓글 실적을 각 부처의 평가에 반영한다? ‘인터넷에서 대세를 잡아 일반 선거로 몰아간 희귀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아니고서는 내놓기 힘든 희귀한 아이디어다.

    3월23일 열린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하루 1시간 30분가량 인터넷 서핑을 한다고 밝힌 노무현 대통령이 그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사이트가 바로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국정브리핑’ 아니던가. 그는 공무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직접 댓글을 단다고도 했다. 이젠 댓글 쓰기에 지쳐 남의 댓글을 읽고 싶어진 걸까?

    그렇더라도 반강제적인 댓글 달기를 지시한 건 너무했다. 알다시피 댓글이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다는 글이다. 국민 세금으로 녹을 먹는 공무원이 친정부적인 ‘반박과 해명의 글쓰기’에 몰두한다면 돈 받고 포털 사이트에 ‘악플(악의적 내용을 담은 댓글)’을 써대는 ‘악플러’와 뭐가 다를까. 참여정부의 참여는 ‘자발적 참여’가 아니었나?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