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무선통신산업협의회 2006 전시회’의 삼성전자 전시관에 모여든 관람객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04년 10월 삼성전자의 ‘현재’를 이렇게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속의 기업이 된 것이다.
1969년 설립된 삼성전자의 누적 흑자는 지난해까지 48조4050억원에 이른다. 81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 연속 흑자 경영’이라는 놀라운 성과도 이뤄냈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회사가 왜 삼성그룹을 지탱하는 핵심 계열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매출이나 이익 규모를 놓고 봐도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 가운데 하나다. 무엇이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원동력일까. 삼성전자의 청사진은 어떤 것일까.
● 남들 망설일 때, 발빠른 의사결정과 투자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은 ‘연구개발(R&D)’과 ‘투자’로 요약된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04년 8월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시대에는 두 달만 늦어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속도와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한번 승자가 영원한 승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나 LCD와 같은 대규모 장치산업은 빠르고 과감한 의사 결정이 성패를 좌우한다. 삼성전자가 이런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외국의 경쟁업체들이 망설일 때 무모할 정도의 과감한 설비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한번 들여다보자. 지난해 9월 삼성전자는 “초일류 종합 반도체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앞으로 7년 동안 33조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에 세계 최대 반도체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규모는 △2002년 2조1900억원 △2003년 3조9700억원 △2004년 5조5000억원 △2005년 6조100억원으로 매년 급증했다.
과감한 투자는 이미 빛을 보기도 했다. 92년엔 세계 최초로 8인치(200mm) 반도체 원판(wafer)을 생산할 수 있는 라인에, 2001년에는 12인치(300mm) 라인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큰 성과를 거뒀다.
내부의 치열한 경쟁도 경쟁력을 키우는 구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부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제품을 넣은 휴대전화를 만든다.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사장은 “오직 성능과 가격만이 부품 선택의 기준”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지난해 미국 애플사의 MP3 플레이어 ‘아이포드 나노’에 플래시 메모리를 대량 공급하자 MP3 플레이어를 만드는 디지털미디어(DM) 사업부는 비상이 걸렸다. 안정적으로 플래시 메모리를 확보하게 된 경쟁자 애플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꾸준히 준비한 것도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다. 93년 이건희 회장이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경영을 펼쳐야 한다”고 공언한 ‘신경영’ 선언을 전환점으로 제품 디자인에 대한 R&D 및 투자가 꾸준히 이뤄진 것이 큰 힘이 됐다. 현재 삼성전자 R&D 인력의 절반 정도가 디자인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하늘에서 본 1969년(왼쪽)과 2005년의 수원사업장 전경.
● 사업 분야별 현황과 비전
반도체 사업부는 2012년까지 국내에 24개 반도체 생산라인과 6개 연구라인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를 만들 방침이다. 아울러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계속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2년에는 61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구상.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은 “정보기술(IT) 산업이 모바일화, 디지털화, 유비쿼터스화되고 컨버전스(융합)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곧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져 앞으로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반도체 빅뱅’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2010년 이후가 되면 반도체 하나에 모든 일상생활을 저장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리콘 대신 새로운 소재를 쓰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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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정보기술 관련 전시회인 ‘세빗(CeBIT) 2006’ 개막을 이틀 앞둔 3월7일 독일 하노버시 전시장에 등장한 삼성전자 홍보용 스마트카.
LCD 사업부는 현재 10조원 수준인 매출을 2010년 20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 특히 1인치부터 100인치까지 모든 크기에 적용할 수 있는 LCD를 개발해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입는 디스플레이나 패션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어내 선점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2004년 14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DM 사업부는 2008년 매출 목표를 30조원으로 정했다. 최지성 DM 총괄사장은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기기, 프린터 등 주요 사업군에 기술과 마케팅, 제조 역량을 집중해 디지털 혁명을 통한 디지털 르네상스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 No.1 제품 20개 이상 만들어라!
삼성전자의 목표는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 훨씬 크다. 윤종용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제1회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2010년 115조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전자업계 ‘톱 3’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기 위해 현재 8개인 세계 1위 제품을 20개 이상으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계속 지키고 △차세대 프린터 △시스템 LSI △차세대 매스 스토리지(Mass Storage) △에어 컨트롤 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전략도 내놓았다. 이른바 ‘8대 성장엔진’으로 이름 붙인 이 사업들을 집중 육성해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또 개인 멀티미디어 기기와 홈 네트워크, U(유비쿼터스)-헬스, 가정용 로봇을 미래 성장을 위한 ‘4대 씨앗 사업’으로 정하고 키우기로 했다.
현재 250명인 특허전담 인력도 2010년까지 450명 선으로 크게 늘릴 예정. R&D 인력도 2004년 전체 직원의 24%인 2만6000명에서 2010년에는 32% 수준인 5만2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빠르게 변하는 IT 시장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을 주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기술과 디자인 및 브랜드 강화, R&D와 우수 인력, 마케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필수적인 요소. 구체적으로는 기술과 브랜드를 차별화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다양한 모바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또 의사결정 과정을 대폭 줄이고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의 57조4600억원을 뛰어넘는 63조6000억원이다. 순이익 목표는 지난해(7조6400억원) 이상으로 정했다. 시설 투자에도 9조2300억원, 연구개발비로 6조8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성공신화’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주요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