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3일 국회의원회관 손봉숙 의원실을 찾은 국정원 A씨가 손 의원의 보좌관 배선희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동영상 촬영). 자료는 이들의 대화록.
이 동영상을 촬영한 곳은 국회의원회관 844호 손 의원실. 동영상에는 손 의원의 보좌관 배선희 씨와 대화를 나누는 A 씨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 손 의원 측은 4월7일 동영상을 녹취록으로 만들어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의혹 규명에 들어갔다.
A 씨가 국회의원회관 손 의원실로 찾아간 것은 3월23일. 손 의원이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과정에 대한 자료를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직후였다.
공개된 동영상과 녹취록에 따르면 A 씨는 △문화재심의회가 문재숙씨를 추천한 과정 △손 의원이 문재숙 씨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배경과 조사 내용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과 관련한 국정원의 오해 및 해명 문제 등을 놓고 배 보좌관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A 씨는 또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라며 손 의원 측의 협조를 구하는가 하면 “문재숙 교수님이 문희상 의원님 동생분이시고 또 저희 차장님 사모님이니까…. 그런 것까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것이 또 언론에 쟁점화되면 여권… 아마 제 생각이… 부담으로 작용하니까…”라며 문재숙 씨의 무형문화재 선정과 관련한 의혹이 정치 쟁점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A 씨는 “문화재 위원들 전원이 다 반대를 하는데. 그렇다면 그런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있는데…. 그럼 최종적으로… 결재를 하셨을 텐데…” 등 문화재심의회의 활동과 관련해 배 보좌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국정원 “개인 차원에서 찾은 것”
이에 듣고 있던 배 보좌관은 화를 벌컥 내면서 “네… 혹시라도 들어가면 그런 말씀은 어떤 다른 말로 답을 해주세요. …제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래요. 어떻게 이런 식으로까지 얘기를…”이라고 말했다.
A 씨가 손 의원의 조사활동과 관련해 직접 만나 문제를 제기하려 하자 배 보좌관이 이를 제지하는 대화도 등장한다. 배 보좌관은 “아마 의원님께 이거(문제) 물어보시면 화내실 겁니다. …문제 제기를 지금 알아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뭐가 문제가 대단한 것이기에 로비를 하냐. …그거 때문에 의원님께 물어보시는 건 안 하시는 게…”라며 손 의원과의 접촉을 만류했다.
그러나 A 씨는 “의원님께 여쭤보는 게…”라며 손 의원과의 접촉에 관심을 보였다. 배 보좌관은 이런 A 씨에게 “지금 저도 불쾌한데, A 선생님, 지금 이 내용에 대해서… 당연히 그걸 알고 사태 파악을 하고 오셨어야죠. 제대로… ”라고 답했다.
A 씨는 문재숙 씨와 함께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선정된 양승희 씨와 관련해서는 “양승희에 대해서 뭐 저희 쪽에서 모함하고 그런 거 없습니다. 큰일 날 일이죠”라고 해명했다. 이에 배 보좌관은 “네…. A 선생님께서 그러지 않더라도…”라며 말을 끊었다.
배 보좌관은 A 씨의 질문이 중간중간 끊어지는 것에 대해 “녹취를 한 카메라와 A 씨 사이의 거리가 멀어 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조만간 전문가를 동원해 완전한 녹취록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 보좌관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두 사람의 대화가 격해지자 의원실 밖에 있던 보좌진이 의원실로 들어와 대화를 녹취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7일 전화통화에서 “손 의원실을 찾아간 직원은 공식 입장이 아니라 개인 차원으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