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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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님 사모님 문제 … 도와달라”

국정원 직원 손봉숙 의원실 찾아가 협조 요청 … 동영상·녹취록 공개 ‘파문’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04-12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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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장님 사모님 문제 … 도와달라”

    3월23일 국회의원회관 손봉숙 의원실을 찾은 국정원 A씨가 손 의원의 보좌관 배선희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동영상 촬영). 자료는 이들의 대화록.

    국가정보원 직원 A 씨가 문희상 의원(열린우리당)의 동생이자 국정원 이상업 2차장의 부인 문재숙 씨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배경을 조사하던 민주당 손봉숙 의원실을 찾아가‘압력’을 행사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과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카메라로 촬영된 동영상에는 40여분의 대화 가운데 23분(A4용지 4장) 분량의 대화 내용이 녹취돼 있다.

    이 동영상을 촬영한 곳은 국회의원회관 844호 손 의원실. 동영상에는 손 의원의 보좌관 배선희 씨와 대화를 나누는 A 씨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 손 의원 측은 4월7일 동영상을 녹취록으로 만들어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의혹 규명에 들어갔다.

    A 씨가 국회의원회관 손 의원실로 찾아간 것은 3월23일. 손 의원이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과정에 대한 자료를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직후였다.

    공개된 동영상과 녹취록에 따르면 A 씨는 △문화재심의회가 문재숙씨를 추천한 과정 △손 의원이 문재숙 씨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배경과 조사 내용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과 관련한 국정원의 오해 및 해명 문제 등을 놓고 배 보좌관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A 씨는 또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라며 손 의원 측의 협조를 구하는가 하면 “문재숙 교수님이 문희상 의원님 동생분이시고 또 저희 차장님 사모님이니까…. 그런 것까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것이 또 언론에 쟁점화되면 여권… 아마 제 생각이… 부담으로 작용하니까…”라며 문재숙 씨의 무형문화재 선정과 관련한 의혹이 정치 쟁점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A 씨는 “문화재 위원들 전원이 다 반대를 하는데. 그렇다면 그런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있는데…. 그럼 최종적으로… 결재를 하셨을 텐데…” 등 문화재심의회의 활동과 관련해 배 보좌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국정원 “개인 차원에서 찾은 것”

    이에 듣고 있던 배 보좌관은 화를 벌컥 내면서 “네… 혹시라도 들어가면 그런 말씀은 어떤 다른 말로 답을 해주세요. …제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래요. 어떻게 이런 식으로까지 얘기를…”이라고 말했다.

    A 씨가 손 의원의 조사활동과 관련해 직접 만나 문제를 제기하려 하자 배 보좌관이 이를 제지하는 대화도 등장한다. 배 보좌관은 “아마 의원님께 이거(문제) 물어보시면 화내실 겁니다. …문제 제기를 지금 알아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뭐가 문제가 대단한 것이기에 로비를 하냐. …그거 때문에 의원님께 물어보시는 건 안 하시는 게…”라며 손 의원과의 접촉을 만류했다.

    그러나 A 씨는 “의원님께 여쭤보는 게…”라며 손 의원과의 접촉에 관심을 보였다. 배 보좌관은 이런 A 씨에게 “지금 저도 불쾌한데, A 선생님, 지금 이 내용에 대해서… 당연히 그걸 알고 사태 파악을 하고 오셨어야죠. 제대로… ”라고 답했다.

    A 씨는 문재숙 씨와 함께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선정된 양승희 씨와 관련해서는 “양승희에 대해서 뭐 저희 쪽에서 모함하고 그런 거 없습니다. 큰일 날 일이죠”라고 해명했다. 이에 배 보좌관은 “네…. A 선생님께서 그러지 않더라도…”라며 말을 끊었다.

    배 보좌관은 A 씨의 질문이 중간중간 끊어지는 것에 대해 “녹취를 한 카메라와 A 씨 사이의 거리가 멀어 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조만간 전문가를 동원해 완전한 녹취록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 보좌관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두 사람의 대화가 격해지자 의원실 밖에 있던 보좌진이 의원실로 들어와 대화를 녹취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7일 전화통화에서 “손 의원실을 찾아간 직원은 공식 입장이 아니라 개인 차원으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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